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개의 부품이 모여, 하나의 차량이 완성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작은 부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작고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 어느 하나 대체될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부품들이 차를 움직이고·길을 만들고·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지금부터, 미처 보지 못했던 부품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남성이 루프랙 위 루프 박스에 화물을 적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초밥·도시락통·관짝. '루프 박스'(Roof Box)를 부르는 별명이다. 차량 지붕 위에 얹힌 ‘길쭉한 상자’의 존재감이 워낙 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루프박스는 차박과 아웃도어의 상징으로 통한다. 괜히 전비만 갉아먹는 과시형 액세서리라는 평가도 있다. 설치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한 장치 중 하나가 루프 박스다.
전 세계 뿌리 내리는 ‘루프 박스’
루프 박스의 뿌리는 스웨덴 툴레 그룹에 있다. 글로벌 아웃도어·자동차 액세서리 기업 툴레는 1942년 설립됐는데, 1960년대에 차량 적재 장비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특히 1962년 출시된 첫 루프랙·스키랙은 오늘날 루프 박스 산업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후 루프 박스는 1950~60년대 유럽과 북미에서 자동차와 밴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는 자동차 여행이 조금씩 보편화되던 시기였다. 가족 단위 이동이 증가하면서 캠핑 장비·여행 가방 등을 실을 추가 공간이 필요해졌다. 루프 박스는 트렁크나 실내 공간에 더해 짐을 실을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었다.
루프 박스는 이후 수십여 년 동안 형태가 진화했다. 초기 모델은 금속제 구조이 탓에 무겁고 설치도 번거로웠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섬유강화플라스틱(FRP)과 경량 합성소재가 도입되며 무게와 사용성이 크게 개선됐다.
1980~90년대에는 공기역학(Aero) 설계가 적용돼 소음과 연비 손실을 줄인 유선형 형태가 본격 등장했다. 루프 박스가 ‘차량 설계와 결합된 레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 시기다. 이때부터 루프 박스는 단순한 수납 장비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루프 박스는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크로스오버 차량이 글로벌 시장의 주력 차종으로 떠오르면서, ‘적재 능력’이 상품 경쟁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너나없이 자사 ‘정품 액세서리 카탈로그’에 루프 박스 제품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은 최근 몇 년간 자동차 루프 박스가 가장 빨리 성장한 지역으로 통한다. 유럽의 자동차 레저 문화가 빠르게 확산된 영향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 조서 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동차 루프 박스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34.6%에 달했다.
시장 전망도 좋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향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지역으로 평가했다. 2021년 이후 해당 시장은 연평균 7% 안팎의 성장률(CAGR)을 기록하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오는 2032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14억 달러(약 1조 8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여행용 검정색 루프 박스가 루프랙에 장착된 차량. [사진 게티이미지뱅크]전기차 시대, 또 다른 시험대
물론 변수는 존재한다. 전기차의 확산이다. 차량 구조적 특성상 루프 박스를 장착하면 공기 흐름이 왜곡돼 공기저항계수(Cd)가 증가한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연비 하락이 크게 체감되지 않는 수준에 머물렀다. 전기차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항속거리 변화가 곧바로 사용자가 체감하는 불편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테스트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자동차 전문 채널 ‘아웃 오브 스펙’(Out of Spec)이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3 퍼포먼스 차량에 루프 박스를 장착했을 때 1.6km 주행 기준 전력 소모량은 305.7Wh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 조건에서 루프 박스를 장착하지 않은 경우(266.8Wh)보다 약 12.8% 증가한 수치다.
루프랙만 장착했을 때도 전비는 11.6% 감소했다. 루프랙과 루프 박스를 함께 장착할 경우 소비 전력 증가율은 22.9%까지 확대됐다.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이 곧 주행거리이기 때문에, 공기저항 증가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크게 반영된다. 이 때문에 전기차 이용자의 경우, 전비 손실을 충분히 고려한 뒤 구매·장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풍절음도 고질병이다. 루프 박스를 장착한 차량이 시속 70~80km 구간에 진입하면, 공기 흐름이 박스 외형과 충돌하며 특유의 소음이 발생한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소리의 강도와 주파수가 커지면서 장거리 주행 시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기차의 경우 정숙성이 강점인 만큼, 풍절음도 해결 과제로 통한다.
물론 해결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루프 박스’를 꼭 사용해야 한다면 이용자가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필요할 때만 장착하는 것’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는다. 즉, 캠핑·장거리 이동 등 명확한 필요가 있을 때 설치하고, 일상 주행에서는 탈착하는 방식이다.
루프 박스 특성상 탈착 과정이 번거롭지만, 이는 전기차 전비 손실과 풍절음, 주차 문제 등을 최소화하는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방법은 제품 선택 단계에서부터 공기역학적 설계를 고려하는 것이다. 일부 제조사는 차량 루프 라인에 맞춰 공기 흐름을 분산시키는 윈드 가드나, 소음 저감재를 넣은 제품도 출시 중이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전비 하락과 소음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선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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