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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없으면 직원이 잇는다” 우리은행이 주목한 기업승계 해법
- 고용·기술·공급망 지키는 ‘생산적 기업승계’
자녀승계 대신 MBO·EBO…승계 대안 주목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앞세워 시장 선도
우리은행은 1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지원 방향과 기업승계 지원 전략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운영 현황 및 생산적 기업승계 추진 방향 소개 ▲일본 금융회사의 임직원 승계 생태계 전략(우리금융경영연구소) ▲친족 간 기업승계 분쟁 사례와 법률 리스크(김앤장 법률사무소) ▲중소기업 제3자 M&A 사례(삼일회계법인)의 순서로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인사말에 나선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기업승계 지원 사업이 자신의 오랜 현장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정진완 행장은 중소기업을 담당했던 부장·부행장 시절부터 기업 승계 문제를 현장에서 꾸준히 접하며 중요성을 체감해 왔다. 다만 취임 이후에는 내부통제 강화와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등 시급한 과제에 집중해야 했던 만큼 기업승계 지원 체계 구축이 다소 늦어졌다고 밝혔다.
정 행장은 “기업승계는 중소기업에 매우 중요한 문제인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10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데 이어 올해 초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 관련 전문기관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승계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임직원의 고용 유지와 기술력 보존, 산업 내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경제 과제”라며 “우리은행은 기업의 폐업이나 사업 축소를 방지하고 일자리와 기술, 산업 기반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산적 기업승계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기업승계를 단순한 경영권 이전이 아니라 ▲고용 안정 ▲기술력 보존 ▲공급망 안정성 강화로 이어지는 ‘생산적 기업승계’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승계 지연이나 후계자 부재로 우량 중소기업이 폐업하거나 사업을 축소할 경우, 일자리 감소뿐만 아니라 축적된 기술의 단절과 산업 내 공급망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승계는 기업 생존을 넘어 산업 생태계 유지와도 직결되는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은행권 처음으로 회계·세무·M&A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업승계 전담조직인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했다. 지난 4월에는 기술신용보증기금과 ‘기업승계 및 기술혁신 촉진을 위한 M&A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 13억원을 특별출연해 438억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삼일회계법인과 함께 금융·법률·세무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기업승계 비즈니스 상호협력 업무협약(MOU)’도 체결하는 등 기업승계 지원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센터 신설 이후 총 554개 기업과 기업승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들 기업 대표자 중 50~69세가 70.2%, 70세 이상이 20.5%로 고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로 창업 1세대인 대표자들은 자녀 승계를 희망하는 비중이 52.7%로 가장 높았으나, 43.7%는 아직 승계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승계 의사 미확인, 산업 환경 불확실성 등 때문이다.
주목받는 MBO·EBO…“가족 대신 직원이 잇는다”
센터는 현재까지 이들 기업 중 102개 기업에 ▲중장기 승계전략 수립부터 ▲자금 연계 금융솔루션 ▲사후 경영 안정화까지 아우르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컨설팅을 수행했다. 이 중 77.5%는 자녀 승계를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했으며, 후계자가 없거나 자녀 승계가 어려운 기업에게는 경영진인수(MBO)와 종업원인수(EBO) 등 대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MBO는 기존 경영진이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 연속성 ▲신속한 의사결정 ▲내부 혁신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EBO는 임직원이 단체로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고용 안정성 ▲근로 의욕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기존 종업원의 고용이 보장될 뿐 아니라 검증된 내부 인력이 경영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기업의 기술과 조직 문화, 창업자의 경영철학을 함께 승계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윤성후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부장은 “MBO·EBO 방식으로 승계된 기업의 10년 생존률은 약 50%로, 일반 기업의 10년 생존률 10~20%를 웃돈다”면서 “해당 방식으로 승계할 경우 생산성·효율성도 높아지고 수익성도 상당히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일본의 사례에서 금융 비즈니스 모델의 미래를 찾았다.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기업승계 시장에서는 친족 승계 비중이 꾸준히 감소한 반면 임직원 승계와 M&A 방식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임재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혁신연구실장은 임직원 승계의 강점으로 기업의 암묵지 보존·고용 유지·조직문화 계승·자금구조 최적화 등을 꼽았다. 임재호 실장은 “M&A는 인수 후 통합(PMI) 비용이 발생하고, 친족 승계는 후계자 역량이나 가족 간 갈등 등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임직원 승계는 기존 조직과 문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실장은 “기업승계는 단순한 자금 조달이나 소유권 이전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일자리를 함께 지키는 과정”이라며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노하우, 조직문화 등 암묵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은행의 기업승계 지원 효과에 대해서도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향후 5년간 매년 100개 기업의 가업승계를 지원해 총 500개 기업의 승계를 성공시킬 경우, 약 1만명의 고용 유지와 10조7000억원 규모의 매출 기반 보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생산유발효과 4699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934억원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제 혜택 없는 임직원 승계…제도 개선 과제
전문가들 또한 승계 대상에 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함병훈 김앤장 변호사는 “기업승계는 사업의 지속과 기술력 보존, 종업원들의 고용 유지, 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정화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철저한 사전 승계 준비가 있는 경우에도 가족 간에서는 얼마든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함 변호사는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외부인이 기업을 인수할 경우, 사업 지속이나 종업원 고용 유지를 완전하게 담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아예 발상의 전환을 달리해서 승계 대상의 범위를 가족이 아닌 회사를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임직원들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직원 승계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제도적 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함 변호사는 친족 승계에 비해 임직원 승계에 대한 세제 지원이 부족한 점을 대표적인 한계로 꼽았다.
함 변호사는 “임직원이 오너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을 경우 최대 50%의 증여세율이 적용돼 상당한 세금 부담이 발생한다”며 “오너가 임직원에게 주식을 매각하는 경우에도 양도소득세 부담이 발생하며,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넘길 경우에는 증여로 간주돼 추가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로는 임직원들이 승계했을 때 세금 부담을 줄일만한 제도가 없어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정부에서도 고려해 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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