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컬래버레이션]②
은행 간 시스템 개방→플랫폼 전쟁 본격화
방카슈랑스 완화, 지방은행·인뱅 맞손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생활금융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금융업과 유통업의 협업이 활발해진데 이어, 금융업계 안에서도 서로 비슷한 서비스를 융합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내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오픈뱅킹으로 대표되는 시스템 개방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를 통한 상품 영역 확장 ▲공동대출 모델을 통한 은행 간 협력 심화가 대표적이다. 이런 흐름은 전통적인 금융업의 경계를 허물고 경쟁 구도를 재편하며 ‘초(超)금융’ 시대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금융 소비자들은 주거래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다른 모든 은행 계좌의 잔액을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게 됐다. 특정 은행이 모든 은행의 기능을 흡수한 것이 아니라, 금융 결제 인프라가 개방되면서 오픈뱅킹(Open Banking)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이란 금융기관들이 표준화된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고객의 동의를 받고 다른 은행 계좌의 정보에 접근해 거래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다. 2019년 말 전면 도입된 오픈뱅킹 서비스는 은행 간의 경쟁 구도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기존에는 지점 수나 예금·대출 금리가 은행의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오픈뱅킹 도입으로 사용자 편의성(UX/UI)과 플랫폼 역량 경쟁이 새로운 무기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시스템 개방과 플랫폼 전쟁
원스톱 서비스의 실현과 플랫폼화 오픈뱅킹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금융 소비자가 여러 은행 앱을 번갈아 접속할 필요 없이, 가장 편리한 주거래 앱을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활용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를 계기로 금융 활동에 대한 주도권이 은행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로 옮겨가게 됐다는 평가다. 플랫폼 경쟁이 심화하면서 각 은행은 단순히 금융 상품 판매를 넘어 생활 편의 서비스, 커뮤니티 기능 등을 앱에 통합하며 고객을 붙잡아두려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은행들은 소비자의 분산된 금융 정보를 오픈뱅킹으로 한데 모은 뒤 자산을 통합 관리해 주는 ‘마이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로 확장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은행이 고객의 소비 패턴과 금융 자산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 맞춤형 대출 상품 추천이나 투자 자문 서비스의 정교함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은행-보험 경계 허물기, ‘금융 슈퍼마켓’ 시대 오픈뱅킹이 은행과 은행 정보의 결합, 즉 수평적 협력이라면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는 은행이 보험 영역으로 수직적 확장을 시도하는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국내에서는 특정 보험사 상품이 과도하게 팔리는 쏠림 현상과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 창구 판매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엄격하게 규제해왔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이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실제 내년부터 은행 창구에서 특정 생명보험사 상품의 판매 비중 한도가 기존 33%에서 50%까지 상향 조정된다. 손해보험 상품은 50%에서 75%까지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은행이 예금, 대출을 넘어 다양한 보험 상품까지 취급하게 되면서 은행 지점은 소비자가 필요한 금융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는 ‘금융 슈퍼마켓’으로 진화하게 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규제 완화 이후 특정 상품으로의 판매 쏠림 현상이 발생하거나 금융 지식이 부족한 고객에게 불완전 판매가 이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상품 영역 확장과 협력 모델의 진화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낮은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공동대출은 인터넷은행의 디지털 역량과 지방은행의 지역 기반 자금력을 결합한 새로운 생존 방식이다.
공동대출은 토스뱅크와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이 지방은행(광주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등)과 함께 공동으로 대출을 진행하는 서비스다. 전국 단위 모바일 플랫폼 역량을 갖춘 인터넷은행과 안정적인 자금력·지역 밀착 노하우를 결합한 지방은행이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은 국내 최초로 신용대출 공동대출 상품을 출시했고 케이뱅크와 부산은행 역시 이 모델을 채택하며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공동대출은 대출 재원을 공동 부담하고 각 사가 보유한 신용평가모형(CSS)을 교차 활용해 리스크를 다각적으로 검토한다. 이는 기존 단일 은행 모델로는 포괄하기 어려웠던 소비자에게 더 합리적인 금리를 제공하며 금융 포용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지방은행의 경우 활동 무대를 전국으로 넓혀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지역을 중심으로 모객 활동이 이뤄졌던 한계를 깨고 인터넷은행의 플랫폼을 통해 전국 고객과 접점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역시 이 모델을 단순히 개인신용대출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 생산적 금융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은행 간 협력은 금융 시장 전반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오픈뱅킹으로 촉발된 시스템 개방,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로 상품 영역 확장, 공동대출로 진화한 은행 간 협력은 금융업계 전반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며 “금융 서비스 경계의 붕괴는 금융사에게는 무한 경쟁과 혁신을 요구하겠지만 소비자에게는 금융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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