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세계 1위 전자정부’의 화재, 기술보다 시스템이 타버렸다 [이근면의 시사라떼]
- '디지털 전문직' 도입과 '복구 리허설' 법제화 시급
이젠 시스템 아닌 ‘사람’과 ‘제도’ 백업할 때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 AI의 시대. 화제가 만발이다. 세계 AI 3대 강국. AI 중심국가. 거기에다 엔비디아가 GPU 20만 장을 한국민에게 선물한다는 빅뉴스까지. 젠슨 황, 이재용, 정의선의 깐부 회동이 뒷이야기를 퍼나른다. 이야! 멋진 AI의 나라이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국가 주요 시스템이 화재로 전면 중단되고 백업 데이터조차 확보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근간이 무너진 사건이다. 한때 디지털 선진국이라 자부했던 대한민국이 왜 이런 기본적 실패를 반복하는가.
국가 정부 운영 시스템과 데이터 관리는 AI 시대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세계와 민간 기업은 이미 글로벌 AI 전쟁 시대에 돌입했는데 국민의 자산과 미래는 방치된 것이다. 사건의 본질은 기술보다 운영 시스템의 구조적 부실에 있다. IT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정부 시스템은 전략적 영속성이 부재한다. 책임은 분산되고 전문성은 사라진다. 시스템은 남아 있지만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정권 따라 바뀌는 담당자…전문성 부재가 불러온 참사
결국 정권에 따라서 바뀌는 것은 물론 정책도, 책임자도, 관리자도, 담당자도, 실제 오퍼레이션 하는 민간 기업도 2~3년 주기로 바뀐다. (정부 조달 정책?) 모두가 현재만이 존재한다. 과거 히스토리도, 미래 전략적 꿈도 없는 조직과 기관이 되어 버렸다. 별일 다 하고 크기도 엄청난 행정안전부의 1개 부서가 맡을 일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있다’와 ‘된다’를 혼동하는 관행이다. 백업이 있다고 해서 복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기적 점검, 무결성 검증, 복구 리허설이 없다면 백업은 그저 종이 위의 문서일 뿐이다. 이번 사태는 서류상으론 완벽했던 시스템이 실제로는 복구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는 공공 IT를 행정 편제의 일부가 아니라 국가 안보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 세금, 행정, 국정 데이터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 공백이 아니라 국가 기능의 정지다.
대응의 핵심은 ‘누가 맡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다. 지금의 순환보직 체계로는 AI 시대의 복잡한 기술 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 반대로 모든 것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도 위험하다. 정부의 설계권이 사라지고 특정 업체에 종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공무원 특수전문직화’와 민간 전문역량의 상시 결합’이다. 정부 인력 운영 체계의 전근대성이 ‘사고의 재발과 비전문가 집단’의 상시 시한폭탄의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데이터 아키텍처, 복구 전략, 보안 기준 등 ‘설계와 책임’을 쥐고, 민간은 기술과 운영을 맡는 구조다. 이를 위해 정부 내에 장기근속이 가능한 디지털 전문직 트랙을 신설해야 한다. 명예직 공무원이 아닌 SRE(Site Reliability Engineer), 보안 아키텍트, 백업 엔지니어 같은 기술 실무 중심의 직군을 제도화해야 한다. 군조차도 각기 세부화된 병과와 직종이 기본이다.
정부 내에는 ‘국가디지털·레질리언스본부(가칭)’를 만들어야 한다. 이 본부는 각 부처의 IT 업무와 재난·화재·랜섬웨어 등 모든 복구 시나리오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한 정보관리원이 아니라 복구와 지속성의 책임기관이어야 한다. 민간 IT 전문 회사의 기능과 역량을 따라갈 수준의 국가 CIO와 그 전략 운영 기관의 전문성이 국가 생존 전략이다.
기술적으로는 ‘3-2-1-1-0’ 원칙을 의무화해야 한다. 조선의 5대사고, 삼성의 멀티 데이터 센터의 운영은 왜 있었을까? 데이터를 세 개 이상 복제하고 두 가지 매체에 저장하며, 한 곳은 오프사이트(외부), 또 다른 한 곳은 오프라인·불변(immutable) 형태로 보관해 무결성을 보장해야 한다. 여기에 백업의 오류가 0이라는 뜻의 ‘제로 에러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이런 체계는 관리의 문화와 예산의 철학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장비를 사는 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점검, 복구 시뮬레이션에 예산을 써야 한다.
책임 없는 행정이 신뢰 무너뜨려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총체적 AI 중심 국가를 가능하게 할 기반 구조의 철저화가 병행 되어야 한다. ‘공공디지털인프라 안정·복구법(가칭)’을 제정해 RPO(복구시점목표)와 RTO(복구시간목표)를 법으로 명시하고 모든 공공시스템이 매년 복구 리허설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검사기관은 문서상 점검이 아니라 실제 복구 시연을 통해 점검해야 한다. 민간 기업에도 이런 기준을 적용해야 국가 전체의 사이버 레질리언스가 올라간다. 통신회사들의 개인정보 누출 사고와 해킹 피해에 대해 은폐 의혹이 끊이지 않는 사례는 요즘 다반사다.
궁극적으로는 ‘블레임리스(무탓) 사고분석 문화’가 필요하다. 실패를 숨기거나 덮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인 포스트모템을 통해 원인과 개선책을 공유해야 한다. 투명한 보고와 학습이야말로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번 사고는 ‘최신 기술’의 실패가 아닌 낡은 제도와 책임 없는 행정 구조의 실패다. 시대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던 정치와 행정의 ‘합작 사고’이다. 우주를 나는 시대에 기술을 보는 눈은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복구 중이다. 이 초AI시대에 넌센스의 한 장면이다.
디지털정부는 장비가 아니라 사람과 조직이 만든다. 국가가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선진국으로 남고자 한다면 정권 차원까지를 넘어서고 순환보직을 넘어서는 ‘특별한 인력 운영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세계 1위 전자정부의 명성은 한 번의 화재로 무너졌지만 진짜 위기는 복구가 아니라 변화에 대한 의지의 부재다. 이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과 제도를 백업해야 할 때다. 부국강병보다 내 편의 이익이 먼저인 듯한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는 걷어내고 모든 국민이 양지를 찾아낼 지혜가 절박하다. 그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다시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국가’로 일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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