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의 게임체인저로 부상 [스페셜리스트뷰]
- 제약ㆍ바이오 업계에서도 ‘AI 슈퍼사이클’ 도래
비용·시간 절감에서 신약개발 패러다임 전환까지
[정재원 iM증권 연구원] 최근 주식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코 인공지능(AI)이다. 사이클 산업의 대표 주자 격이었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AI 기술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유례없는 슈퍼사이클(초호황)에 돌입한 상황이다. 다양한 섹터들이 직간접적으로 AI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기에 단기적으로 끝날 이슈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도 AI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초기에는 의료진, 연구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업
무를 보조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연구실에서 수행하던 업무를 대체 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핵심은 결국 시간과 돈을 아끼면서 기존 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약물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고령화·노동인구 감소…AI 도입 명분 더 커져
노동 인력이 줄어들 것이 예측되는 현재 상황에서 인력 부족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서 인공지능을 바이오 업종에서 활용하려는 시도는 지금보다 향후 더 커질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 인구의 19%가 65세 이상 고령인구였으며, 이 추세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50년에는 40%를 돌파할 것이 예상된다.
또한 생산연령인구 대비 고령인구 비중을 나타내는 노년부양비도 작년 27명에서 2050년 77명으로 많이 늘어난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를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노동 가능 인구 역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 예측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노동 가능 인구가 급감할 것이 예상되는 국가에 한국을 포함했다.
또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치료 방식에서도 변화가 오고 있다. 질병이 발생한 이후 기존 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이성이 없는 범용적 약제를 처방하던 방식에서 환자 개인별 특성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정밀 의료 방식이 새롭게 대두됐다. 정밀 의료는 다양한 측면에서 치료 대비 이점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중 재정적 절감 효과가 가장 크다.
2023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정밀 의료가 약 11억달러(약 1조6110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시키고 임상시험 확률도 높였음을 언급했다. 딜로이트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정밀 의료를 적용한 모델을 기준으로 의료비를 계산하면 2040년 미국의 의료비를 약 4조달러(약 5862조원) 가까이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밀 의료 시대 개막…AI 필요성 더 높아져
향후 고령화 국면에서 의료 관련 지출이 증가할 것이 예상되므로 절감의 수단으로 정밀 의료를 다양한 질환에 적용하려는 시도들은 더욱더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환자별로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필요하며 모든 데이터를 통합해 결론을 내려주는 장치로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약·바이오 업종에는 ‘이룸의 법칙’(Eroom’s law)이라는 용어가 있다. 반도체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일정 기간마다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의 철자를 거꾸로 쓴 것이다. 즉, 제약 산업에서는 일정 기간마다 신약 개발 비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반해 개발비 대비 승인되는 신약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수단으로 인공지능을 주목했고 글로벌 다수의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리커전 파마슈티컬스, 인실리코 메디슨 등이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인 대표적인 기업이다.
다만 리커전이 발표한 최근 성과들은 아직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했다.
올해 5월 리커전은 뇌 해면상 혈관기형 타깃으로 개발 중이었던 REC-994에 대한 개발 프로그램(SYCAMORE)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REC-994는 2024년 중간 단계 발표에서 안전성 양호 및 고용량군에서 병변 감소 추세가 관찰되었지만, 12개월 환자와 의사 평가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후 장기 추적 데이터에서 ▲고용량 지속 투여군 ▲저용량에서 고용량 전환군 ▲위약에서 고용량 전환군 모두 무처치(Without any treatment)군과 결과가 유사했음이 확인되어 효능 입증 단계에서 한계를 보였다.
REC-994의 개발 중단을 발표하면서 리커전은 개발 중이던 임상 포트폴리오 일부에 대해서도 추가로 정리하는 것을 언급했다. 재발성 C. difficile 감염 적응증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던 REC-3964는 2024년 말 임상에 진입했지만, 공개 등록된 정보 기준으로 등록 환자 수가 3명에 그쳐 임상적 검증에 이르지 못했다.
