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LTV 담합’ 4대 은행 과징금 2720억원…은행권 대응은?
- 공정위 “경쟁 제한 명백”…답합으로 거둔 매출액 6조8000억원
오프라인 문서·엑셀 관리까지…‘흔적 지우기’ 정황 포착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을 서로 공유하며 사실상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오랜 기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은행권의 정보교환 행태가 2021년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제재 대상이 되면서, 금융권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21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LTV 정보교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시정명령과 함께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은행별 과징금은 ▲하나은행 869억3100만원 ▲KB국민은행 697억4700만원 ▲신한은행 638억100만원 ▲우리은행 515억3500만원이다.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각 은행의 LTV 담당 실무자 간 요청이 있을 때마다 필요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LTV 정보를 상시적으로 교환해 왔다. 담당자가 교체되는 경우에도 정보교환이 중단되지 않도록 은행별 담당자와 교환 방식이 전·후임자 간 인수인계 된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공정위는 각 은행 실무자들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LTV 정보가 담긴 문서를 교환하고, 이를 엑셀 파일로 정리한 뒤 원본 문서를 파기한 점에 주목했다. 공정위는 해당 정보교환이 거래 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LTV를 사실상 공동으로 관리해 경쟁을 제한한 행위라고 봤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9호 및 시행령 제44조 제2항 제3호를 위반한 것으로, 담합을 통해 4대 은행이 거둔 관련 매출액은 약 6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산정됐다.
4대 은행은 자신이 설정한 특정 지역·특정 유형 부동산의 LTV가 다른 은행보다 높으면 대출금 회수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 낮췄으며, 반대로 타 은행보다 낮으면 영업 경쟁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해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경쟁 은행의 전략을 상시적으로 확인하며 불확실성을 제거했고, LTV를 통한 경쟁 자체를 회피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4대 은행의 LTV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차주들의 선택권도 제한됐다는 지적이다. LTV가 낮아질 경우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 규모는 줄어들고, 추가 담보 제공이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이용 등으로 거래 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
공정위는 민감한 정보를 교환해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한 것도 부당한 공동행위라고 명확히 규정하는 새 법이 시행된 2021년 12월 이후의 행위만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 사건은 금융 분야에서 장기간 유지됐던 경쟁제한적 행태를 적발해 제재한 것”이라며 “독과점이 고착화된 분야에서 경쟁을 촉진해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기술력 및 사업 능력이 충분한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생산적 금융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향후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은행권 전반에 걸친 사안인 만큼, 개별 은행 차원의 입장 발표는 신중한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통 이슈인 만큼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기 어렵다”며 “공정위 제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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