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패한 이너서클·골동품” 금융사 CEO 연임 저격…주주총회 무사히 넘길까
- [저격 당한 금융사 지배구조]①
당국, 지배구조 특별점검까지…법 개정 논의도
3월 주총 앞둔 금융지주, CEO 연임 불확실성 ↑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골동품’ 발언에 더해, 금융감독원은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나섰다. 금융지주 CEO 연임 관행을 둘러싼 문제 제기에, 금융사들은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 금융지주 지배구조 ‘대수술’ 예고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의 현행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금융당국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권 CEO 연임 관행을 비판하며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한 이후,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불이 붙었다.
지난 1월 5일에는 이찬진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 관행을 겨냥해 “6년을 기다리다 보면 차세대 리더도 ‘골동품’이 된다”고 직격했다. 여기에 최근 금융감독원은 특별점검에 착수해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지난 1월 23일 8개 금융지주에 대한 특별점검을 마무리했다. 이번 점검은 ▲CEO 승계 절차 ▲이사회 독립성 ▲사외이사 평가 체계 ▲이사회 집합적 정합성 등 지배구조 전반의 운영 실태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금융지주들은 점검 기간 동안 금감원이 요청한 사항을 취합해 보고서 형태로 제출했다.
점검 결과는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제도 개선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감원은 매주 금융지주와 실무회의를 진행 중이다. 회의는 ▲CEO 선임 절차 ▲이사회 독립성 ▲성과보수 체계 등 3개 분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열린 TF 2차 회의에서는 CEO 선임 절차와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CEO와 사외이사 간 임기 시차를 조정하는 임기 차등화, 시차임기제 등을 통해 무분별한 장기 연임을 견제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금융당국과 금융지주는 이번 논의를 통해 지배구조 모범관행 강화를 넘어 법 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2023년 12월 은행권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업계와 학계가 함께 마련했으며, 은행권은 2024년부터 모범관행을 이행하고 있다.
다만 모범관행은 금융회사 내규에만 적용돼 법적 구속력이 약하고, 당국 제재도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외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등 논의를 거쳐 오는 3월까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상반기까지 입법을 완료할 계획이다.
신한·우리·BNK, 회장 연임 불확실성 커져
금융지주들은 살얼음판 분위기다. 신한금융·우리금융·BNK금융은 최종 회장 후보로 현 회장을 선임하며 연임을 가시화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지만, 당국이 지배구조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BNK금융은 여러 논란 속에 최종 후보로 빈대인 현 회장을 낙점했다. 이 과정에서 라이프자산운용은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회장 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BNK금융 회장 후보자 등록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BNK금융 이사회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빈 회장의 연임을 최종 결정했다.
통상 회장 후보가 결정되면 주주총회에서 선임 안건은 무난히 통과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미 단독 후보를 확정한 금융지주들의 회장 연임 절차에도 일정 수준의 보완 요구가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종 후보 선정까지 마치고 3월 주주총회만 남겨두면 보통은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긴장감이 예년과 다르다”면서 “당국의 발표 내용을 주시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당국은 CEO 선임과 관련한 주주 권한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 선정을 주주총회 의결 사항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는 이사회가 최종 후보를 정하면 주주총회에서 선임 여부만 묻는 구조인데,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단계부터 주주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여당을 중심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 또는 제도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앞서 2022년 1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은 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총 재임 기간을 6년으로 묶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되다 폐기됐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임원의 자격 요건만 규정할 뿐 대표이사의 연임 횟수나 임기에 관련한 규정은 없다.
금융당국도 문제의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TF 회의에서 “은행 지주회사는 주인 없는 회사의 특성을 갖고 있어 지주 회장의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폐쇄성과 참호 구축 문제에 대한 비판이 지속 제기돼왔다”며 “나눠 먹기 식 지배구조에 안주함에 따라 영업 행태도 예대마진 중심의 기존의 낡은 영업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실망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권 부위원장은 “CEO 선임 과정이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개방적·경쟁적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며 “특히 CEO의 연임에 대해서는 주주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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