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양극화’의 그늘에 빠진 美경제…트럼프도 뒤늦게 인정한 현실 [특파원 리포트]
- 고소득층은 임금·자산·소비 모두 호황
저소득층은 물가·연체에 짓눌려
[이데일리 김상윤 뉴욕 특파원] 미국 경제가 다시 두 갈래로 찢어지고 있다. 주가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경제 전반을 끌어올리는 듯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위쪽 K’와 ‘아래쪽 K’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고소득층은 임금과 자산이 함께 뛰며 소비를 확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물가·부채·연체 부담 속에서 한 해를 버티기에도 급급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 경제의 복병이자 향후 경기 방향을 왜곡하는 숨은 균열”이라고 진단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상위 25%의 임금 상승률은 연 4.6%로 여전히 견고하다. 반면 최하위 25%는 3.6% 증가에 그쳤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후 급등했던 하위층 임금이 올해 들어 완전히 반전되면서 임금 격차는 다시 확대되고 있다. 조 와드포드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들어 하위층 임금이 고소득층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격차는 소비에서 더 뚜렷하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득 하위 80%는 물가 상승을 겨우 따라가는 수준인데, 상위 20%는 훨씬 높은 소비 여력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최상위 3%는 압도적으로 더 낫다’(much, much, much better)라고 표현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성장을 떠받치는 건 사실상 상위층 소비뿐인 셈이다.
고소득층은 프리미엄 소비…하위층은 생활물가에 발목
실제 고소득층의 프리미엄 소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델타항공은 “프리미엄 캐빈 수요가 급증하며 비즈니스 클래스 매출이 조만간 이코노미 전체를 추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중·하위층 소비자들의 지출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크리스캠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저소득층 고객 방문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고 밝혔고, 코카콜라 역시 “소득 그룹 간 소비 격차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형 리테일 업체에서는 ‘미니 패키지’ ‘저가 옵션’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생활물가 상승은 하위층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이다. ▲렌트(3.6%) ▲유틸리티(5.8%) ▲쇠고기(15%) 등 필수품 가격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특히 식품 가격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영향이 하위층 장바구니에 직접적 부담을 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17.9%에 달하는 평균 관세율이 식료품 가격을 약 1.3% 끌어올렸고, 이는 가구당 연간 1800달러(약 264만원)의 추가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연구도 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양극화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 내부에서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최근 연설에서 “상위 10%가 전체 개인 소비의 22%, 상위 20%는 35%를 차지한다”며 “하위층은 올해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며 이미 소비 계획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올해 고용 증가의 거의 전부가 의료·사회복지 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고소득층 소비와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랠리가 성장을 떠받치지만 이는 지나치게 협소한 기반”이라고 경고했다.
자산시장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경기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재러드 번스타인은 “주식시장 부의 1달러 감소는 소비 2~3센트 감소로 이어진다”며 “성장이 소수의 자산가치에 지나치게 좌우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도 “주가 조정이 오면 미국 경제의 ‘아래쪽K’가 먼저 무너지고 충격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비우량 車대출 연체율…정치적 부담 커져
실제로 신용 지표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 레이팅스는 서브프라임 오토론 60일 이상 연체율이 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4년 차량 압류는 170만건으로 2년 전 대비 40% 넘게 증가했다. 신용평가업체 트랜스유니언의 제이슨 라키 부사장은 “신용 위험이 중산층에서 사라지고 있고 소비자가 슈퍼프라임과 서브프라임 양극단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하위층 신용 붕괴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유고브·이코노미스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0%는 현재 경제를 “나쁘다”고 평가했고, “우수하다”고 답한 비율은 3%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상 최고의 경제”라고 주장해도 민심은 싸늘한 이유다. ▲관세 철회 ▲50년 모기지 구상 ▲보험 보조금 조정 등 최근 정책 변화는 ‘정책 실패’보다는 ‘생활물가 압박에 대한 정치적 방어’에 가깝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지금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은 성장의 불균형”이라고 말한다. 겉으로는 견조한 성장세가 유지되지만, 실제로는 상위층 소비가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편향된 회복’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성장률이 아니라 성장의 질이 문제인 셈이다. 아래쪽 K는 이미 장기적 스트레스에 들어갔고, 충격이 오면 가장 먼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가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는 시점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변화가 아니라, K자형 양극화가 실제 충격으로 전이되는 시점과 맞물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양극화 흐름을 방치할 경우 경기·정치·금융시장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소리 없이 진행되는 이 균열이 미국 경제의 ‘숨은 복병’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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