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 씨가 오는 28일 해군 학사사관후보생 139기 임관식에서 기수 대표로 제병 지휘를 맡는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지난 9월 해군 장교로 입대한 뒤 11주간의 교육훈련을 성실히 마친 결과라는 평가다. 해군에 따르면 후보생 84명을 대표하는 임무는 기본기·생활태도·동기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되며, 이씨는 훈련 기간 동기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꾸준한 태도를 보여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임관 후 통역 장교로 복무할 예정이며 총 군 복무 기간은 39개월이다. 이 회장도 임관식 참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씨의 입대와 임관이 ‘책임·헌신’을 강조해온 이 회장의 리더십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경영 행보를 더욱 강화하며 주요 국가·기업과의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25일에는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을 만나 반도체·통신·데이터센터·배터리 등 미래 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은 이날 AI·XR·차세대 통신·파운드리·클라우드·배터리·플랜트 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의 미래 기술을 암바니 회장에게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암바니 회장은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게 사업 현황을 직접 보고받고, 갤럭시 XR과 마이크로 RGB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을 체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가 정보통신기술(ICT)과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딥테크’ 회사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양사의 협력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그룹은 이미 2012년 릴라이언스 지오의 4G 네트워크 구축 협력을 시작으로 2022년 5G 장비 공급까지 이어지는 굳건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삼성은 향후 6G 네트워크 장비, AI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일 ESS 배터리 등에서도 협력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만찬에서도 양사 간 전방위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만찬에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E&A 등 그룹 핵심 계열사 수장이 대거 참석해 글로벌 전략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두 회장의 만남은 지난해 7월 인도에서 열린 암바니 회장의 장남 결혼식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또한 이 회장은 지난 17일 이재명 대통령의 중동·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지원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 19일에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 참석해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 등을 협력하기 위한 논의에 나선 바 있었다.

최근 이 회장은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오픈AI 샘 올트먼 CEO, 벤츠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 등 글로벌 기업 리더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가며 삼성의 신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완성차, AI, 바이오,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을 아우르는 이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은 향후 삼성의 미래 전략에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장남 이지호 씨가 해군 장교로 첫발을 내딛게 되면서, 삼성 오너가의 변화 행보가 경영·가문·국가책임이라는 세 축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이씨는 군 복무로 공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맞물리며 삼성의 대외 이미지는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