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스닥’ 시대 열린다]②
이익이 만든 체급 변화…실적으로 투심 자극
시총 상위 4개 기업, 작년 주가 두 자릿수 상승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 증시가 ‘불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코스닥 시장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중소형 성장주의 집합소로 인식됐지만,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는 초대형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시장 체급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변동성이 큰 시장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체질 변화의 분기점에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도 호응하며 지난해 코스닥 초대형 기업의 주가 상승세가 강한 모습을 보였다.
에코프로, 에이비엘바이오 ‘시총 10조 클럽’으로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은 총 네 곳이다. 기존의 알테오젠과 에코프로비엠에 더해 에코프로와 에이비엘바이오가 지난해 국내 증시 상승을 바탕으로 새롭게 합류하면서 ‘시총 10조 클럽’ 반열에 올랐다. 알테오젠의 시총은 지난 12일 기준으로 26조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은 14조6700억원, 에코프로는 12조 7600억원, 에이비엘바이오는 11조2100억원을 달성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2차전지 관련 기업으로 에코프로가 에코프로비엠의 지주회사다.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는 바이오 기업이다.
전통적으로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은 코스피 대형주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시총 10조 클럽’이 코스피 기업 중 60여 개에 이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닥에서도 이 같은 규모의 기업이 등장하는 중이고, 주식 상승에 따라 ‘시총 10조 클럽’ 진입을 대기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제약바이오 기업 HLB가 대표적이다.
시총 대형주만 아니라 시총 1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코스닥 상장사 수도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코스닥 시장 전체에 투자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종가 기준 코스닥 ‘1조 클럽’ 상장사는 47곳에서 85곳으로 1년 새 38곳(80.6%)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1조 클럽’ 상장사는 200곳에서 238곳으로 38곳(19%) 증가했다. 규모는 여전히 코스피가 앞섰지만, 증가 속도에서는 코스닥이 월등히 앞선 모습이다.
영업이익 증가 기반 ‘주가 급상승’
조 단위의 시가총액을 기록한 기업들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업계에선 단순히 주가가 오른 결과만 아니라, 기업의 이익 기반이 함께 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코스닥 대형주들의 주가 상승은 테마성 급등보다는 실적 개선과 성장 가시성에 기댄 흐름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2차전지, 바이오 등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인 알테오젠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72억6200만원으로 전년 동기의 23억7400만원과 비교해 36배 이상 급증했다. 매출 규모도 같은 기간 520억원에서 1513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스닥 시총 2위인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이익은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누적으로 1017억5000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증권업계는 흑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을 보고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적정 주가를 16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원광 생산 쿼터를 전년 대비 34%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하며 니켈 가격이 빠르게 반등하는 중”이라며 “(에코프로비엠이) 고압산침출(HPAL)의 혼합수산화물침전물(MHP) 제련소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어 관련된 투자이익 상승뿐 아니라 잠재적 전구체 밸류체인 완성도가 제고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규로 시총 10조를 기록한 에코프로, 에이비엘바이오의 수익도 크게 개선됐다. 에코프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669억8800만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적자에서 흑자 전환을 이뤘다. 에코프로는 올해를 ‘글로벌 경영 2.0’ 원년으로 규정하고, 유럽 전초기지인 헝가리 공장과 인도네시아 제련소 등 해외 사업장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0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전년의 402억원 영업손실과 비교해 개선 속도가 빨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에 주가도 호응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에코프로비엠은 38.9% 상승했고 이어 ▲알테오젠 49.8% ▲에코프로 67.6% ▲에이비엘바이오 572.2% 등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코스닥 ‘대어’ 중심 시장 안정성 확대 기대
증권업계는 앞으로도 시가총액 대어들이 업종 내 지배력을 보여주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기업에 대한 ‘선별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코스닥 대형주가 늘어나면서 소수 이슈에 변동성이 커졌던 과거와 달리, 산업별 대표주가 코스닥 지수 안정성을 높이고 동시에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 맥락에서 코스닥은 혁신기업의 성장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며 “수급 측면에서 그간 개인 중심 시장이었던 코스닥에 기관과 외국인의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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