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메타버스 엔진과 AI의 결합, 기업·교육 현장의 실질적 해결사 될 것”[이코노 인터뷰]
- 양영모 레드브릭 대표 인터뷰
소프트웨어 창작의 대중화를 넘어, 이제는 AI 인프라 혁신으로 제2의 도약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2018년, 한 스타트업이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출범했다. 2D와 3D 엔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창작 플랫폼 시장을 선도했던 ‘레드브릭’의 이야기다. 2022년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누적 사용자 1090만명 돌파와 동남아 시장 진출이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던 이들은, 이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AI 인프라 기업’이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기업과 교육 현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해결사로 변신한 양영모 대표를 만나 레드브릭이 그리는 미래를 들여다봤다.
창작 플랫폼에서 AI 인프라로, 멈추지 않는 진화
레드브릭의 시작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대중화’에 있었다. 창립 당시 양영모 대표가 세운 미션은 일반인도 게임 엔진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는 ‘게임계의 유튜브’가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레드브릭은 자체 개발한 엔진을 통해 어린 창작자들을 대거 유입시켰고, 지스타(G-STAR)에 3년 연속 참가하며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정부 기관과의 협업은 레드브릭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2022년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양 대표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는 기술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양 대표는 “메타버스 테마가 강했던 시절, 우리 엔진이 콘텐츠 빌드에 최적화돼 있음을 입증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일반인이 얼마나 쉽게 콘텐츠를 만드느냐는 본질이었다”고 회상한다. 결국 그는 기존의 강점인 2D·3D 엔진 기술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는 결단을 내렸다. 현재 레드브릭은 교육과 기업(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 기업으로 완전히 체질을 개선했다. 과거의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는 중단했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창작 환경과 기술은 AI 인프라의 핵심 엔진으로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교육 현장의 혁신, ‘Sooup AI’가 가져온 변화
양영모 대표가 AI 인프라 기업으로서 가장 먼저 주목한 곳은 교육 현장이다. 그는 현직 교사들이 아이들을 위해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수업 준비와 행정 업무에 치여 정작 콘텐츠 제작에 들일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수업AI’(Sooup AI)다.
이 서비스는 기존 레드브릭의 강점인 메타버스 엔진과 최신 AI 엔진을 하나로 통합한 결과물이다. 선생님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료(PDF, PPT, DOC)를 업로드하거나 특정 수업 주제를 입력하면 AI가 그에 맞는 수업 콘텐츠와 퀴즈를 순식간에 생성한다. 양 대표는 “단순히 텍스트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직접 조작하고 반응하는 인터랙티브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우리만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학생별 이해도 및 참여도 분석 수업 리포트를 생성해 교사들이 교육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 브랜드는 현재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업무 경감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교육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레드브릭은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레드브릭은 지난해 12월 보안형 업무 자동화 플랫폼 ‘엔터프라이즈 AI’를 공식 출시했다. 엔터프라이즈 AI는 기업 내부의 문서·메일·채팅·규정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해 직원의 역할과 권한에 맞춘 개인화된 응답을 제공하는 업무 지원 솔루션이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여러 AI 모델을 업무 목적에 맞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어 AI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실무에 최적화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직원은 자료나 링크를 대화창에 첨부해 요약·분석·번역·문서 작성 등을 요청할 수 있으며, AI는 학습된 사내 데이터와 웹 검색 정보를 함께 활용해 기획안·보고서 작성·회의록 정리 등 반복 업무를 효율적으로 자동화한다. 또한 ▲슬랙 ▲팀즈 ▲네이버웍스 등 협업툴과 실시간으로 연동해 기업의 정보 자산을 하나의 지식 허브로 통합해 활용할 수 있다.
양 대표가 이끄는 기업용 AI 서비스는 단순한 챗봇의 수준을 한참 상회한다. 그는 시중에 나온 수많은 생성형 AI 서비스 사이에서 레드브릭만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보안’과 ‘커스터마이징’에 집중했다.
대다수 기업이 AI 도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다. 레드브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퍼블릭 클라우드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망에서만 구동되는 ‘로컬 호스트’ 배포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글로벌 데이터 관리 라이선스를 확보해 신뢰도를 높였다. 기술적으로는 RAG(검색 증강 생성) 방식을 활용해 기업 고유의 데이터를 학습시킨다. 이를 통해 AI는 해당 회사의 모든 정보를 꿰뚫고 있는 ‘가장 똑똑한 직원’처럼 기능한다. 현재 레드브릭은 ▲헬스케어 ▲시니어 사업 ▲광고 등 다양한 분야의 10여개 기업과 온보딩을 진행하며 그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다.
중동 시장의 매력과 글로벌 비즈니스의 정석
레드브릭의 혁신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운영하는 엑셀러레이터 ‘허브71’(Hub71)에 선발된 것은 레드브릭의 기술력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약 1300개 신청 기업 중 상위 2%에 해당하는 26개 기업 안에 들어 선발된 레드브릭은 아부다비 현지에 운영 인력을 배치하며 중동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 대표는 중동 시장, 특히 아부다비의 매력을 ‘유연함’과 ‘자본력’의 결합으로 꼽는다. 아부다비 정부의 ‘2030 AI 비전’에 따라 모든 국가 인프라가 AI화되는 과정에서, 레드브릭의 엔진 기술은 현지 교육 및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단순히 기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현지 인력과 직접 소통하며 그들의 인프라에 우리 기술이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과정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양 대표는 후배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 스타트업인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의외로 기술이 아닌 ‘고객 확보’다. 개발자 출신으로서 시행착오를 겪어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조언이다.
양 대표는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기 전에 고객이 실제로 이 서비스를 원하는지, 기꺼이 지갑을 열 의사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시장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며, 그 변화에 맞춰 사업 방향을 과감히 수정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야말로 스타트업 생존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메타버스 시장의 침체기에도 좌절하지 않고 AI 인프라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이러한 고객 중심의 사고와 유연함에 있었다.
인터뷰 말미, 양 대표가 그리는 AI 시대의 미래는 명확했다. 그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를 예로 들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 ▲텍스트 ▲이미지 ▲3D 콘텐츠까지 고품질로 내놓는 인터랙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다.
양 대표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기업과 교육 현장에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실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AI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기술의 화려함보다는 그 기술이 머무는 자리에 사람이 있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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