부동산 일반
현금청산에 떠는 조합원...건설사, 정비사업 ‘빨간불’ [10·15 대책 후폭풍]②
- 조합원 1주택 제한·분양신청 제약…조합 갈등↑
사업성 악화‧정비사업 지연…공급 악화 우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조합 설립 인가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멈춰야 하나 싶어요."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원 A씨는 카페 한구석에서 찬 커피를 밀어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째 잠을 설쳤다는 그의 얼굴엔 피로가 짙게 묻어 있었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몇 년간 준비해 온 정비사업이 한순간에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5일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며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발표 직후 조합 사무실 단체 채팅방에는 “사업 중단해야 하나요” “추가 분담금은 어떻게 되죠” 같은 메시지가 쏟아졌다. 정부는 “집값 과열 억제”를 내세웠지만, 현장에서는 “정비사업 전체를 옥죄는 규제 폭탄”이라는 푸념이 터져 나온다.
"집 팔 수도, 분양도 못 한다"
이번 대책으로 정비사업 참여자에 대한 규제 역시 강화됐다. 우선 재건축 조합원 1인당 공급 주택 수가 1주택으로 제한됐다. 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재건축은 조합설립 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 1가구 1주택자이고, 10년 이상 보유·5년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등기 이전까지 매매가 불가능하다.
이에 더해, 투기과열지구 내 정비사업에서 분양받은 조합원은 5년간 다른 정비사업의 분양신청을 할 수 없다. 일반 분양자도 5년간 재당첨 제한이 적용된다.
분양신청은 조합원이 새로 지어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신청하는 절차로, 이 기회를 놓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현금청산자는 감정평가금액 기준으로 보상받지만, 시세보다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고 새 아파트 입주권도 잃는다.
특히 재건축 단지를 2개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강남권과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에 각각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는 B씨는 최근 얼굴이 어두워졌다. B씨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1주택 분양 제한 규정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 채를 팔고 새 아파트를 받으려던 계획이 불가능해졌다.
B씨는 “팔지도 못하고, 분양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분양신청을 안 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될 텐데, 감정평가금액이 시세보다 낮으면 큰 손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컨설팅 소장은 “이미 규제 지역이 아닐 때 샀었는데 전매를 할 수 있는 예외 기간도 주지 않고 바로 전격적으로 규제지역으로 지정을 해버리니까 이제 팔지도 못한다”며 “그러면 강제 청산”이라고 말했다.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걸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퇴로가 막히게 되면 사람들은 극단적이게 된다”며 “조합원들은 5년 재당첨 금지 규정을 피하려고 하는데, 근데 팔지를 못하니까 조합 상대로 소송을 걸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조합 사업의 발목을 잡고 지연만 시켜서 ‘내가 5년만 넘기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며 “재건축 사업들이 그럼 다 지연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더해 규제 지역 지정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낮아지고 이주비 대출 한도도 6억원으로 제한됐다.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주택을 매도하는 것마저 불가능해짐에 따라 조합의 유동성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통상 조합원들은 은행 대출 외에도 시공사가 제공하는 추가 이주비 대출을 통해 이사비를 조달한다. 그러나 최근 건설사들의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이 같은 지원도 줄 수 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내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이 추가되면 정비사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는 공급 확대 기조 등을 고려해 분상제를 제외했지만, 앞으로 고분양가 문제가 불거지면 분양가 상한제 카드 역시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다는 시각이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가는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산정되는 경우가 많아, 서울 분양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정비사업의 조합원 사업성이 크게 훼손된다.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실수요자들도 선뜻 청약에 뛰어들 수 없는 여건이 조성됨에 따라 분양 성적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조합원 입장에서는 매물도 묶이고, 사업도 더뎌질 게 뻔하다”며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데, 팔지도 못하니 조합 내 갈등만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고강도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건설업계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배세호 iM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규제 지역 확대가 건설사에 부정적인 가장 큰 이유로 정비사업 지연 리스크 심화를 꼽았다. 배 연구원은 이미 2021년 이후 공사비가 30% 이상 가파르게 상승해 사업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분양가 상한제 부담은 정비사업의 진행 속도를 더욱 더디게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배 연구원은 “규제 지역에서는 조합원의 지위양도가 제한되고 이주비 및 중도금 대출 시 추가 주택 구입이 제한되는 점 또한 정비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이러한 사업성 저하는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및 착공 감소로 이어져, 이미 전년 대비 16% 감소한 전국 누적 분양 물량(서울은 46% 감소)에 더욱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정비사업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비사업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지역은 수익성이 낮고, 공사비 상승에 안전관리비까지 더해지면서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결국 건설사들도 자금 여력이 있는 사업성 높은 단지 위주로만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민간 공급의 핵심 축인 정비사업 지연으로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시장이 잘 굴러갈 수 있게 물꼬를 터줘야 된다”며 “서울 같은 경우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이 일어나는 데, 이번 규제로 정비사업이 방향을 잃어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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