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 대출 막히자 기업으로 핸들 꺾는 은행…포용금융 확대에 ‘건전성’ 리스크 우려도
- 기업대출 증가세…예대율 하락에 시중은행 타격
예대금리차 2022년 이후 최대치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국내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방향키를 돌리고 있다. 확장 가능성이 제한된 가계대출에 집착하기보다 기업대출을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1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0.32%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업대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대출 잔액은 419조691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조1218억원 늘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 3.0% ▲우리은행 2.22% ▲KB국민은행 1.2% ▲하나은행 0.9% 순이었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금융당국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고, 정책대출 비중도 현재 30% 수준에서 2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올해 관리 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설정했다. 지난해 증가율(1.7%)보다 0.2%포인트 낮게 잡았다. 그만큼 은행의 가계대출 한도를 좁은 범위에서만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다.
가계대출이 감소하자 은행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분기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 비율’(예대율)은 96%까지 낮아졌다. 신한은행이 93.6%로 가장 낮았고 NH농협은행(93.9%)·우리은행(97.1%)·하나은행(97.4%)·KB국민은행(97.9%) 등 순이었다. 예대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예금만큼 대출이 함께 증가하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은행이 예금금리는 낮게 유지하고 대출금리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금은 늘려야 할 유인이 없고, 정부 정책에 따라 대출은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는 자영업자들은 더 큰 부담을 져야 한다.
실제 은행들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한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지난달 평균 1.512%포인트(p)를 기록했다. 1년 전(1.472%p)보다 0.04%p 높아졌다. 이는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기 시작한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차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확대 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자이익 면에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포용금융 확대는 건전성 악화 리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금융사들도 이런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KB금융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신고한 사업보고서에는 정부의 포용금융 이니셔티브(주도권·계획)와 관련해 “이 정책들로 고객 채무불이행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는 사업 관행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연체율 증가와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역시 “(포용적 금융 이니셔티브) 정책 계획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고객들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사업 관행에 대한 조정이 요구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당사의 연체율 증가 및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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