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AI는 번영을 약속하는가, 불안을 예고하는가 [특파원 리포트]
- AI 자동화, 실업 문제 넘어 소비 기반 약화 우려
기술 자체보다 제도와 사회의 준비 정도 중요해
[김상윤 이데일리 뉴욕 특파원] 역사는 기술을 낙관하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증기기관은 농업사회를 밀어내고 산업사회를 열었고, 전기는 생산성을 폭발시켰다. 인터넷은 국경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기술은 일자리를 파괴했지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오랫동안 반복된 결론이었다. 그리고 지금, 인공지능(AI)이 그 계보 위에 서 있다.
문제는 이번에도 같은 결말일까 하는 점이다. 월가는 이미 답을 낸 듯했다. AI는 인건비를 줄이고 마진을 높인다. 미국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비용 절감과 효율 개선의 도구로 활용하며 이익을 키웠다. 투자자들은 그 기대를 주가에 반영했다. 기술은 다시 성장의 다른 이름처럼 보였다.
인간 노동 대체하지만 소득 분배 왜곡
최근 월가에서 회자된 한 보고서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논쟁의 불씨는 월가에서 거시 리스크 분석으로 알려진 시트리니 리서치의 보고서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다. 저자들은 이 글이 예측이 아니라 사고 실험이라고 선을 긋는다. 다만 질문은 도발적이다. AI 낙관론이 계속 옳다면, 그 ‘정답’이 오히려 금융시장에는 하방 리스크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8년 6월 30일자 가상의 매크로 메모 형식을 취한다. 그날 미국 실업률은 10%를 웃돌고, S&P500은 2026년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해 있다는 설정이다. 기술은 성공했지만 경제는 버티지 못했다는 전개다. 풍부해진 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생산성은 뛰었지만 소득 분배는 왜곡됐다는 시나리오다.
출발점은 기업의 합리적 선택이다. AI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마진을 개선한다. 실제로 최근 2년간 미국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도입하며 비용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인력 감축과 동시에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생산성 지표 역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보고서는 ‘인간 역할의 효용 감소’(human obsolescence)라는 표현을 쓴다. 특히 고임금 화이트칼라 직군이 AI 자동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경우 단순한 실업 문제가 아니라 소비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은 서비스·화이트칼라 중심 경제다. 상위 소득 계층이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이들의 소득이 흔들리면 전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를 ‘유령 GDP’(Ghost GDP)로 묘사한다. 기업 이익과 국가계정상 산출은 늘어나지만, 가계로 흘러들어가는 소득이 줄어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통계상 성장과 체감 경기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충격의 출발점으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제시된다. AI 기반 ‘에이전틱 코딩’이 발전하면서 기업 내부 개발팀이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가정이다. 기업이 외부 벤더와의 연간 계약을 줄이고 자체 개발을 선택하면, 소프트웨어 기업의 반복 매출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사용자 수 기반 요금 체계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고객사가 인력을 줄이면 라이선스도 줄어든다.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과정이, 동시에 소프트웨어 기업의 매출을 감소시키는 메커니즘이다. 개별 기업의 합리적 선택이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음의 피드백 루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더 나아가 중개 산업 전반을 거론한다. 에이전트형 AI가 ▲가격 비교 ▲계약 조건 협상 ▲결제 방식 선택까지 자동화하면 인간의 관성과 번거로움 위에 형성된 각종 수수료 구조가 압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 결제 수수료 ▲플랫폼 중개 수수료 ▲보험·여행·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마진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문제는 개별 산업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으로 번진다. 화이트칼라 소득을 기반으로 형성된 주택담보대출 시장, 사모신용 시장이 동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가정이다. 대출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차주의 소득 환경이 바뀌면서 상환 능력이 흔들리는 구조다. 보고서는 재가격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사모신용(private credit)은 반복 매출과 안정적 현금흐름을 전제로 한 구조가 많다. AI 충격으로 기업 실적이 둔화되면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동안 저금리 환경에서 팽창해온 신용 구조가 새로운 금리·성장 국면과 맞물리면 시장 변동성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다. 실제로 AI는 새로운 직무를 창출하고 산업 전환 과정에서 보완적 수요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크다. 과거 산업혁명 역시 단기적 충격 이후 장기적 고용 확대를 동반했다는 반론도 유효하다.
다만 이번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속도다. 기술 진화 속도가 제도·교육·노동시장 적응 속도를 앞지를 경우, 과도기적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재교육 체계 ▲사회 안전망 ▲AI세제 등 규제 설계가 얼마나 빠르게 보완되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정책 대응이 지연될수록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카나리아는 아직 살아 있다”고 적는다. 위기는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 점검해야 할 리스크라는 의미다. 경고 신호가 감지된 지금이 오히려 대응의 시간일 수 있다는 메시지다.
월가는 이미 AI의 수익성을 가격에 반영해 왔다. 이제는 그 비용과 분배 구조, 그리고 거시적 파급 경로까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이 자본과 노동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되느냐에 따라 성장의 체감 온도는 달라진다.
AI가 창출할 부의 총량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부가 가계로 순환하지 못하면 소비는 지속되기 어렵다. 소비 없는 성장은 금융시장에는 숫자로 남지만, 실물경제에는 온기로 전해지지 않는다.
뉴욕 금융시장은 지금 그 갈림길을 주시하고 있다. AI는 분명 강력한 성장 동력이다. 동시에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충격이기도 하다. 전환의 속도와 완충 장치의 유무가, 같은 기술을 번영의 엔진으로도, 불안의 촉매로도 만들 수 있다.
미래를 가장 먼저 가격에 반영하는 시장이 이제는 그 미래의 그림자까지 함께 계산하고 있다. AI는 번영의 가속기인가, 새로운 불안의 기점인가. 답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제도와 사회의 준비 정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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