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도파민 확 도네! 젠지세대 성지된 아이파크몰 용산 도파민스테이션
- 목탁부터 키링까지, '도파민 팝업'에 젠지세대가 몰렸다
'힙' 소문에 주말 가족 나들이부터 연인과 친구들까지 '북적'
참신하고 매력적인 콘텐츠 향한 직원들의 고민과 열정 돋보여
'빅3' 백화점과 경쟁 선언한 아이파크몰 용산의 질주 눈길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뻔하기만했던 기차역 쇼핑공간 HDC그룹의 HDC아이파크몰 용산이 현시점 젠지세대의 성지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7월 선보인 ‘도파민스테이션’을 중심으로 2030세대가 원하는 실험적이고 힙한 팝업 공간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성장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다. 젊은 소비자들이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모여들면서 입점 매장은 물론 아이파크몰 용산도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젠지세대 도파민 ‘확’
병오년 첫 주말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 있는 아이파크몰 용산 리빙파크 3층 도파민스테이션. 쇼핑몰을 가득 채운 인파를 뚫고 들어가자 낯선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느 산속 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불교 의식용 법구인 목탁을 싱그러운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경쾌하게 두드리고 있었던 것. ‘탁탁탁탁탁…’. 청아한 목탁 소리를 들은 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스마트폰을 꺼내 셀피를 찍었다.
목탁을 들고 있던 이채연(24)씨에게 “혹시 불교 신자냐?”고 묻자 해맑은 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둘 다 무교예요. SNS에서 재밌는 불교 팝업스토어가 열린다고 해서 친구와 놀러 왔어요.”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선을 돌리자 수많은 젊은이가 샛노란 종이에 빨간 글씨로 쓰인 수제 부적·액막이 명태·‘득도’ ‘깨닫다’ 등의 단어가 새겨진 티셔츠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태현 스님이 직접 그려주는 ‘행복 키링’을 받기 위해 늘어선 줄은 팝업 공간을 한 바퀴 에워싸기도 했다. 박예진(23)씨는 “개인적으로 번뇌 삭제 키보드와 액막이 키링이 마음에 들었다”며 “그동안 불교가 다소 올드하고 부담스러운 종교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재밌고 가깝게 느껴진다”고 했다.
‘대박’을 친 이 공간은 힙한 불교를 대표하는 회사로 꼽히는 ‘해탈컴퍼니’의 신년맞이 첫 팝업 스토어였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다’를 주제로 지난달 31일부터 8일간 열린 이 행사의 누적 방문객은 8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다.
아이파크몰 용산은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리빙파크 3층 공간의 상당수가 빈 채로 남아 우려를 산 바 있다. 그러나 마니아층은 물론 매스컬처(대중문화)를 모두 품은 마케팅 전략으로 젠지세대가 멀리서도 일부러 찾는 곳으로 거듭났다.
어필하는 콘텐츠부터 광범위하다. ‘커스텀 키보드’ ‘괴근식물’ 등 백화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콘텐츠부터 와인·뜨개질·종교 관련까지 모두를 아우른다. 정적인 취미나 일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콘텐츠를 ‘힙’한 트렌드로 재해석해 팝업 스토어로 선보이면서 가족 단위 고객까지 몰려든다는 평가다.
팝업이 큰 성공을 거둔 뒤 아이파크몰 용산에 정식 매장으로 입점한 브랜드도 적지 않다. ▲곤충과 파충류 체험 커뮤니티 공간 ‘용산곤충관’ ▲커스텀 키보드 전문 브랜드 ‘스웨그키’ ▲유튜버 와인킹의 ‘와인무’ ▲귀여운 피규어 브랜드 ‘실바니안 패밀리’ 등이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팝업 스토어 관계자는 “아이파크몰 용산에 팝업이 뜨면 다른 백화점에서 ‘우리도 협업하자’며 연락이 온다. 그만큼 주시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개점 이래 최대 실적… 경쟁 상대는 메이저 백화점
소비자들이 모여들면서 입점 매장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아이파크몰 용산에는 전국은 물론 글로벌 단위에서 매출 상위권에 드는 매장이 적지 않다. 유니클로는 2011년 4월 720평(2380㎡) 규모의 용산점을 열었다. 이 매장은 전국 매출 2위에 오른 곳으로, 유니클로 매출 전진기지 중 하나로 통한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햄버거 전문점 파이브가이즈 8호점은 오픈 첫 달 글로벌 1900여개 매장 중 매출 5위권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콧대 높은 브랜드들도 아이파크몰 용산과는 덥석 손을 잡는 모양새다. 2025년 10월 국내 최초로 지역명이 들어간 무인양품 플래그십 스토어인 ‘무인양품 서울’에 이어 지난달에는 무신사 최대 규모의 첫 복합 매장인 ‘무신사 메가스토어 용산’이 문을 열었다.
HDC아이파크몰에 따르면 아이파크몰 용산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0% 성장한 650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3524억원 ▲2022년 4198억원 ▲2023년 5004억원 ▲2024년 5423억원에서 지난해 6000억원 고지를 넘기며 매년 최대치를 작성 중이다.
성장률도 되살아났다. 아이파크몰 용산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23년 19% 수준에서 2024년 8.4%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재도약에 성공하면서 성장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영업이익도 ▲2021년 289억원 ▲2022년 396억원 ▲2023년 468억원 △2024년 482억원 ▲2025년 550억원(추정)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1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 백화점 매출 기준 아이파크몰 용산이 18위에 해당한다”며 “현대·신세계·롯데 등의 메이저 백화점 일부 지점과 어깨를 견줄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
HDC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아이파크몰은 명품관 없이 오직 콘텐츠와 일반 브랜드로 승부해 최대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며 “올해는 마니아 문화와 대중문화를 넘나드는 콘텐츠 기획을 통해 업계를 선도하는 ‘팝업 프론티어’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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