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니무브 틈새전략]②
코스피 급등에 지난해 판매된 시중은행 ELD 대부분 낙아웃 터치
중위험·중수익, 중도해지 시 원금 손실 가능성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7월 시중은행의 한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상품에 300만원을 예금했다가 10개월 만에 해약했다.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11.5%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지만, ‘낙아웃’(Knock-out·조기 확정)에 걸려 최저 수준의 이자만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었지만, 중도 해지하면서 원금만 겨우 건졌다. 만기를 채우지 못하면 이자율이 0.1%에 불과한데, 중도 해지 수수료도 물어야 했다.
A씨 사례처럼 원금은 지키면서 중금리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ELD 상품에 가입했다가 낙아웃에 걸려 보통예금 금리조차 얻지 못하는 투자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낙아웃이란 권투에서 쓰이는 용어로 그 즉시 경기가 끝난다는 뜻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투자 기간 중 은행이 미리 정해놓은 조건을 단 한 번이라도 넘는 순간 기회를 박탈하는 장치다. 쉽게 말해 ‘선을 넘으면 탈락’한다는 뜻이다.
독이 된 증시 호조…한 달 만에 ‘최저 금리’ 확정된 ELD
지난해 7월 가입 마감된 KB국민은행의 ELD 상품 ‘KB Star 지수연동예금 25-3호’(KOSPI200 상승낙아웃형(고수익목표형))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상품은 코스피(KOSPI)200 지수 변동에 연동해 이자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만약 코스피200 지수가 1년 동안 0~10% 수준에서만 움직이면 기본금리 1.5%에 지수 상승률을 더해 최대 11.5% 금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지수가 10% 이상을 웃돌면 연이자율은 2%로 확정된다. 만약 만기 시 해당 지수가 하락했다면 1.5%만 수익을 주도록 설계됐다. 2025년 7월 말부터 2026년 7월 말까지 코스피200 상승률이 9%로 제한된다면 투자자는 10.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증시 호조로 코스피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은 더 높았다. 코스피200 지수는 2025년 7월 31일 438.60을 기록했는데 지난 6월 5일에는 1297.02로 장을 마감했다. 11개월 만에 190%가량 상승했다. 해당 상품의 낙아웃 조건을 유지하려면 코스피200이 482.46을 넘기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2025년 10월 2일 493.41을 기록하면서 이미 2% 확정금리가 정해졌다.
지난 2월 판매된 ‘KB Star 지수연동예금 26-1호’(KOSPI200 상승낙아웃형(고수익추구형))는 가입 기간 동안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이 0~20% 사이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낙아웃 조건이 있었다. 2월 5일 코스피200 지수는 756.95였다. 최대 908.34를 넘지 않아야 했는데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같은 달 26일 코스피200 지수가 944.02를 기록하며 낙아웃 됐다. 최대 11.2%의 금리를 기대하고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남은 11개월을 기다려야 2.1%의 확정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 후반대인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 못한 수익을 얻는다는 뜻이다.
NH농협은행이 지난 3월 판매한 ‘지수연동예금(ELD) 26-1호’·하나은행의 ‘지수플러스 정기예금 고수익추구형 26-10호(1년)’ 등도 낙아웃 조건이 포함된 ELD 상품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ELD는 정해진 조건 속에서 지수가 최대한 올라야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그 조건을 넘어서는 순간 수익이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든다”며 “지난해부터 코스피가 두 배 넘게 올랐던 상황을 비춰보면 대부분의 ELD가 낙아웃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기 전 해지시 금리 0.1%, 중도 수수료 부과
은행은 왜 낙아웃 구조를 고집하는 것일까. ELD는 고객의 원금 대부분을 국공채에 넣어 원금을 확보하고, 나머지 이자 재원으로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지수 옵션을 매수한다. 이때 은행이 매수하는 옵션이 바로 ‘베리어 옵션’(Barrier Option)의 일종인 낙아웃 옵션이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만기까지 지수가 특정 선을 넘지 않아야만 효력이 유지되는 낙아웃 옵션은, 지수 상승 폭만큼 무제한으로 수익을 주는 일반 콜옵션(Call Option)에 비해 가격(프리미엄)이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지수가 상한선을 깨고 올라갔을 때 금융사가 지급해야 할 리스크를 소멸시키는 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저렴한 옵션을 활용해 ‘최고 연 11%’라는 상징적인 고금리를 내세워 수백억원의 수신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반면 실제로 지수가 상한선을 넘어가면 옵션 계약이 파기되기 때문에 고객에게 값비싼 이자를 줄 책임이 사라진다. 즉, 대규모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하면서도 실제 지급 이율은 정기예금보다 낮춰 조달 비용을 극대화하는 셈이다.
ELD의 또 다른 함정은 ‘중도 해지’ 리스크다. 이 상품이 ‘예금’이고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 때문에 언제든 해약해도 손해가 없을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금 보장 약정은 만기까지 보유했을 경우로 제한된다. 만약 만기(보통 12개월)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해지하면 은행은 자금 운용을 위해 매입했던 국공채를 중도 매각해야 하고 파생상품 계약 중도 청산에 따른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그 청산 비용을 고객의 원금에서 차감한다. 이 때문에 중도 해지하는 투자자의 경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시중은행 종합자산관리(WM) 부문 관계자는 “ELD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안전성을 원한다면 확정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을 선택하는 것이, 주가 상승의 이익을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원금 비보장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상장지수펀드(ETF)나 주식형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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