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김기론 기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킥보드 없는 거리’ 정책이 시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으며 보행 환경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서울시는 3일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1.3㎞)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2.3㎞) 등 2개 구간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시민 98.4%가 제도 확대를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전동킥보드와 전동이륜평행차, 전동 동력 자전거 등의 통행을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전면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 5월부터 시행됐다. 무분별한 킥보드 운행으로 인한 보행자 충돌, 무단 방치, 무면허 운전 등 사회적 문제가 잇따르면서 서울시가 안전한 보행 환경 조성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 해당 지역 생활인구 500명(만 18~60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3.2%)이 ‘킥보드 없는 거리’ 정책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69.2%는 “보행 중 불안감이 줄었다”고 답했다. 반면 “통행 제한으로 불편을 느꼈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시행 전후 비교 결과, 무단 방치된 킥보드 수는 80.4% 감소했고, 보행자 충돌 위험은 77.2% 줄었다. 전동킥보드 통행량도 76.2% 감소해 가시적인 효과를 보였다. 서울시는 “보행자 중심의 거리 조성을 위한 정책적 실험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현재 ‘킥보드 없는 거리’ 구역에서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면 일반도로에서는 범칙금 3만 원과 벌점 15점,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다만 경찰은 아직 계도 중심의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경찰과 협의해 통행금지 구간을 확대하고 단속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보행 밀집 지역과 안전 취약 구역을 중심으로 ‘킥보드 없는 거리’를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23년 2300건 이상으로 6년 만에 약 2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24명, 부상자는 2600명에 달했다. 사고 원인의 34%는 무면허 운전이었고, 가해자의 67%가 20세 미만 청소년으로 나타났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정책 시행 후 보행 안전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시민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안전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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