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우리도 챗GPT 도입했는데...", 왜 혁신 아이디어 안 나올까 [스페셜리스트 뷰]
- AI 투자에도 조직이 멍청해지는 이유
'비용 절감' 늪을 건너 '지능 확장'의 바다로 활용해야
최근 만난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하소연이다. 그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사적 AI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기대했던 게임 체인저로서의 성과 대신 직원들의 복사 붙여넣기 실력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이것은 비단 이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맥킨지, 골드만삭스 등 유수의 기관들이 AI가 가져올 장밋빛 생산성을 예고했지만, 현장의 리더들이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인지적 외주화' 덫에 걸리다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진단하자면, 우리 조직은 지금 인지적 외주화의 덫에 걸려 있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아끼려 한다. AI가 보고서를 요약해주고 이메일 초안을 써주면, 우리 뇌는 정보 처리 과정을 생략한다. 이를 인지적 외주화라 부른다.
이런 문제는 기업이 AI 도입의 목적을 오직 효율과 비용 절감에만 맞출 때 발생한다. 직원들이 AI에게 '이 회의록 요약해줘' '보고서 초안 써줘'라고 맡기고 그 결과물을 검토 없이 수용하는 순간, 조직의 사고 근육은 퇴화하기 시작한다. 각 직무마다 정보를 씹어 먹고 소화해서 통찰을 만들어내던 과정이 사라지고, 그저 정보를 유통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수억원을 들여 도입한 AI가 당신의 직원을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버튼을 누르는 기계로 만들고 있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퇴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까.
나는 최근 지도한 연구를 통해 그 실마리를 발견했다. 국내 대표 제조기업인 포스코의 사내 AI 대화 로그 78만건을 분석한 결과, 전통적인 제조업 현장에서 AI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부만 예를 들자면, 직무 숙련도에 따라 AI를 다르게 쓰는 현상을 관찰했다. 저숙련 직원에게 AI는 역량의 격차를 줄여주는 평준화 도구였다. 반면, 고숙련 전문가에게 AI는 복잡한 문제를 더 깊게 파고들게 도와주는 전략적 지렛대로 쓰이고 있었다. 인사·보건 등 개발 직군이 아닌 직원들이 AI를 이용해 코드를 짜고 업무를 자동화하는 움직임, 이른바 시민 개발자 현상도 관찰됐다.
저숙련 직원의 격차 감소와 고숙련 전문가를 위한 지렛대, 둘 중 어느 쪽이 포스코에게 더 중요할까? 직무 능력을 평준화하거나 효율화하는 게 목적인지, 아니면 좀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쓸 것인지, 조직에서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찌 보면 둘 다 필요하다. 하지만 포스코 사례가 보여주는 진정한 미래 가능성, 장기적 성장의 동력은 후자, 즉 고숙련 전문가의 심화 활용과 시민 개발자의 새로운 도전에 있다. 평준화는 출발선이지만, 확장이야말로 목적지다.
퇴보와 혁신의 갈림길
이 지점에서 조직 차원의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메타인지가 개인의 사고 과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이라면, 조직의 메타인지는 조직 전체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 방향이 조직의 목표와 일치하는지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조정하는 능력이다. 앞서 언급한 인지적 외주화는 바로 이런 메타인지가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AI를 맹목적으로 믿고 의존하는 대신, AI 활용의 결과가 조직의 지능을 높이는지 아니면 갉아먹는지 냉철하게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개입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지적 외주화의 해독제이자 조직의 생존 전략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 차원에서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오랫동안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제 메타인지는 AI라는 두 번째 지능을 개인이나 조직이 장착하는 과정에서 더 큰 도전 앞에 서있다. 생성형 AI의 역사는 불과 3년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간 발표된 여러 연구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개인과 조직의 비판적 사고·창의성·소통 역량이 감소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즉, 구성원 및 조직이 AI에 기대어 생각하지 않는 기계로 퇴보할 것인지, 아니면 두 번째 지능을 발판 삼아서 놀라운 혁신가로 진화할 것인지,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의 유추적 사고로는 이 거대한 갈림길을 온전히 지날 수 없다. 우리 조직의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AI라는 새로운 지능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는 제1원칙 사고가 필요하다.
AI로 아낀 시간, 재투자에 써라
구성원의 기존 R&R(역할과 책임)에 어떻게 AI를 접목할 것인지 고민하는 기업이 많은데, 이는 상당히 아쉬운 사고 전략이다. 이런 사고로는 기존 R&R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한다.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자.
'우리 조직의 모든 R&R을 다 지워버린다고 가정할 때, AI라는 새로운 컴포넌트를 포용해서, 조직 전체의 R&R을 어떻게 기초부터 재설계할까?' 이는 개인 차원에서는 이런 질문이 된다.
