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코스피 5000 포인트' 환호에서 소외된 산업과 양극화 직시해야
- [코스피 5000, 새 역사 쓰다]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
전통 제조업 몰락…AI․반도체 등 기술주가 주도한 5000 시대
내수 한계 극복한 기업만 생존…미국 주도 시장 흐름 읽어야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 코스피 지수는 1983년 1월 4일에 처음 공표되었는데, 이는 3년 전인 1980년 1월 4일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잡는다. 그로부터 43년이 지난 지금 5000포인트에 이르러 50배나 늘어났다.
경제 규모 측면에서 보면 명목 GDP 기준으로 1980년 약 40조원에서 2025년 26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니 60배가 커졌다. 즉, 경제에 비해 주식 시장이 더디게 성장했다는 말이다. 반대로, 그동안 시장에서 한국 경제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세간의 관심은 이런 것보다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느냐에 있다. 그러나 최근 주식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바로 향후 성장 구조와 산업 지형에 큰 변화가 있을 조짐들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이라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수정구슬에서 처음 보이는 것은 신성장 산업이 언제나 그렇듯이 경제와 시장을 주도하는 섹터라는 점이다. 지금의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의 변화는 수년 주기를 가지는 단기 경기 사이클인 키친 파동(Kitchin Wave)에서 나타나는 모습이 아니다. 그 범위를 훨씬 넘어서, 수십 년의 주기를 가지는 중기 주글라 파동(Juglar Wave)이나 장기 콘트라티에프 파동(Kondratiev Wave) 상의 경기 전환점의 특징을 가진다.
한국 경제 주력은 수출 산업 명확
바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던 18세기 후반 또는 정보통신(IT) 혁명이 시작되었던 1990년대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기존의 주력 산업에서는 공급자가 많아 큰 이윤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이 와중에 바람처럼 등장한 인공지능(AI)로 시작되는 인공지능 전환(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다. AI 반도체나 피지컬 AI 관련 기업들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은 수출 산업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한국 경제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한국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26년 1조9366억달러로 세계 전체 GDP 123조5845억달러의 1.6%에 불과하다. G2인 미국(25.7%)과 중국(16.7%)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내수 시장의 힘으로 경제를 끌고 가는 성장 구조는 미국․중국․유럽연합 등 거대 경제권에서만 할 수 있다. 우리도 한때 내수 중심의 경제 성장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허상에 불과했다.
한국 경제가 살길은 협소한 내수 시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우리 선배들의 ‘수출입국’(輸出立國)만이 진리라는 것이 또 다시 증명됐다. 그것에 충실했던 기업들, 특히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의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기업들이 한국 경제와 글로벌 시장을 끌고 가고 있다.
반대로 전통 주력 산업의 몰락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런 산업군에 속해 있는 기업들이 무엇인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이다. 한때 한국 경제의 뿌리라고 불렸던 철강과 석유화학이 대표적이다. 물론 일부 기업은 고부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산업군 자체가 신흥공업국과의 경쟁에 뒤처져 존폐가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하자면, 그러한 저부가·저기술 산업에서 나오는 제품들은 어느 국가든 어느 기업이든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그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이윤을 벌 수 있는지가 아니라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보면 된다. 결국 언젠가는 후발 주자에 다 내주어야 하는 산업군들은 이번 주식 시장 랠리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또한 협소한 내수 시장에만 의존했던 산업들도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내 플랫폼 산업이다. 내수 시장이 협소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시장 규모를 가지고 갈 수 있다면 그럭저럭 버틸 수는 있었겠다. 문제는 그 작은 내수 시장마저도 우리 기업들이 온전히 가져갈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국내 플랫폼을 외면하고 검색 엔진 성능과 AI 기능이 훨씬 뛰어난 미국 플랫폼을 사용한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내수 시장에 안주하고 새로운 기술 혁명의 흐름을 간과한 것이 잘못이다.
AI 흐름…한국 주도하지 못한 것 명심해야
마지막으로 아무리 찾아보아도 유니콘(Unicorn) 기업은 없다는 점이다. 지금의 산업 지형 변화의 진앙지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개발된 기술력에 있다. 즉 대규모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나 기업만이 빠르게 달리는 ‘4차 산업혁명’행 고속 열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후발 국가 또는 중소·중견 기업에서 시대의 흐름을 주도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 간에도 산업 또는 기업 간에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특히, 이번 산업 대전환기 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승자독식(Winner-take-all)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국가 간 또는 기업 간에 경제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경제의 장점은 시대의 흐름을 잘 타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1990년대 IT 시장의 성장성을 재빠르게 간파하고 국가 단위에서 기업 단위에서 빠르게 움직여 그 힘으로 한국 경제의 레벨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한국 경제는 AX라는 시대 전환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코스피 5000 시대 이후의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다만 사족을 단다면 최근 주식 시장의 호황에 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경제와 시장을 주도하는 힘은 AI 투자가 집중되는 미국 경제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 우리가 올라탄 것이지 우리가 주도하는 흐름은 절대 아니다.
한편, 시장 참가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산업과 시장을 투자의 대상으로만 보아야 한다. 레버리지(leverage) 효과라는 말로 포장된 ‘빚투’가 유행하게 되면, 즉 시장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지는 순간 코스피 5000 시대라는 짧은 영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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