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돈 안 쓰면 이렇게…기업들 생각은 똑같다 [‘제로 성장’ 유통가, 생존 전략은]②
- ‘꽉 닫힌 지갑’ 소매 시장 0% 성장 전망
강점 살리고 단점 보완…차별화로 승부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유통업계의 한숨이 깊어진다. 고물가 등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는 오프라인 중심 유통사들은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올해도 업황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제로 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1% 성장 기대도 힘들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 대비 3.3% 감소했다. 21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새해에도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다. 국가데이터처는 올해 전체 소매 시장이 전년 대비 1.9%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외한 실질 성장률은 ‘제로 성장’에 가까울 것이라는 게 신세계그룹 측 분석이다. 신세계는 관련 내용을 직원 교육용 영상 등을 통해 공유하기도 했다.
국내 소매 시장의 제로 성장 전망은 신세계만의 판단이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 역시 국내 소매 시장의 0%대 성장을 전망했다.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꺼린다는 것은 해외 매출 비중이 적은 오프라인 유통사들 입장에서 최악이다.
이 같은 시장 전망은 이커머스 산업 성장에 따른 온라인 쇼핑 수요 증가로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사들을 휘청이게 할 수도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유통산업에서 오프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11월 기준 45.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한 것이다. 반대로 온라인 매출 비중은 54.1%로 1.1%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와 이커머스간 경쟁도 벅찬 상황에서 시장까지 받쳐주지 않으니 막막하다”며 “물론 새해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보는 기업은 항상 없었다. 새로운 사업 계획에 따라 각자 준비한 전략을 적절하게 펼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위기 속 돌파구 찾아라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은 업종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유사한 생존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은 기존에 잘했던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집중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공통으로 ‘할인 행사 확대 등 가격 경쟁력 강화’를 생존 전략으로 꼽았다. 이마트는 초저가 전략(5K 프라이스·와우샵)과 이미 검증된 대형 행사(고래잇 페스타)를 결합해 ‘가격·상품·채널·콘텐츠’ 전방위에서 고객 체감 혜택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이마트는 고래잇 페스타를 공격적으로 확대한다. 행사 기간은 기존 주말 3~4일에서 7일 행사로 연장하고, 할인 품목도 기존 대비 30%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가격 경쟁력·오프라인 차별화 등을 중심으로 올 한 해를 버틸 계획이다. 회사는 가격 경쟁력 강화의 하나로 고객 물가 부담을 낮춰주는 ‘통큰데이’와 같은 먹거리 할인 프로모션을 정기 행사로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의 본질인 ‘신선식품 품질’을 한층 강화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율을 높이는 데도 집중할 예정이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도 가격·상품 경쟁력 강화와 대형마트의 강점인 신선식품 등의 카테고리 집중으로 위기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국내 소매 시장의 성장 둔화는 업계 전반이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환경 변화로 보고 있다”며 “당사는 이런 흐름 속에서 고객 체감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점포별 차별화 공간 조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2년 연속 합작 연매출 5조원을 돌파한 롯데타운 명동과 잠실에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타운 잠실은 백화점·에비뉴엘·롯데월드몰 잠실점 등 각 플랫폼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단지 전반 및 송파구 일대와 연계한 대규모 ‘시즌 시그니처 콘텐츠’를 통해 집객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타운 명동은 최근 출시한 외국인 고객 대상 멤버십 카드와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점포별 특성에 맞는 공간 혁신과 전문성 있는 콘텐츠 확보를 통해 경쟁우위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지난해 6000여평의 식품관을 완성한 강남점 등과 같이 리뉴얼 투자를 올해도 지속할 방침이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신세계=럭셔리’라는 이미지도 공고히 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점포별 특색에 맞춘 시그니처 공간 조성과 신규 지식재산(IP) 콘텐츠 개발, 대형 테넌트(입점 매장) 시설 보강 등 고객 체험과 경험 요소를 대폭 강화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일례로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판교점은 ‘고급화’에 초점을 맞춰 주요 명품을 유치하고 초우량 VIP 고객 케어 서비스를 한 단계 끌어올릴 예정이다.
편의점들은 상품 차별화 전략으로 침체한 소매 시장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GS25는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한 특화 매장(FCS)을 확대해 1인 가구 및 소가구 중심의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적극 흡수할 계획이다. 회사의 올해 목표는 연말까지 FCS 매장 1000호점 출점에 성공하는 것이다. GS25는 핵심 먹거리 및 차별화 단독 상품 개발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CU는 최신 소비 흐름을 반영한 차별화 상품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가격·품질·다양성 등 모든 측면에서 상품력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아동·여성·노년 등 보다 세분화된 고객 맞춤형 상품을 통해 고객 저변을 넓혀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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