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중동전쟁과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 [스페셜리스트 뷰]
- 호르무즈 봉쇄와 에너지 쇼크-韓 성장률 0%대 추락 경고
원전·수소·방산 중심의 '에너지 자립' 서둘러야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위협 제거를 명분으로 선제 공습하며 시작된 이란 전쟁은 3달째로 접어든 지금까지 그 미래를 점칠 수 없는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란 전쟁 첫날, 이란 핵심 지도부가 제거됐고 이란은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와 호르무즈 해협을 겨냥한 보복에 즉각 나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이 상황을 “역사상 최대의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 규정했던 것이 과장이 아님이 확인되고 있다.
석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이번 위기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이다. 미국의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비전투국 중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94%, 원유의 70%를 중동에서, 그중 62%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조달하는 구조적 취약성이 이번 위기로 한꺼번에 현실화됐다. 전쟁 발발 당일 코스피(KOSPI)는 43년 역사에서 최악의 폭락세를 보였고, 원화는 17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런 위기 국면에서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이란 전쟁이 지금까지 이미 초래한 충격은 무엇인지, 그리고 향후 전황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은 어떤 위협으로 다가올 것인지, 그리고 이런 위협들에 대응하는 한국 경제의 전략은 무엇이어야 할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란 전쟁의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
에너지·원자재 가격 폭풍 전쟁 개시 직전 배럴당 72달러(약 10만6000원)였던 브렌트유는 단 열흘 만에 119.8달러(약 17만7000원)까지 67% 폭등했다. 3월 한 달 상승률만 51%로 역사적 기록이다. 유럽 TTF 천연가스는 전쟁 전 대비 2배(60유로/MWh)로 치솟았다.
에너지 이외 원자재도 직격탄을 맞았다. 알루미늄은 최근 4년 사이 최고가를 경신했고, 요소비료는 1개월간 30% 급등했다. 걸프 지역이 전 세계 유황 공급의 45%를 담당하는 탓에 황산 가격도 30% 올랐으며, 텅스텐은 3개월 만에 3배로 뛰었다. 세계은행(WB)은 지정학적 충격에 의한 유가 10% 상승이 1년 시차를 두고 천연가스 가격 7%, 비료 가격 5% 이상의 추가 상승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비료 충격은 북반구의 봄 파종 시기와 맞물려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에 들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세계 성장률 전망을 3.3%에서 3.1%로 낮추고, 세계 인플레이션 전망은 4.4%로 상향했다. 유로존 성장률은 1.4%에서 1.1%로 낮아졌다. 제이피모간(J.P.Morgan)은 유가가 80달러(약 11만8000원) 수준에 머물더라도 세계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 기준 연율 0.6%포인트(p)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에너지 변동성이 2027년까지 이어진다면 세계 성장률이 2%까지 추락하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IMF는 경고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기 부양이라는 상충된 목표 앞에서 딜레마에 처했다.
이란 전쟁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다. 한국의 취약성은 수치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략비축유는 실제 소비 기준 26일분만 남았고, 한국 소유·운항 선박 26척이 페르시아만에 억류되어 있는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1.7%로, 인플레이션은 1.8%에서 2.7%로 각각 조정했다. 또한 두바이유가 72달러에서 103달러로 43% 급등하며 국내 제조업 생산 원가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또한 한국 핵심 산업 공급망 41개 품목 중 70%가 중동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나, 에너지 쇼크가 단순한 연료비 문제를 넘어 생산 기반 전체의 위기임을 보여주고 있다. 나프타 조달 차질을 겪는 석유화학, 항공유 부족에 시달리는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불확실성에 처한 조선업이 1차 타격권에 해당된다. 이미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 중인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란 전쟁의 향후 시나리오와 스태그플레이션의 경로
최근 이란 전쟁은 매우 불안정한 휴전 상태인 가운데 확전 가능성을 미국과 이란 두 나라 모두 공언하고 있는 상태다. 4월 초 일시 휴전이 성립됐으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했다. 이란은 핵 문제를 분리한 해협 재개방을 제안했으나 미국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향후 전황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수렴된다.
