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나스닥 상장' SK하닉 '달러 폭탄' 퍼붓는다…환율 방어 완충재 되나
12일 재계와 금융권 및 외환당국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해 265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공모 절차가 마무리되는 오는 14일 해당 대금이 최종 납입될 예정이며, SK하이닉스는 증권신고서에 공시한 대로 이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증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 대부분 국내 설비투자에 집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공장을 짓고 협력업체 대금 및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원화가 필요하므로, 미국에서 조달한 대규모 달러 자금의 국내 환전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번 조달 자금을 두고 '통화스와프급' 공급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금융시장 공포를 잠재웠던 한국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Fed) 간 6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중 실제 국내에 공급됐던 달러 총액은 198억 7천200만 달러였다. 민간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이번 상장으로 들여오는 265억 달러는 당시 위기 극복을 위해 공급됐던 비상 유동성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이는 지난 6월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약 362억 달러)의 73%에 육박하며,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원·달러 현물환 하루 평균 거래 규모(332억 8천만 달러)에 견줄 만한 수치다. 나아가 외환당국이 1분기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서 순매도한 달러(약 136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대규모 달러 매도 및 원화 매수 주문 예고는 실제 환전이 이뤄지기 전부터 시장에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시장이 미래의 자금 유입 기대를 가격에 선반영하면서 환율은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기업의 환리스크 헤지를 위한 선물환 매도 물량이 출회되고, 은행들이 이에 대응해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면서 수급 지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을 기대하며 달러를 선점했던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과 수출기업들의 조기 환전까지 맞물렸다.
그 결과 최근 환율 움직임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이달 초 엔화 약세와 외인 매도세가 겹치며 장중 1,560원 선 턱밑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하루 만에 30원 넘게 폭락한 데 이어 8일에는 종가 기준 1,500원 선을 밑돌기도 했다. 지난 10일에는 1501.4원으로 장을 마쳤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최고점 대비 50원 이상 급락한 셈이다. 글로벌 달러 강세가 주춤해진 영향도 있으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대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265억 달러 전체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로 환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고가 장비 대금이나 원자재 구매, 외화 부채 상환 등은 달러 그대로 결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금을 한 번에 환전하기보다는 투자 일정에 맞춰 분할 매도할 확률이 높다. 금융권에서는 대금이 납입되는 14일 이후 거래가 본격화되어 7월 하반월부터 8~9월까지 수개월에 걸쳐 환전 작업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환율을 단숨에 떨어뜨리기보다 상단을 강하게 억누르고 급등을 제한하는 장기적 방어벽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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