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여전히 구조조정 중… 신동빈의 롯데 ‘5대 그룹’ 위상 잃었다
- 롯데, ‘몸집 줄이기’ 10대 그룹 유일 공정자산 감소
사업 재편 끝내고 질주하는 한화그룹에 밀려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롯데그룹이 ‘5대 그룹’에서 제외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비상경영 속 사업 재편에 속도를 냈지만, 미래 포트폴리오를 이미 구축한 한화그룹에 밀렸다. 확실한 성장동력 카드가 없는 상황이라 롯데의 재계 5위 재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조조정 진행 중인 롯데와 사업재편 끝낸 한화
신동빈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휘청일 때부터 ‘혁신’을 강조하며 사업 재편을 서둘렀다. 이에 해외 영토 확장에 초점을 맞춘 쇼핑·유통의 경쟁력은 끌어올렸지만 화학 업종이 삐걱거리며 성장세가 꺾였다. 2024년 말에는 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재무구조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적된 사업 재편의 결과, 롯데는 4월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 재계 6위로 떨어졌다. 공정자산 142조4200억원으로 전년 143조3160억원 대비 약 9000억원이 감소했다. 10대 그룹 중 공정자산이 줄어든 건 롯데가 유일했다.
사업 재편 속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흐름이라 어쩔 수 없는 결과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25%를 활용,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6500억원을 조달했다.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일본 첨단소재 기업 레조낙 지분(4.9%)을 275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면세 기업 아볼타 지분(1600억원)도 전량 매각했다.
또 롯데는 ▲롯데건설 퇴계원 부지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코리아세븐 ATM 사업부 등을 정리하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았다.
비핵심 자산 매각과 함께 ‘조직 슬림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롯데케미칼·롯데건설에 이어 롯데물산도 이달 들어 창립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줄곧 성장을 해오면서 몸집이 비대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 글로벌 불확실성 장기화 속에 비핵심 자산 매각과 동시에 조직 슬림화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와는 달리 김승연 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은 처음으로 ‘5대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는 2025년 공정자산 125조7410억원에서 올해 149조6050억원으로 약 24조원의 증가를 보이며 재계 7위에서 5위로 뛰었다.
김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의 주도 아래 ‘우주·방산·조선·에너지’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는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 사업 재편했고,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품으면서 조선과 해양 방산으로 영역을 넓히는 등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방산 계열사를 매입하면서 전환점을 만든 뒤 관련 사업을 빠르게 키우며 성과를 내고 있다. 방산 분야의 경우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 안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 앞으로도 우상향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바이오 사업에 달린 롯데의 재도약
한화그룹의 매서운 상승세로 인해 롯데의 5대 그룹 재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두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비교했을 때 한화그룹의 성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게 사실이다. 한화는 해외로 뻗어나가는 안정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이제 재계 5위 수성보다는 4위 LG그룹을 쫓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임원들은 “롯데가 오랫동안 5위를 지켰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순위 복귀가 어려울 전망이다. 2025년 때의 자산 재평가 같은 방식이 아니라면 롯데도, 포스코도 한화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의 올해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다. ‘아픈 손가락’인 롯데케미칼을 비롯해서 대부분을 계열사들이 호실적을 내면서 본업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유통·식품·화학 등 핵심 사업군에서 준수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하며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의 깜짝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동기 대비 70.6%나 증가한 영업이익 2529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사업부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인 매출 8723억원, 영업이익 1912억원의 실적을 냈다.
베트남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베트남에서 백화점 3개와 대형마트 15개를 운영 중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2023년 9월 개점 후 최대 매출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매출 6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이에 신 회장은 올해 첫 해외 현장 경영으로 지난 4월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찾아 집중 점검했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롯데지만 재도약을 위해서 미래 성장동력이 절실하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이 이끄는 바이오 사업이 핵심이다. 하지만 바이오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롯데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1공장 준공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오는 8월 이전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이르면 7월에 마무리될 수도 있다. 2030년까지 4조6000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톱10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송도 1공장 가동은 내년 2분기에 시작될 전망이라 아직 갈 길이 멀다. 롯데는 2030년까지 1조5000억원의 매출 달성이라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롯데그룹 측은 “바이오가 핵심 성장동력이기 때문에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거는 기대도 크다. 글로벌 빅파마를 포함한 여러 제약사들과 생산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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