시나리오① 장기전 및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
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조건은, 먼저 미국이 이란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협상을 거부하고, 이스라엘이 레바논·시리아 작전을 확대하며, 이란 신지도부(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강경 노선을 유지하고, 러시아·중국이 이란을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유가는 130~150달러 이상으로 장기 상승하고, 유럽 TTF 천연가스 가격은 80~100유로/MWh에 달하며, 세계 인플레이션은 5~6%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성장률은 IMF 경고 수준인 2% 이하로 추락하며, 유럽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성장률은 사실상 0%(최악 시 마이너스)로 수렴하고, 인플레이션은 4~6%대로 치솟으며, 경상수지 적자 전환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1600원 이상의 급등이 우려된다.
시나리오② 단기 종전 및 호르무즈 해협 조기 개방
최상의 시나리오는 파키스탄 중재 하에 이란이 핵 개발을 유보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하고, 미국이 봉쇄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포괄적 합의가 5~6월 중 타결되는 경우이다. 이는 이란 신지도부가 경제 재건 실용주의를 선택하고,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유연한 협상 전략을 선택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이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국제 유가는 80~85달러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세계은행 분석대로 에너지 가격 충격의 비료·천연가스 파급 효과가 최소 6~12개월 잔존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5~1.7%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은 2.7% 전후로 안정화되어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충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③ 현실적 가능성- 불완전 휴전 장기화
현재 미국·이란·이스라엘의 정치 역학을 종합하면, 완전한 종전도 전면 확전도 아닌 불안정한 휴전에 기반한 ‘호르무즈 해협의 반봉쇄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폐기를 전제로 고수하여 협상 공간이 협소하고, 이란 신지도부에서의 정치적 실권은 강경파인 이란혁명수비대(IRGC)에 집중돼 타협이 어려우며,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휴전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선택적 개방과 선박 한 척당 100만달러 이상의 통행세를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의 반봉쇄 상태가 지속 중인 경우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임계점인 ▲성장률 0% ▲인플레이션 4% 수준을 간신히 피하지만, 저성장-고물가 구조가 2026년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유화학·항공·해운업계 및 중소 제조업체들에게는 이미 사실상의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카타르의 LNG 설비 17%가 손상되어 향후 복구에 최대 5년이 소요되고, 그로 인한 비료·알루미늄 가격 상승 여파는 2027년까지 구조적인 비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 - 전략적 대응 방향
1973년 오일쇼크(석유 파동)는 프랑스를 원자력 강국으로, 1979년 이란혁명은 일본을 에너지 효율 강국으로 만들었다. 이번 위기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도 동일하다. 단지 이란 전쟁의 피해자로 머물 것인가, 혹은 이를 계기로 에너지 자립과 산업 고도화의 전환점으로 삼을 것인가는 향후 한국 경제의 전략적 선택에 달려 있다.
정부는 이미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사상 최대인 225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에 합류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400만 배럴을 긴급 확보했다. 그러나 현재 26일분은 위험 수위다. 전략비축유 목표를 현행 90일분에서 120일분으로 상향하고, 비중동 산유국(미국·캐나다·호주)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원전 가동률(현 약 80%)을 정비 일정 조정으로 5~7%포인트 추가 확보하고, 석탄화력 폐지 유예를 위기 기간 내 연장하는 긴급조치도 필요할 것이다. LNG는 미국과의 장기 계약 비중을 현행 15%에서 30%로 확대하고 호주·말레이시아를 보완 공급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업종별 에너지 비용 비중 분석을 토대로 고위험 업종(석유화학·정유·항공·해운·시멘트, 에너지 비용 비중 20% 이상)에는 한시적 직접 보조와 원자재 공동구매 플랫폼,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고, 중위험 업종(자동차·철강·식품 가공, 10~20%)에는 에너지 효율 투자 세액공제 확대와 산업용 전기요금 특별 단가 적용 등의 긴급조치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보다 환율 안정화 개입과 핵심 품목 한시적 가격 상한 병행 등의 조치들이 현실적일 것이다. 재정 지원은 광범위한 보조보다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긴급 생계비의 타깃형 지원 등에 집중해서 인플레이션 악화를 예방해야 할 것이다.
