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CES 혁신상 심사위원이 말하는 수상 전략과 그 너머 [스페셜리스트 뷰]
- 2026 CES 혁신상 한국 기업 196개가 차지…역대 최대 성과 기록
CES 단순한 전시 넘어 ‘브랜드 신뢰’ 증명하는 무대
[유영규 cloudandco 서울·시애틀 대표]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CTA)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CES 2026 혁신상’에는 전년보다 더 많은 3600건 이상의 출품작이 접수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AI(+29%)·로보틱스(+32%)·드론(+32%) 분야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수치는 기술 혁신에 대한 글로벌 관심과 참여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다. 혁신이 이제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교육(EdTech)·물류 및 공급망 (Supply & Logistics)·콘텐츠 제작 및 배포(Filmmaking & Distribution)·여행 및 관광 (Travel & Tourism)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의 CES 혁신상 참여 열기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26년에는 전체 수상작 338개 중 196개(약 58%)를 차지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기록했다.
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26 CES 혁신상 심사를 맡았다. 이 상이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준비의 방향에 따라 그 가치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음을 알게 됐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CES 혁신상 출품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 상이 기업에게 어떤 전략적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사전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또한 CES 참여가 단순한 전시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와 기회로 이어지기 위한 요소들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싶다. 무엇보다 출품을 준비하는 모든 기업들이 그들의 노력과 혁신이 올바르게 이해되고 제대로 인정받아 그 결과가 의미 있는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CES 2026 트렌드 ‘AI Everywhere’
2026년 CES는 ‘AI Everywhere’, 즉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재정의하는 행사가 될 것이다. CTA 공식 자료에 따르면, 로보틱스 출품작은 전년 대비 32%, AI 카테고리는 29% 증가하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로봇 기술이 단독 장치를 넘어 서비스·물류·헬스케어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TechRadar와 CTA 분석에서도 AI·로보틱스·양자 컴퓨팅·클린테크·헬스케어가 핵심 주제로 거론된다. 특히 에이전트 AI(Agent AI)와 물리 AI(Physical AI)가 주목받으면서 AI가 현실 세계에서 직접 작동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AI 자율이동로봇과 DEEPX의 AI 반도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PwC는 2026년 CES를 “산업 전환과 기술 융합의 플랫폼”으로 분석하며 기업과기업간거래(B2B) 및 서비스 영역으로의 확산을 예측한다. 또한 디지털 헬스·확장현실(XR)·지속가능 에너지 솔루션 등에서도 AI 기반 혁신이 확대될 전망이다. 결국 CES 2026은 AI와 로보틱스가 결합해 산업과 일상의 새로운 운영체제를 형성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CES 혁신상(CES Innovation Awards)은 CTA가 1976년부터 주관해온 세계적인 기술과 디자인 어워드다. ▲혁신성 ▲엔지니어링 완성도 ▲디자인 ▲사용성 ▲시장성 등을 종합 평가하게 된다. 심사위원단은 디자이너·엔지니어·산업 분석가·미디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수상은 본상(Honoree)과 최우수상(Best of Innovation) 두 단계로 나뉜다.
출품 제품은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 CES 현장에서 전시되어 글로벌 미디어와 바이어의 주목을 받는다. 현재 36개 제품 카테고리에서 심사가 이뤄지고 있고 최근에는 AI·로보틱스·디지털 헬스·지속가능성·에너지 분야의 출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현 가능한 혁신 기술 높은 점수 받아
CES 혁신상은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과 디자인을 검증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이 상이 시장 성공이나 진정한 혁신을 보장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CES 혁신상이 혁신의 척도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있지만 제출된 제품 정보만으로는 혁신의 깊이나 지속가능성을 온전히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탈락했다고 해서 그것이 혁신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기술과 메시지를 더 명확히 다듬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반대로 최고 혁신상을 받더라도 그것이 곧 시장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혁신은 상을 받은 이후 시장에서 얼마나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가로 증명된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CES 혁신상을 전략적 포인트로 삼는 이유는 분명하다.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게는 출시 제품의 ▲미디어 노출 ▲브랜드 신뢰도 제고 ▲비즈니스 기회 창출이라는 실질적인 이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의 눈에 보이는 수상작과 탈락작의 차이가 있다.
수상작이 되려면 가장 먼저 심사 기준에 충실해야 한다. CES 혁신상은 단순히 참신한 아이디어를 뽑는 상이 아니다. 심사위원단은 CTA가 제시한 네 가지 항목, 즉 ▲기술 완성도(Engineering) ▲사용성과 심미성(Design) ▲혁신성과 차별성(Innovation) ▲시장 적합성(Market Readiness)에 따라 평가한다. 각 항목은 1~10점 척도로 채점되며 7점 이상은 Honoree, 9점 이상은 Best of Innovation으로 선정된다.
