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K헤어에 꽂힌 사모펀드들… “K미용실 인수해 해외로”
- 동남아서 북미까지…K헤어, 글로벌 소비로 확장
“제2의 준오헤어 찾자”…사모펀드, 미용실 투자 본격화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의 자금이 ‘K-헤어’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화장품 중심이던 K-뷰티 투자 흐름이 헤어 서비스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최근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준오헤어 경영권을 확보하고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투자업계 전반에 ‘제2의 준오헤어’를 찾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K-뷰티가 제품을 넘어 서비스로 확장하면서 미용실을 기반으로 한 K-헤어 산업이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글로벌 K미용실 파워
“K-팝 가수 제니처럼 해주세요!”
지난 3일 서울 명동의 준오헤어 명동스트리트점. 푸른 눈과 금발의 한 외국인 여성 고객이 스마트폰을 꺼내 제니의 사진을 내보였다. 목선을 살짝 덮는 중단발 기장의 레이어드를 시작으로 촘촘한 층을 낸 커트, 여기에 알파벳 대문자 ‘C’ 모양의 펌을 한 이른바 ‘제니 레이어드컷’이었다.
이 고객만의 일은 아닌 듯했다. 준오헤어 명동스트리트점의 외국인 고객 비중은 90% 이상이다. 과거 중국과 동남아시아 비율이 높았다면, 최근에는 북미는 물론 유럽권 관광객들이 이 매장을 찾아 K-팝 스타의 헤어스타일을 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준오헤어 관계자는 “2023년 명동에 매장을 낸 이후 전체 고객의 90% 이상이 외국인 고객들”이라면서 “제니 외에도 차은우의 댄디펌이나 카리나의 허쉬컷처럼 K-팝 스타의 헤어스타일을 레퍼런스로 가져오는 이들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K-팝에서 시작된 스타일 수요가 늘어나면서 투자 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블랙스톤 PEF는 지난해 말 준오헤어 지분 70% 이상을 약 5600억원에 인수했다. 실제 인정한 가치는 약 8000억원 수준으로, 국내 미용실 프랜차이즈가 글로벌 투자자에게 인정받은 첫 사례가 됐다.
준오헤어는 전국 180여개 매장과 3000명 이상의 디자이너를 보유한 국내 업계 1위 사업자다. 연 매출은 약 3000억원으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370억원 수준이다.
업계는 블랙스톤이 준오헤어의 단순 매출이 아닌 ‘확장 가능한 플랫폼 시스템’을 높게 평가했다고 보고 있다. 자체 교육기관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기준을 충족한 디자이너에게 매장 운영 기회를 제공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미용사들의 실력이 들쭉날쭉하고, 한국의 규격화된 제도식 교육 시스템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면서 “K-컬처 붐과 맞물려 준오헤어가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블랙스톤은 인수 이후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호찌민에 대형 매장을 냈다. 추후 아시아 주요 시장은 물론 북미 진출도 계획 중이라는 설명이다.
제2의 준오헤어를 찾아라
K-미용실을 향한 투자업계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PEF들은 ‘제2의 준오헤어’를 찾기 위해 국내 미용실 프랜차이즈를 전방위로 검토 중이다. 전국 주요 도시에 매장을 거느리고 있는 아이디헤어·리안헤어·이철헤어커커·박승철헤어스튜디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K-미용실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일부 글로벌 PEF는 국내 회계법인과 컨설팅사에 의뢰해 미용실 프랜차이즈 리스트를 구축한 것으로 안다”며 “교육·운영·서비스까지 동일한 품질로 구현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스톤이 준오헤어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매각 의사가 없던 업체들도 지분 일부 매각이나 전략적 투자 유치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창업자들의 기대치가 올라간 데다가 외부 자본을 활용해 해외 진출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어서다. 거래 구조는 경영권 매각뿐 아니라 소수 지분 투자 혹은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용실이 개인 역량 의존도가 높아 투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제는 시스템과 브랜드를 갖춘 산업으로 평가가 바뀌고 있다”며 “해외에서 통할 구조를 갖춘 곳이라면 추가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모펀드가 K-미용실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상당수 미용실 프랜차이즈는 자체 헤어 제품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샴푸·트리트먼트·스타일링 제품까지 PB(자체 브랜드) 형태로 판매하며 추가 수익을 만든다. 매장에서 검증된 제품을 바로 소비로 연결할 수 있어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다.
일부 업체는 헤어를 넘어 ▲메이크업 ▲네일 ▲두피 케어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토털 뷰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예약·멤버십·커머스까지 결합하면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가 사업도 가능하다.
한국 미용 서비스는 이미 국내에서 표준화된 운영 체계를 갖춘 데다가 교육 시스템을 통해 인력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 미용실은 매장 중심 사업이면서도 제품과 교육·플랫폼이 결합된 구조다. 투자업계가 단순 서비스업이 아닌 ‘확장형 비즈니스’로 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검증된 미용 서비스 모델은 해외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며 “브랜드와 시스템을 함께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K-헤어는 아직 성장 여력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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