중기 대응 방향-에너지 구조 전환과 공급망 재편
한국은 세계 5위 원자력 발전국으로 이미 상당한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노후 원전 계속 운전 허가를 포함하여 신형 경수로(APR1400 후속) 건설 일정을 앞당겨 원전 발전 비중을 현재 약 30%에서 2030년 40%, 2035년 50%로 끌어올리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연간 LNG 수입 대체로 50억~100억달러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원유는 중동 비중을 3년 내 70%에서 55%로 축소하고 미국·캐나다·카자흐스탄 등으로 수입원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알루미늄은 인도네시아·캐나다 계약을 확대하고, 요소비료는 호주 등으로 중국·중동 의존을 줄여야 한다. 텅스텐은 대중국 80% 의존에서 벗어나 캐나다·호주 및 국내 폐기물 재활용을 확대하고 대체 소재 연구개발(R&D)을 확대해야 한다. 전략 비축 목표는 원유 120일, LNG·알루미늄을 포함한 복합 비축 체계로 전환한다.
과거 ‘자원 외교 트라우마’로 위축된 해외 자원 개발을 ‘리스크 관리형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재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의 해외 지분 투자 정부 보증을 확대하되, 제3의 독립 기관에 의한 수익성 검증 거버넌스(의사결정 구조)를 의무화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LNG·구리·리튬 개발 프로젝트 등에 전략적 참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 대응(3~10년) 및 전략적 접근 방안
이번 위기는 에너지 자립 없이는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할 수 없음을 확인시켰다. 한국의 수소 분해·연료전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2030년 청정 수소 50만 톤, 2040년 300만 톤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한 국가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또 호주·칠레와의 그린 수소 장기 수입 계약을 병행하여 2030년대 초 국내 생산의 경제성이 확보될 때까지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석유화학 관련 위기 업종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바이오 나프타·재활용 플라스틱·바이오매스(에너지원이 되는 생물체) 기반 화학 소재 산업 등도 포함한 장기적 정책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선업은 카타르 설비 복구와 새로운 LNG 기지 개발이 수반하는 LNG·암모니아·수소 운반선 등의 수요 급증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이란 전쟁은 드론·방공·에너지 인프라 보호 기술의 전략적 가치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K9·K2·천궁 등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 입지를 확대한 한국은 중동 재건 수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력 증강, 아시아 에너지 인프라 보호 투자를 구조적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위기로 중동 중심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한 번 더 확인됐다. 반도체·배터리·조선에서 일정한 수준의 공급망 지위를 가지게 된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원·물류·제조 공급망에서 전략적 허브 역할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란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2026년의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불안하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인 불완전 휴전의 장기화는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과 공급망 불안이 최소 2026년 말까지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불안한 국제 상황은 한국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으로 몰고 가고 있다. OECD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1.7%로 내리고 인플레이션 전망을 2.7%로 올린 것은, 성장은 꺾이고 물가는 오르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사실상 0% 성장과 에너지 집약 업종의 연쇄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역사는 에너지 위기가 종종 에너지 혁신의 산파였음을 증명한다. 2026년의 충격이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가? 원전 르네상스, 수소 경제 선도, LNG선의 세계 공급 허브, 방산 기술의 수출 산업화 등의 전략들은 한국이 이미 보유한 기술 역량 위에서 현실화가 가능한 전략들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94%라는 아킬레스건을 직시하고, 단기 충격 흡수와 중장기 구조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중 트랙 전략이 지금 한국 경제에 요구된다. 위기의 불꽃 속에서 전략적으로 잘 담금질된 경제는 다음 세대의 도약을 위한 견고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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