제품은 단순한 개념이나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실제 사용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소재·제조·구현 방식에서 명확한 기술적 우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즉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시장에 설 수 있는 기술’이 전제다.
수상작이 되려면 짧은 시간에 핵심을 드러내야 한다. 심사위원들은 한 제품당 약 20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제품을 심사한다. 따라서 복잡한 설명보다 핵심이 명확히 드러나는 언어와 구조가 중요하다. 제품의 가치 제안은 최소한의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어야 한다. 시각 자료, 특히 간결한 이미지나 영상은 심사위원의 이해를 돕는다.
일관된 스토리가 중요하다. 심사 과정에서 설득력이 높았던 기업들은 이 제품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차별적인 혁신으로 풀어냈는가를 명확하고 일관된 스토리로 전달한 곳들이었다. 기술적 설명도 중요하지만, 기술·디자인·혁신성의 조화가 핵심이다. 결국, 당신의 혁신이 심사위원에게 어떤 논리와 감정으로 설득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 혁신은 평가의 순간에 힘을 잃게 된다.
또한 심사위원들은 증명, 실현 가능한 혁신을 본다 2026년 CES부터는 심사 기준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아이디어의 참신성이 폭넓게 인정되었지만 이제는 실제 시장에 출시되었거나 출시가 확정된 제품만이 수상 자격을 가진다. 이는 CES가 개념 중심의 혁신보다 실현 가능한 기술에 더 큰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각 분야 전문가로 ▲제품의 완성도 ▲기술 구현 가능성 ▲시장 진입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시장 적합성과 현실성이 부족한 경우, 아무리 인상적인 아이디어라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Best of Innovation은 단순히 점수가 높은 제품이 아니라 각 카테고리 내에서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제품에게 수여된다. 이는 단순한 개선을 넘어 시장 전체를 선도할 명확한 방향성과 새로운 기준(New Standard)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기술이 CES가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선다면 여러 카테고리에 중복 출품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공식 규정상 하나의 제품은 최대 4개 카테고리까지 출품할 수 있다. 각 카테고리별 심사위원의 평가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메시지를 조정해 맞춤형으로 제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많은 기업이 저지르는 실수는 과거 수상작을 단순히 개선한 제품으로 재출품하는 것이다. 심사위원단은 모든 과거 기록을 검토하며 의미 있는 수준의 진보(Substantial Improvement)가 없으면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 또한 전작 대비 구체적인 개선점을 명확히 제시하면 짧은 심사 시간 내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세계 최초’ ‘신기술’ 같은 표현은 매력적이지만 출품 전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요즘은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검증이 가능하므로 근거 없는 주장은 오히려 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혁신상 너머, 성공적인 CES 경험 설계하는 법
마이크로소프트 재직 이후 30년간의 기업 경험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닷워치(Dot Inc.), 반려견의 미래 수의학 제품 Cotons AI, 비침습 혈당기 등 한국의 혁신적인 스타트업들과 디자인 파트너십을 맺고 자문해오고 있다. 그렇기에 CES 혁신상이 이들에게 해외에서 공식적인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잘 알고 있다.
물론 혁신상 준비부터 CES 참가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그리고 CES 혁신상이나 전시 참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스타트업은 한 번쯤 도전하고 경험해보는 것이 성장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여러 차례 CES 전시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심사와 베스트 혁신상 수상까지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수상과 전시만으로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CES에서의 진짜 성공은 철저한 사전 준비에 달려 있다. 본격적인 승부는 참가 전부터 이미 시작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참가 전에 미디어·투자자·협업 파트너를 미리 컨택하고 약속을 확보해야 전시 기간이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또한 전시 후에는 빠른 후속 대응과 신뢰감 있는 커뮤니케이션으로 그 기회를 실질적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여기에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와 신뢰감이 느껴지는 브랜딩은 제품 이상의 지속적인 인상을 남긴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전달하는 메시지·언어·문서 포맷·전시 태도까지 모두 하나의 일관된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CES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브랜드의 신뢰를 증명하는 무대다. 그 신뢰를 만들기 위해서는 메시지 설계에서부터 협업 네트워크, 그리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까지 전체 경험이 완성되어야 한다.
필자는 영국 D&AD Awards 심사위원, CES 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나이키·아이리버에서 디자인 총괄 임원을 역임했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Creative Director로서 미래 제품 연구와 HoloLens 디자인을 담당했다. 현재는 서울과 시애틀을 기반으로 산업디자인·전략·브랜딩 등 다양한 븐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는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 cloudandco서울·시애틀 대표를 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내 스토리에서 ‘MS미래를 이끌 디자이너 4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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