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쿠팡이 한국법인의 임시 대표로 미국 본사 소속 법률 전문가를 선임했다. 기존 한국법인 대표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다. 대표 교체에 따라 쿠팡 본사와 한국법인간 의사소통이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미국에서 집단소송이 예고된 것도 이번 대표 선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풀이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한국법인의 임시 대표로 선임된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CAO & General Counsel)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개인정보 유출 사태 수습에 나설 예정이다. 로저스 대표는 이전부터 한미 양국을 오가며 업무수행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저스 대표는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과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쿠팡Inc를 이끄는 핵심 경영진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김범석 의장과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는 김범석 의장과 직접적인 소통이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올해 김범석 의장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쿠팡 입장에서는 조속한 사태 수습이 절실하다. 정부가 쿠팡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수차례 쿠팡을 언급하며 ‘징벌적 손해배상 및 과태료 현실화’에 대해 지시한 상태다.

경찰은 쿠팡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며 고강도 압수수색도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9일부터 오늘(11일)까지 사흘째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개인정보 유출 경로 및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7일 쿠팡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청문회 증인 명단에는 ▲김범석 의장 ▲강한승 전 대표(현 쿠팡Inc 북미총괄) ▲브랫 매티스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민병기 정책협력실 부사장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등이 포함됐다. 이번 청문회는 김범석 의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서라는 국회의 압박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예고된 집단소송에 원활히 대처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로저스 대표는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법률 전문가다. 현재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에는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법인 SJKP가 뉴욕 연방법원에 쿠팡Inc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한미 양국에서의 집단소송도 예고됨에 따라 체제 변경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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