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해외 수주 폭발’ K건설, 단순 외형 경쟁 넘어 구조개편 시험대
- 유럽·에너지·원전으로 ‘수주 지형’ 대전환
양적 수주 확대보다 ‘수익형 해외 진출’ 필수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올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 리스크에도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가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시장 반전의 분기점에 들어섰다. 중동 중심이던 발주 구조가 유럽과 에너지 시장으로 옮겨가고, 원전·플랜트 중심의 고수익 프로젝트가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대형 프로젝트 쏠림과 수익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외형 확대’에서 ‘수익형 글로벌 사업 모델’로의 체질 전환이 향후 K-건설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는 올해 10월까지 총 428억8579만달러(약 63조640억원)의 해외 공사를 수주했다. 전년 동기 285억2585만달러(약 41조9590억원)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로, 통계가 집계된 매년 10월 누적 기준 2014년 이후 11년 만의 최고 실적이다. 총 45개 기업이 34개국에서 72건을 따냈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삼성물산·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삼성E&A·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수주 상위권을 형성했다.
중동에서 유럽으로…원전이 시장 판 바꿔
건설사별 성과도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플랜트·에너지 분야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연달아 확보하며 민간 부문 최상위권을 견인했다.
삼성물산은 중동과 오세아니아를 중심으로 발전설비 사업을 잇따라 따내며 해외 수주 규모를 빠르게 확장했다. 올해 확보한 해외 사업액은 약 63억달러(9조2700억원)에 달하며 업계 2위권에 자리했다. 특히 카타르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단독 EPC(설계·조달·시공) 방식으로 담당하게 되면서 신재생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앞서 수주한 라스라판·메사이드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카타르 태양광 발전 용량의 대부분을 삼성물산이 수행하게 된다.
현대건설은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고르게 성과를 냈다. 이라크 해수처리 사업, 사우디 송전선로 공사 등을 잇달아 수주하며 올해 해외 수주액은 약 41억달러(약 6조306억원)를 기록했다. 원전·송배전·담수화 등 공종 다변화가 실적 방어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향후 원전·소형모듈원전(SMR) 분야를 신성장 축으로 삼아 2030년까지 연간 7조원 규모 원전 수주 달성이라는 중장기 목표도 제시한 상태다.
삼성E&A도 지난 10월 미국 와바시 지역의 저탄소 암모니아 플랜트 EPF 프로젝트를 따내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금액은 약 4억7000만달러(약 6900억원) 규모로 크지 않지만, 친환경 암모니아 분야 첫 진출이자 2011년 이후 10여 년 만의 미국 재진출로 상징성이 크다.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역시 해외 발주 대응을 강화하면서 수주 순위 상위권에 재진입했다. 반면 GS건설과 DL이앤씨는 해외 플랜트 경쟁 심화와 프로젝트 선별 강화 영향으로 전년 대비 실적이 다소 주춤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역별 수주 비중에서도 뚜렷한 이동이 관측된다. 사우디·카타르 등 중동에 쏠렸던 수주가 올해는 유럽이 주력 시장으로 부상했다. 올해 유럽 수주액은 198억1932만달러(약 29조1500억원)로 전체의 46.2%를 차지해 처음으로 지역별 1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6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의 초대형 도시·인프라 사업은 여전히 전략적이지만 발주 위축과 지연 이슈가 존재하는 반면, 유럽은 원전·청정에너지·인프라 리뉴얼이 분명한 정책 수요로 등장하고 있다”며 “중동 의존도가 줄어드는 가운데 수주 기반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연말까지 사우디 ▲네옴(NEOM) 프로젝트 ▲카타르 액화천연간스(LNG) 플랜트 추가 발주 ▲동남아 인프라 패키지 사업 등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은 기간 변수가 없다면 올해 총 해외수주 500억달러(약 73조2750억원) 돌파는 무난하다”는 전망을 낸다. 실제로 정부도 ‘수출·수주 외교지원단’ 출범을 통해 재외공관·부처·경제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지원 체제를 가동, 금융 접근성·정책 지원·국가 간 프로젝트 협력에 힘을 싣고 있다.
'천장 뚫은 해외 수주'…낙관 일변도는 금물
해외 수주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구조적 한계와 리스크도 여전하다. 우선 올해 실적 증가분 대부분이 두코바니 원전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집중된 만큼, 향후 후속 대형 사업이 지연되거나 부재할 경우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원전 효과를 제외하면 전체 수주 규모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해외 사업은 고위험 구조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지정학 갈등 ▲환율·자재비 변동 ▲저가 수주 경쟁 심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 강화 등은 국내 기업 수익성에 위협 요인이다. 중동 프로젝트 감소세 역시 지속된다면 시장 다변화 속도도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올해 흐름이 단순한 ‘수주 반등’이 아니라 K건설 산업의 체질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국내 주택경기 의존도를 낮추고, 플랜트·에너지·스마트 인프라 중심의 글로벌 비즈니스모델로 전환하는 기업이 향후 업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제 양적 수주 확대보다 ‘수익형 해외 진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수요가 반등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해외 수주 확대가 필수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중요한 건 ‘공사 따오는 것’이 아니라 ‘돈 남기는 사업’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전·에너지·친환경 인프라는 선진국 중심으로 발주가 꾸준해 글로벌 시장에서 구조적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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