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내년 9월부터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주와 맥주 등 모든 주류 제품의 라벨이 대대적으로 변경된다. 기존 텍스트 위주의 경고 문구에서 나아가 음주운전 위험을 알리는 자동차 그림과 임신부 음주 경고 그림이 의무적으로 포함된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과 ‘과음 경고문구 표기 내용 전부개정 고시안’을 마련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소비자가 술을 마시기 전 음주의 위험을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시각적 정보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문구로는 경각심을 주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위험 상황을 묘사한 픽토그램(그림문자)을 도입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고가 명시적으로 포함된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라벨에는 “음주운전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는 문구와 함께 술잔·술병·자동차가 그려진 금지 표지 그림이 들어간다. 음주운전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 행위라는 점을 술병에서부터 명확히 알리겠다는 취지다.

임신 중 음주 경고도 한층 구체화된다. 개정안은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기형 발생이나 유산 위험을 높입니다”는 문구와 함께 임신부 실루엣이 그려진 금지 그림을 부착하도록 했다. 임산부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태아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조치다.

알코올이 1급 발암물질임을 알리며 간암·위암 등 암 발생 위험과 청소년 성장 및 뇌 발달 저해를 경고하는 문구도 정비된다.

경고 문구의 가독성도 크게 개선된다.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읽기 힘들었던 경고 문구의 글자 크기가 술병의 용량에 따라 커진다.

300㎖ 이하 제품은 최소 10포인트, 1ℓ를 초과할 경우 최소 18포인트 이상으로 경고문을 표기해야 한다. 캔맥주처럼 코팅된 용기는 기준보다 2포인트 더 크게 표기해야 한다는 세부 규정도 마련됐다. 글자체는 모두 눈에 잘 띄는 ‘고딕체’로 통일된다.

경고 문구가 배경색에 묻히지 않도록 배경색은 술병 라벨의 다른 부분과 확실히 구분되도록 보색 등을 사용해야 한다. 경고 그림은 검은 실루엣에 빨간색 원과 취소선 등을 통해 누구나 한눈에 ‘금지’와 ‘위험’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표준화했다.

표기 위치도 소비자의 시선이 잘 닿는 곳으로 지정됐다. 상표에 직접 인쇄할 때는 상표 하단에,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 상표 하단의 잘 보이는 곳에 부착해야 한다. 경고 문구와 그림을 함께 넣을 때는 두 요소가 연속적으로 보이도록 배치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3월 공포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의 후속 조치다. 주류 업계 준비 기간을 고려해 내년 9월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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