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기아 창립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아의 미래는 도전”이라며 기아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규정했다. 동시에 자율주행 기술 경쟁과 관련해선 “격차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속도보다 안전성을 우선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늘 도전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1944년 창립한 기아는 국내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다. 1998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됐고, 정 회장은 2005년 당시 기아차 사장으로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인물로 꼽힌다.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기아에 디자인 경영을 안착시킨 것도 그의 성과로 평가된다.

정 회장의 ‘기아 시절’ 회고는 이미 공개된 바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23년 한국경제인협회가 진행한 이른바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행사인 ‘갓생한끼’에 참여했다.

당시 정 회장은 기아를 맡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회사가 정말 망하기 일보 직전이어서 은행을 찾아다니며 돈도 많이 꿔봤고 여러 가지 많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건 나 혼자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내부 팀워크였고, 그때 배운 것이 컸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 대해 그는 “80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정부 여러분이 도와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기아에 계신 분들이 과거를 정확히 알고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보고, 그 부분을 우리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갈 길이 더 멀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며 “과거에 우리가 잘했던 부분, 또 실수했던 부분을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기아의 정체성을 ‘도전’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다. 그는 “과거에 굴곡이 많았던 만큼 결국 (기아가 나아가야 할 길은) 도전”이라며 “(김철호) 창업주가 가졌던 생각을 이어가고, (정몽구) 명예회장님의 생각도 계속 가져가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다른 기아만의 고유한 DNA를 묻는 질문에는 비유를 곁들였다. 정 회장은 “기아는 정제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라고 볼 수 있다”며 “굉장히 원초적으로 강하고 개성이 있는데, 그것을 잘 다듬으면 아주 훌륭한 보석으로 태어날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희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조금 늦은 편이고,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어 격차가 다소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격차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이라며 “안전 쪽에 좀 더 포커스를 두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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