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배당소득 분리과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시작”[이코노 인터뷰]
- [족쇄 풀린 배당]③ 설태현 DB증권 연구위원
“분리과세로 자금 유입·변동성 낮출 환경 조성”
“2030 투자자, 월배당보다 토탈리턴 노릴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올해부터 고배당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되면서, 배당을 바라보는 투자자와 기업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배당은 더 이상 ‘보너스’가 아니라 정책이 만든 ‘투자 선택지’가 됐기 때문이다. 그간 낮은 배당 성향과 연간 배당 위주의 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 온 만큼, 이번 제도 변화가 국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설태현 DB증권 자산전략팀 연구위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두고 “단순한 세제 혜택을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도 배당을 통한 증시 활성화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 대비 낮았던 국내 배당 수익률과 불규칙한 배당 주기를 개선해,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장기 보유의 유인을 제공하는 장치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번 정책으로 고액 자산가의 배당세가 줄게 되면서 양극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설 연구원은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라는 구조적 변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글로벌 스탠다드’로의 조정
Q.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는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는데, 이번에 본격화된 배경은 무엇인가.
A. 전 정부든 현 정부든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자는 목표에서 이어져 온 논의라고 본다. 한국은 글로벌 선진국 대비 배당 수익률이나 배당 주기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었다. 배당 주기를 봐도 연간 배당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 배당을 받는 투자자 입장뿐 아니라, 배당을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유인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그런 맥락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Q. 분리과세 시행이 증시 수급이나 시장 구조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A. 단기적인 수급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본다.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계속 보유할 수 있다는 요인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배당을 늘리면 안정적으로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주가 변동성이 낮아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자산 가격은 결국 더 비싸게 사줄 주체가 있으면 오르는 구조인데, 안정적으로 보유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 매도자가 줄어들고 멀티플(기업평가 배수)이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Q. 배당성향 40%를 분리과세 ‘우수형’으로 분류했는데, 기준의 근거는 무엇인가.
A. 배당성향 40%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교적 가까운 수치다. 해외에서 배당을 잘 주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기업들이 대체로 그 수준이다. 30%나 50%도 가능했겠지만,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을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선이라고 본다.
Q. 기업 입장에서는 배당 확대가 부담이 되지는 않나.
A. 정답은 없다고 본다. 업종에 따라 다르다. 인공지능(AI)처럼 경쟁이 심한 산업에서는 배당을 적게 준다고 해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그 돈으로 성장을 하는 데 투자하라는 요구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고, 그렇게 해서 글로벌 1등이 되면 된다는 인식이 가능하다. 반면 비교적 안정적인 산업에서는 돈을 벌면 배당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다. 이번 제도는 기존에 배당을 잘 주는 기업뿐 아니라, 배당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기업들도 분리과세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취지다.
Q. 월 배당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데, 분리과세 효과로 봐야 하나.
A. 분리과세 때문에 시장이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운용사와 투자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은퇴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원룸이나 상가 등 부동산을 통해 현금 흐름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투자 방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 부동산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월 배당 상품이 주목받았다. 다만 사회초년생이나 20~30대 투자자에게는 월 배당을 통해 매달 현금을 받는 방식보다 토탈 리턴(Total Return·TR) 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본다.
Q. 젊은 투자자에게 월 배당이 비효율적이라는 의미인가.
A. 당장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렇다고 본다. 배당을 받으면 세금을 내야 하고, 다시 재투자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토탈 리턴 상품은 그런 과정을 줄여준다. 다만 매달 배당이 들어왔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크다는 점은 이해한다. 투자는 숫자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 진입할수록 배당 중요성 높아져
Q.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배당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A. 통화 배분 측면이 크다. 국내 자산은 이미 원화와 부동산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달러 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은 업종 배분이 다양하고, 수십 년간 배당을 늘려온 기업들이 많다. 국내 고배당주는 금융이나 통신 등 특정 업종에 몰려 있는 반면, 미국은 산업 전반에 걸쳐 배당 기업이 분포돼 있다는 차이가 있다.
Q. 배당 정책을 ‘부자 감세’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이 많은 사람이 같은 수익률에서 더 많은 금액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구조다. 중요한 것은 그 자금이 어디로 이동하느냐다. 부동산보다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국가 전체로 보면 더 생산적일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배당과 같은 현금 흐름 자산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Q. 이번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A. 첫 시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잘 설계된 정책이라고 본다. 모든 정책에는 찬반이 있고, 세수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만 배당을 장려하겠다는 정부의 메시지가 명확해졌다는 점 자체가 중요하다. 이 신뢰가 유지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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