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동남아시아 핀테크 열기, 그 근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 2차 성장 기로에 선 동남아 핀테크
동남아의 '속도'에 한국의 '깊이'를 더하라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동남아시아의 핀테크 시장은 지금, 뜨겁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동남아시아에서 새롭게 유니콘 기업이 된 3개(시그넘(Sygnum), 튠즈(Thunes), 아쉬타(Ashita))중 시그넘과 튠즈가 핀테크 기업이다. 2024년 유일하게 유니콘이 된 타임그룹(tyme group) 역시 디지털 은행이다. 같은 기간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 투자를 받았다.
이는 단순히 한 섹터의 성장세가 아니라, 자본의 선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2025년 상반기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 흐름을 보면, 다른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투자를 받았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모바일 결제, 디지털 뱅킹, 국경간 송금, P2P 대출, 보험·투자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겉으로 보면 자본과 기술이 몰려든 결과 같지만, 그 밑바탕에는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의 공백이 있다. 전통 금융망이 닿지 않았던 지역, 즉 은행 계좌가 없거나 신용이력조차 없는 인구가 여전히 절반에 달하는 현실이 디지털 혁신의 실험장이 된 것이다.
그럼 이 성장의 구조적 요인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폭발의 또 다른 동력은 인구구조다. 동남아의 중위연령은 30세 안팎,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젊은 세대는 현금보다 QR코드, 지점 방문보다 모바일앱에 익숙하다.
이들에게 금융은 ‘플랫폼의 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배달앱에서 결제를 하고, 모빌리티 앱에서 소액대출을 받으며, 커머스 플랫폼에서 보험을 드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생활 속 금융이 스며들었다. 금융은 이제 서비스의 끝단이 아니라 생활 습관의 인터페이스가 된 셈이다.
핀테크 성장의 또 다른 배경은 각국 정부가 펼친 규제완화와 테스트베드 정책이다.
싱가포르의 MAS(통화청)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은행 라이선스를 도입했고, 인도네시아는 큐리스(QRIS)라는 통합결제체계를 통해 핀테크 결제 시장의 폭발적 확대를 이끌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도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며 혁신금융 실험을 제도권 안에서 보호했다.
이러한 통제된 실험은 투자자에게 정책 신뢰를, 스타트업에게는 성장의 안전지대를 제공했다. 정부 주도의 정책 실험이 시장의 신뢰를 만들고, 신뢰가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순환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핀테크로의 투자 몰림 현상에는 다른 원인도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반도체 등 딥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단기 수익이 빠르게 확인되는 소비자 금융형 모델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결국 이 현상은 기술의 질적 심화보다, 자본의 효율적 회수를 중시하는 속도 중심의 투자 생태계를 드러낸다.
그러나 단기적 열기가 장기적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AI·데이터 분석 등 딥테크 기술이 핀테크에 융합되는 2차 성장 단계(Second Wave)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의 고젝(GoTo)은 이미 AI 기반 신용평가 알고리즘을 도입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그랩(Grab)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시한다. 기술이 금융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 기업, 결합형 파트너십에서 기회 찾아야
이런 맥락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은 단순한 시장 진출을 넘어 기술 결합형 파트너십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첫째, AI·데이터 분석 기술을 현지 금융 인프라에 접목해 ‘핀테크의 고도화’를 이끄는 모델이 유효하다. 예를 들어 한국이 강점을 가진 신용평가·리스크 관리·보안 솔루션은 동남아 금융당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 분야다.
둘째,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서 운영 중인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초기 실증사업(Pilot Project)을 추진함으로써,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
셋째, 핀테크 기업 간 협업을 통한 국경 간 결제(cross-border payments) 플랫폼 구축 역시 유망하다. 동남아 각국이 추진 중인 통합결제망(QRIS·PromptPay 등)은 한국의 기술과 결합할 때 안정성과 범용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한국 기업이 동남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기적인 시장 점유율보다 신뢰 가능한 기술 파트너로 자리 잡는 것이 핵심이다.
균형의 기로에 서 있는 동남아 핀테크 시장
지금 동남아시아의 핀테크는 성장의 정점이 아니라 균형의 기로에 서 있다. 빠른 자본 회전이 가능하다는 장점 뒤에는, 기술 심화의 정체라는 리스크가 공존한다. 핀테크가 지속가능한 혁신으로 진화하려면, 단순한 금융 접근성 확대를 넘어 AI·데이터·보안 등 딥테크와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자본은 속도를 원하지만, 기술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 두 축을 연결하는 전략적 균형을 설계할 수 있다면, 동남아시아의 핀테크 열기는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험은, 동남아시아의 ‘빠른 성장’에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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