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2인자'들의 쓸쓸한 퇴장과 '오너가 체제' 강화 물결
- 글로벌 불확실성과 저조한 실적 속 세대교체 흐름
삼성·SK·롯데 부회장들 퇴진, 2인자 입지 줄어
주요 그룹의 ‘2인자’로 평가받는 부회장들이 쓸쓸한 겨울을 맞게 됐다.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변화의 물결 속에 삼성과 LG, 롯데그룹의 부회장들이 줄줄이 퇴진했다. 2026년 임원 인사에서 전문경영인 출신 부회장들은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반면 오너가들은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는 상반된 모습이 나타났다.
세대교체 물결로 정리되는 2인자들
국내 주요 그룹들이 미·중 힘겨루기와 미국발 ‘관세 전쟁’ 등의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경기 침체 장기전을 대비하는 이들은 양적 팽창보다는 사업재편, 구조조정 등의 슬림화를 통해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긴축 분위기 속에 전문경영인 출신 2인자들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에서 부회장 자리는 감소하고 있다.
재계 1위 삼성그룹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정현호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에 이어 삼성그룹의 2인자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다. 그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비상 조직으로 신설된 사업지원TF장을 맡으면서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삼성그룹은 사업지원TF를 정식 사업지원실로 개편했고, 수장으로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을 앉히며 정 부회장의 자리를 잇게 했다.
LG그룹도 ‘2인 부회장 체제’에서 1명이 줄었다. 이번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만이 살아남았다. 신 부회장은 7년 동안 LG화학의 전지 소재와 신성장 사업들을 주도했던 입지적인 인물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뒤 변화의 물결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8년 ‘구광모호’ 출범 때만 해도 LG에는 6명의 부회장단이 포진했다. 2022년 부회장단이 4인 체제로 바뀌었고, 2024년에는 구 회장이 직접 선임한 부회장 2명만이 남았다. 그중 비교적 젊은 1963년생 권봉석 부회장만이 구 회장을 보좌하게 됐다.
롯데그룹의 변화는 더 다이내믹하다. 롯데는 부회장단 4명이 한꺼번에 퇴진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부회장을 비롯해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부회장이 모두 짐을 쌌다. 이로써 롯데그룹의 부회장은 0명이 됐다.
지난 2011년 신동빈 회장 취임 이후 롯데그룹은 ‘2인자’들이 살림살이와 사업 전반을 챙기는 구조로 돌아갔다. 부회장 0명 구조는 이번이 처음이라 내부에서도 술렁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고강도 쇄신 기조에 롯데그룹은 2년 사이에 최고경영자(CEO) 41명이 교체되는 등 대대적인 변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고강도 쇄신 기조로 볼 수 있다”며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신속한 변화 관리와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성과 기반 수시 임원 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원칙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회장단의 축소는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 ‘세대교체’라는 명목으로 단행됐다. 물론 미래 준비 차원도 있겠지만 저조한 성적표로 인한 질책성 인사로도 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부회장들이 공통적으로 정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용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삼성과 LG, 롯데의 경우 핵심 사업들의 성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수장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꼴”이라고 해석했다.
부회장 자리 채우는 후계자들
2·3세의 오너가들이 총수가 되고 영향력을 키우면서 부회장들의 면모도 바뀌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 실행력 강화 차원에서 오너가의 입지가 확대되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형제나 사촌 혹은 후계자들이 빠르게 부회장 자리를 대체하면서 ‘오너가 체제’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GS그룹에서는 올해 오너가 2명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와 허세홍 GS 대표가 부회장으로 올라갔다. 허용수 부회장은 GS가 2세인 고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허세홍 부회장은 GS가 3세인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허용수 부회장과 허세홍 부회장은 삼촌, 조카 관계다.
GS그룹은 기존 홍순기 ㈜GS 부회장에 더해 ‘부회장 3인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이들은 허태수 GS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 성장 혁신 드라이브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오너가 체제 강화로 실행 속도를 높인다는 계산이다.
GS 관계자는 “이번 부회장의 선임은 에너지 산업 구조 개편이 임박하고, 글로벌 정유·석유화학 사업이 어려워진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해 강력한 책임을 부여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에서 부회장들이 대거 빠진 자리를 대체할 인물로는 후계자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이 꼽힌다. 신유열 부사장은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그는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 자리에 올랐다.
롯데지주의 미래성장실장을 겸하고 있는 신 부사장은 내년부터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컨트롤 부서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신 부사장은 실질적인 2인자로서 바이오 사업 등 그룹의 주요 신사업에 대한 지휘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롯데그룹은 올해 계열사를 유통·화학·식품·호텔 등 산업군별로 묶어둔 헤드쿼터(HQ)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면서 HQ 총괄대표를 맡고 있던 김상현 부회장과 이영구 부회장이 물러났다.
향후 신 부사장은 그룹 전략을 컨트롤할 수 있는 조직의 수장을 맡으면서 사업 전반을 지휘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의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신 부사장은 2022년 임원이 된 뒤 2023년 상무, 2024년 전무, 2025년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변동성 확대에 조직을 슬림화해서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는 '오너가 체제' 강화 방향으로 그룹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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