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위기의 건설사, 새 수장에게 내려진 ‘내실·안전·재무’ 특명
- SK에코·한화·코오롱·신세계·DL·포스코이앤씨 등
경영진 교체로 드러난 ‘생존형 전환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잇달아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 ▲원가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현장 사망사고가 겹치자, 수주 확대보다 재무 안정과 안전 통제 체계 강화가 우선 순위로 올라섰다. 대내외 리스크 등으로 재무 건전성이 위협받으면서 재무통 CEO를 중심으로 내실 다지기와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재무통' 전면 배치
한화그룹은 지난 10월 28일 한화 건설부문 신임 대표이사로 김우석 현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30년 이상 한화그룹에 재직하며 경영·재무 분야에서 일한 ‘재무통’으로 불린다. 그는 경영과 재무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화 건설부문 우량 수주와 재무 건전성 제고·안전 경영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0월 30일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 총괄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번 인사는 SK에코플랜트가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구조재편)을 통해 재무구조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한 가운데, 반도체 종합서비스 기업으로서 비전과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기 위해 단행됐다.
또한 2026년 7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무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올 상반기 부채비율은 243%다. 이는 업계에서 경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200%를 웃도는 수치다.
코오롱글로벌과 신세계건설 역시 재무·경영 안정화형 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10월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영범 코오롱ENP 대표를 코오롱글로벌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김 신임 대표는 30년간 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경영 경험을 쌓으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온 인물이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9월 강승협 신세계푸드 대표를 차기 대표로 내정했다. 강 대표는 이마트에서 재무담당 임원과 지원본부장을 맡으며 재무 역량을 인정받았다.
두 회사 모두 상반기 부채비율과 적자 등 재무지표가 악화한 점이 인사 배경으로 작용했다. 코오롱글로벌의 상반기 부채비율은 388.3%로 지난해 350.1% 대비 상승했다. 당기순손실도 571억원을 기록했으며, 순차입금도 589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5779억원 대비 상승했다. 신세계건설은 상반기 당기순손실 595억원을 기록했으며 잉여현금흐름(FCF)도 –3558억원을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50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043억원 대비 양수로 전환돼 차입금 부담이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61.1%에서 259.8%로 상승했다.
재무 전문가를 CEO로 앉혀 체질부터 손보는 흐름은 연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취임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도 기아 재경본부장 출신이다.
건설경기 불황에 현장 안전 리스크도
올해 건설업계에서는 안전 사고가 경영진 교체로 직결된 사례도 적지 않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잇단 현장 사망사고 여파로 지난 8월 정희민 전 사장이 사임하며, 포스코홀딩스 그룹 안전특별진단태스크포스(TF)를 맡았던 송치영 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안전보건 분야 전문가인 송 사장은 현장 안전관리 강화를 중심으로 회사의 체질 개선과 경영 안정 기반을 확보하는 데 나설 방침이다.DL건설은 지난 9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여성찬 대표이사를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는 의정부 아파트 공사현장 추락사고 등 연이은 인명사고의 책임을 지고 기존 경영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뒤 단행됐다. 여 대표는 다양한 현장 경험을 보유한 ‘현장통’으로 안전과 품질 중심의 경영체계 강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사 흐름은 건설업계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몇 년간 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미분양·PF 만기 리스크·안전리스크 등 복합 난제에 직면해 있다.
과거 기술·영업 중심으로 수장을 삼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재무·안전·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춘 리더가 CEO로 선호되는 배경이다. 부채비율이 경고 수준인 기업이 많고, PF 대출이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는 등 재무 건전성이 생존을 가르는 변수로 떠올랐다. 또한 대표 교체가 현장 사망사고·품질사고와 직결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건설외감기업의 절반가량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지급하면 남는 돈이 없을 정도로 경영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2024년 건설외감기업 경영 실적 및 부실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외감기업(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 자산총액·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으로 외부 회계 감사 대상인 건설사) 중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곳의 비중은 44.2%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미만이면 벌어들인 돈보다 이자 비용이 많아 채무 상환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건설외감기업 비중은 ▲2020년 33.1% ▲2021년 37.7% ▲ 2 022년 41.3% ▲2023년 43.7% ▲2024년 44.2%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재무·안전 역량을 갖춘 리더십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다지는 데 유리하다. 다만 중장기적 성과로 연결하려면 투명한 공시·실행계획·성과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 흐름을 업계 전체의 구조적 리모델링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수장들이 재무·안전·사업 효율성에서 얼마나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느냐가 향후 1~2년간 건설사들의 ‘생존과 도약’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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