글로벌 빅파마, AI 오히려 더 강화
글로벌 선두 기업의 아쉬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AI 활용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최근 인공지능 기반 약물 탐색 플랫폼을 공식적으로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플랫폼은 일라이 릴리의 자체 파이프라인에 적용될 예정이다. 크게 3가지 특징을 주목한다.
첫 번째는 분자 설계다. 보유한 화합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생성형 AI 모델 기반으로 리드 에셋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는 타깃 예측이다. 멀티오믹스 및 실험실 내 연구 자료를 활용해 어떤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으면 최적의 효능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빠르게 가동될 것으로 판단한다. 마지막은 분자 설계와 타깃 예측 두 영역에서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 프로세스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클로즈드 루프 프로세스는 인공지능이 데이터 기반으로 가설을 만들고 실행한 뒤 결과를 분석해 최적의 결과를 찾아낼 때까지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의 특성상 돈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R&D 투자 규모 격차…AI 도입 불가피
일라이 릴리의 2024년 연구개발(R&D) 비용은 110억달러(약 16조원)에 육박했다. 참고로 국내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바이오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4년 R&D 비용이 약 4000억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인공지능의 도입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일라이 릴리 사례처럼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개발해 활용하거나 이미 플랫폼을 보유한 AI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약사를 필두로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자체 보유한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인 ‘HARP’(Hanmi AI-driven Research Platform)를 통해 UCN2 계열의 신약 후보 물질 HM17321을 개발 중이다. UCN2 단백질은 수용체 결합에 따라 체중감소(CRFR2 수용체 결합)의 효능이 생기거나 신경계 영향(CRFR1 수용체 결합)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한미약품은 특이적 결합을 유도해 체중 감소와 근육량 증가 효능을 가능하게 디자인했다. 모델링은 알파폴드 및 GNN 모델을 활용해 단백질 구조 예측과 동시에 결합력을 최적화하는 아미노산 서열 변성을 학습해 최적의 형태를 도출했다.
대웅제약은 2024년 자사 AI 신약 개발 플랫폼 ‘DAISY’(Daewoong AI System)를 공개했다. DAISY는 화합물 빅데이터(DAVID), AI 기반 스크리닝(AIVS) 및 약물성 예측(ADMET)을 통합한 시스템이다.
DAVID(Daewoong Advanced VirtualDatabase)는 약 40여년간 축적된 화합물 데이터에 외부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한 방식으로 약 8억종의 분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AIVS(AI-based Virtual Screening)는 표적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활성 후보물질을 자동 탐색해 준다. ADMET은 도출된 후보물질의 프로파일을 예측한다. 이를 통해 전임상을 진행하지 않고 사전 평가가 가능하다.
AI, 신약 개발의 속도와 방식 모두 바꿀 것
결론적으로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 개발을 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선두 기업에서 성과가 아쉽다고 판단될 수 있으나,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 상황과 글로벌 제약사들의 공격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인공지능을 통한 개발은 궁극적으로 노동 집약적 산업인 바이오 업종에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한다. 최근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주목받고 기술이전, 파트너십 등의 성과를 내는 것도 결국 노동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2024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임상은 약 1만건에 육박했다. 아시아 전체 기준으로 보면 작년에 약 1만5000건의 임상이 진행되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바이오 업종에서의중국이 가지는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인공지능이다. 결국 어떤 데이터를 가졌는지,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하는지가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제약사의 약진, 특히 전통 제약사들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인공지능이라고 제시한다. 각 기업이 가진 풍부한 데이터와 특장점이 있는 모달리티(치료 접근법)가 인공지능과 결합한다면 글로벌 대비 개발 속도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주목받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필자는 iM증권에서 제약·바이오 업종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 응용생물학부를 졸업했다. 2018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입사해 사업전략 및 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업무 경력을 인정받아 2021년부터 신한투자증권에서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업무를 시작했다. 신한투자증권에서 2024년까지 업무를 수행한 뒤 2025년부터 iM증권에서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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