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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글로벌 무역 디지털화 테스트베드”…IOTA가 도전하는 ‘종이 없는 무역’ [이코노 인터뷰]
- 도미닉 쉬너 IOTA 공동 창립자
블록체인 기술, 무역·통관 문서 검증 위한 인프라 구축에 활용
한국 기업·당국·금융기관과 파트너십 논의 중…“1분기에 성과 공개”
이 같은 병목을 해소할 기술로 블록체인·가상자산(암호화폐)이 거론돼 왔지만, 현실에서는 투기적 이미지에 가려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가격 변동성과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이 앞서면서, 기술이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 이 지점에서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아이오타(IOTA) 재단의 접근은 다르다.
2015년 설립된 IOTA는 분산원장기술(DLT) 기반 프로젝트를 통해 가상자산 결제보다 무역·물류·공급망 등 산업 현장에서 데이터와 문서를 안전하게 공유·검증하는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 개발·운영돼 왔다.[이코노미스트]는 파트너십 논의를 위해 한국을 찾은 IOTA 공동 창립자이자 재단 이사회 의장인 도미닉 쉬너(Dominik Schiener)를 만나 글로벌 무역 디지털화 전략과 한국을 다음 무대로 주목하는 이유를 들었다.
쉬너 의장은 IOTA가 출범 당시부터 가상자산 활용이 아닌 현실 경제의 구조적 비효율을 해결하는 데 목적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IOTA는 ‘코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현실 경제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영역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며 “그 답이 글로벌 무역이었다”고 말했다.
지목한 무역의 핵심 문제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신뢰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쉬너 의장은 “국제 무역에서 문서가 많고 절차가 복잡한 이유는 국가와 기업이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종이 문서는 오랫동안 신뢰의 역할을 해왔지만, 글로벌·실시간 경제 환경에서는 더 이상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IOTA가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대상도 명확하다. 그는 “우리가 다루는 것은 가격 차트나 거래소가 아니라 통관 서류와 무역 문서·항만과 세관·공급망과 정부 시스템”이라며 “데이터가 위·변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국경을 넘어 증명할 수 있다면, 무역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IOTA는 플랫폼이 아닌 공공 인프라로의 접근을 택했다. 쉬너 의장은 “글로벌 무역은 특정 기업이 통제하는 플랫폼으로는 확장될 수 없다”며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기 때문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IOTA는 비영리 재단 형태의 트윈 파운데이션(TWIN Foundation, 이하 TWIN)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TWIN은 글로벌 무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서와 데이터를 국가·기관·기업 간에 안전하게 연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 조직이다. IOTA를 비롯해 세계경제포럼(WEF), 토니 블레어 글로벌 변화 연구소 등 정책·무역 분야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IOTA 네트워크의 역할은 데이터를 직접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데이터가 위·변조되지 않았다는 증명만을 기록하는 것이다. 쉬너 의장은 “데이터는 각 기관이 보유하고, 네트워크에는 신뢰의 증거만 남긴다”며 “이 방식은 데이터 주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국경 간 신뢰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 모델은 이미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
쉬너 의장은 “유럽연합(EU) 아프리카 파일럿 프로젝트에서는 통관에 수 주가 걸리던 절차가 수일 수준으로 단축됐다”며 “수기 승인과 중복 입력이 줄어들면서 행정 비용과 지연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IOTA의 시선은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쉬너 의장은 한국을 “글로벌 무역 디지털화의 테스트베드이자 확장 거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은 디지털 통관 시스템과 무역 행정 역량이 이미 제도적으로 정착된 국가”라며 “정책 실험이 아니라 실제로 운영해 본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단일 창구(single window) 체계와 민관 협업 구조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많은 국가가 무역 데이터 통합을 말하지만, 실제로 이를 운영해 본 국가는 많지 않다”며 “한국은 이미 통관·물류·무역 행정 데이터가 상당 부분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IOTA의 한국 진출은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쉬너 의장은 “한국의 시스템은 국경 안에서는 매우 효율적”이라며 “문제는 국경을 넘는 순간 다시 종이와 수기 절차로 돌아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IOTA와 TWIN은 바로 그 경계 지점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IOTA는 한국 내 물류 기업과 항만 당국·일부 정부 기관·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파트너십 논의를 진행 중이다. 쉬너 의장은 “무역 전반을 아우르는 인프라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영향력이 큰 주체들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026년 1분기에는 한국과 관련된 의미 있는 성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검증된 무역 디지털화 모델은 다른 국가들에 강력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며 “IOTA는 한국을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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