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韓서 고객 잡고 해외서 수익 낸다"…트래블카드, 카드 산업 판 흔든다
- [트레블카드 전성시대]①
‘환전 카드’ 넘어 일상 결제까지…소비 패턴 자체 이동
수수료에서 데이터로…카드사 수익 모델 재편 본격화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인의 해외 소비가 단순 결제 규모를 넘어 ‘데이터 자산’으로 재해석되면서 글로벌 카드사들의 전략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카드 발급은 국내에서 이뤄지지만 수익은 해외에서 실현되는 구조가 고도화되며, 전통적인 카드 산업의 수익 창출 지점 역시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단순 결제 수수료에 의존하는 사업자를 넘어, 소비자의 ‘이동 데이터’를 축적·활용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한국인이 언제, 어디로 이동해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관광·유통·플랫폼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카드 등 전업 카드사 7곳의 개인 해외 직불·체크카드 이용액은 지난해 말 기준 6조519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2조852억원과 비교하면 약 세 배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증가율만 200%를 웃돈다. 해외 결제가 단순 여행 소비를 넘어 일상 결제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트래블카드’가 있다. 트래블카드는 원화를 미리 충전한 뒤 필요 시 외화로 환전해 사용하는 선불형 체크카드다.
환전 수수료와 해외 결제 수수료를 낮추거나 면제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해외 체류 중 식사·쇼핑·교통 등 일상 소비까지 대체하며 소비 패턴 자체를 바꾸고 있다. 거시 통계에서도 흐름은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229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5%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체크카드 사용액이 15.7%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는데, 이는 트래블카드 확산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처럼 해외 결제 시장이 빠르게 커지자 글로벌 카드사들의 접근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결제 수수료, 환전 마진 등 ‘거래 규모’ 중심 수익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소비자의 이동 경로와 체류 패턴까지 포함한 ‘데이터 기반 소비 흐름’ 확보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구조에서는 개별 결제 건보다 ‘어디서 소비가 이뤄지는가’가 중요해진다. 카드사는 ▲고객이 어떤 국가에서 ▲어떤 업종에 ▲어떤 순서로 소비하는지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 소비를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결제 수익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 수익까지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다.
글로벌 카드사들은 직접 진출 대신 제휴·코브랜드(Cobrand) 전략을 활용해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가 고객을 확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해외 소비를 흡수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경쟁은 단순 상품이 아닌 ‘결제 생태계’ 단위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업계는 해외여행 수요 회복과 맞물려 트래블카드 중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해외 결제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면
서, 여행 특화 카드와 모바일 결제 인프라 경쟁이 향후 시장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결제 수수료가 핵심 수익원이었지만 이제는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며 “글로벌 카드사들은 결제 자체보다 소비 흐름을 장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래블카드는 단순 혜택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소비 동선을 선점하는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카드 산업의 수익 구조가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초기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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