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터뷰] “소외된 클론에게 희망을”…고1 소녀 작가가 ‘하이니티’서 펼친 SF 세상
- 하이니티 청소년 작가상 대상 임지선
“김초엽 작가처럼 따뜻한 SF 쓰고 싶어”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장난감 대신 두꺼운 책장을 넘기며 걸음마를 뗐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영화 속 세계를 탐험했다. 그렇게 자란 소녀가 당당히 신예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주인공은 부산에서 올라온 문현여자고등학교 1학년 임지선(16) 작가다. 복제 인간 ‘클론’의 고민을 그린 공상과학(SF) 소설로 곽재선 문화재단이 주최한 ‘제1회 하이니티 청소년 작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하이니티가 발굴한 예비 스타 작가
임 작가는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독서광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하루에 적어도 세 권은 읽어야 눈을 붙였고, 인상 깊게 본 영화는 가족과 거실에 모여 몇 번이고 되돌려봤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서른 번 넘게 감상하며 머릿속에 상상의 공간을 촘촘히 짓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창작 욕구가 폭발해 지금까지 서른 편에 달하는 초고를 쏟아냈다.
대상 수상작 ‘우리는 다른 하늘을 보았다’는 가상의 세상 속 존재들이 자신이 클론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다 거대한 비밀을 알아채고 정해진 운명에 맞서 싸우는 서사를 담았다. 임 작가는 “주인공이 부족한 면이 많지만 그걸 보완해 주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연대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미 ‘임 작가’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막상 학교 백일장 대회에서도 최고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임 작가는 “책 읽기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소설의 결말을 두고는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시스템에 저항하며 발악했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면 독자들에게 너무 큰 허무함을 안겨줄 것 같았다”는 임 작가는 “그렇다고 현실에 순응해 갇혀만 있게 하기에는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MBTI가 내향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INFJ’라고 밝힌 임 작가는 롤모델로 SF 소설가 김초엽 작가를 꼽았다. 우주적 상상력 속에서도 인간 내면의 소외된 감정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시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임 작가는 “사회 문제를 다루거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밀접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대안을 제시하면서 독자들이 깊이 공감하고 실제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글을 쓰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10대답지 않은 메시지의 깊이
이번 공모전에 무사히 출품하기까지 가족들의 유쾌한 조력이 한몫했다. 이메일 접수와 원고 서식 맞추기가 서툰 딸을 위해 아버지가 발 벗고 나서 글꼴을 교정하고 업로드 작업을 뒷받침했다. 임 작가는 부끄러운 마음에 가족에게도 차마 보여주지 못했던 원고를 “상도 받았으니 이제는 당당하게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창작 방향에 대해 더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직업을 겸하기 위해 향후 국어 교사가 되는 꿈도 함께 키우고 있다”는 똑 부러지는 계획을 덧붙였다.
임 작가의 보물 상자는 아직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온기 가득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이 이번 ‘하이니티 청소년 작가상’이다. 임 작가는 “청소년을 위한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한두 달 동안 정말 열심히 글을 썼다. 이번 수상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고, 부족한 글을 좋게 평가해 준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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