'당신이 조직 내에서 이제껏 맡고 있던 R&R을 모두 지워버리고, AI를 접목해서 자신의 R&R을 새롭게 설계한다면, 당신의 R&R은 무엇인가?' 이렇게 근본을 흔드는 제1원칙 사고 전략을 써야한다.
R&R의 재설계를 어떻게 접근할지 난감하다면, 이렇게 생각해 봐도 좋다. AI 전환은 구성원 각각에게 단순히 툴(Tool)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AI로 아낀 시간을 재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대다수 기업은 AI를 통해 기존 업무 프로세스의 시간을 단축하려 한다. 그렇게 해서 인력을 감축하는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다. 반복 업무를 줄여 시간을 버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다.
미뤄왔던 신규 시장 탐색을 시작하고, 우리 조직의 역량 밖이라 여겼던 기술적 도전을 AI와 함께 시도하며, 우리 조직이 가진 핵심 강점을 AI를 통해 압도적으로 증폭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을 AI에게 맡겨 시간을 벌었다면, 그 시간에 고객의 숨은 욕망을 읽어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이 결합하여 만드는 증강 지능의 본질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뇌를 확장하는 파트너다. 포스코의 현장 엔지니어들이 설비 문제를 AI로 즉각 해결해 시간을 아낀 것처럼 비효율을 제거하고, 비개발직군이 코딩에 도전해 시민 개발자가 된 것처럼 AI를 안전한 실패의 파트너로 활용하게 해야 한다. 또한 고숙련 전문가들이 AI를 통해 단순 업무가 아닌 심도 있는 분석에 집중했던 것처럼, 인간의 고유 역량을 증폭시켜야 한다.
AI는 왜 필요한가...냉철한 답변 필요해
이런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우리에게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AI 시대의 리더십은 좋은 질문을 구상하는 능력과 AI가 내놓은 결과물에서 새로운 맥락을 읽어내는 통찰력으로 재편된다. 리더가 질문을 멈추고 AI의 답에 안주하는 순간, 그 조직은 AI가 학습한 과거의 데이터, 즉 평균의 함정에 갇히게 된다.
혁신은 평균에서 나오지 않는다. 실패를 용인하고, AI와의 협업을 통해 얻은 작은 성공들을 공유하며, 조직 전체의 지능을 높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역사를 돌아보자. 전기가 발명됐을 때, 단순히 증기기관을 전동 모터로 바꾼 공장은 망했다. 공장의 레이아웃과 작업 방식을 전기라는 새로운 에너지에 맞춰 재설계한 기업만이 살아남았다. AI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사람을 줄이고 비용을 깎는 용도로만 AI를 쓴다면, 당신의 기업은 2026년에 가장 효율적으로 망해가는 기업이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의 조직이 AI를 통해 사고를 외주화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고를 확장하고 있는지, 조직의 R&R에 근본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답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내일 당장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첫째, 이번 주 안에 당신 조직의 AI 활용 현황을 점검해보자. 구성원들이 AI로 절약한 시간을 어디에 재투자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일찍 퇴근하거나 다른 단순 업무로 채우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 달 안에 소규모 실험 프로젝트를 시작해보자. 한 팀을 선정해 AI로 아낀 시간의 30%를 신규 시장 탐색이나 혁신 과제에 의무적으로 투입하고, 그 결과를 측정해보면 좋겠다.
우리는 이제 AI라는 두 번째 지능을 곁에 두고 살아가게 됐다. 거대한 지능의 파트너와 제대로 악수할 준비가 필요하다. 비용 절감이라는 얕은 늪을 건너, 지능 확장이라는 드넓은 바다로 나아갈 시점이다. 첫 걸음은 지금, 당신의 결단에서 시작된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AI비즈니스전공 주임교수(인지과학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면봉 개수 → 오겜2 참가자 세기.. 최도전, 정직해서 재밌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2/21/isp20251221000019.400.0.jpg)
![갓 잡은 갈치를 입속에... 현대판 ‘나는 자연인이다’ 준아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1/21/isp20251121000010.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ECM 제품에 3D 안면스캐너 기술 접목"...레이, 에스테틱 신사업 승부수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단독] 이병헌 “오스카 레이스, 아이돌 마음 이해…내 인생의 ‘현상’” [신년인터뷰]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공사현장 지키는 ‘깐부’ 로봇…피지컬 AI가 현실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only 이데일리]베인캐피탈, 국내 1위 애슬레저 '안다르' 모회사 지분 인수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장기지속형 대세론에 제동, 비만치료제 주 1회·경구 지배 전망…업계 시각은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