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일생, 시장이 되다]①
2032년 반려동물 시장 규모 약 24조…연평균 9.5% 성장
반려동물 양육 가구 29.2% 세 집 중 하나 꼴…역대 최고
반려동물은 이제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자녀이자 가족이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삶의 동반자다.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서 소비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사료와 간식에 머물렀던 펫시장은 입양 직후 필요한 용품과 가전, 유치원과 돌봄 서비스, 보험과 헬스케어, 노후 돌봄과 장례 서비스까지 생애 전반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중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상의 말티즈 ‘콩이’가 태어나 입양된 뒤 노년을 거쳐 무지개다리를 건너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며, 반려동물의 일생을 중심으로 진화하는 펫산업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2025년 12월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서울 펫쇼에서 한 참관객이 반려견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 안녕. 내 이름은 콩이야. 생일은 3월 3일. 나이는 생후 3개월이야. 인간으로 치면 세 살 정도지. 나는 최근 한 가정에 입양됐어. 안락한 새 보금자리가 생긴 것도 좋지만 사료부터 각종 간식, 예쁜 옷과 신발, 장난감까지 나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투자하고 사랑해 주는 엄마 아빠와 언니들 덕분에 행복해. 요즘은 매주 동물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고 예방접종도 하느라 정신이 없어.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생후 6주부터는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앗, 자동 급식기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제 밥 먹을 시간인가 봐!
“이렇게 돈이 많이 들 줄은 몰랐지만”
최근 장모 치와와 한 마리를 입양한 박세윤(27)씨는 “입양 비용을 제외한 초기 물품비용, 기본 접종비만 해도 30만원 이상”이라면서도 “가족이라고 생각하니 아깝기보다는 형편이 닿는 대로 이것저것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생후 2개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뽀또’를 키우기 시작한 서지연(43)씨도 마찬가지다. 서씨는 뽀또를 입양하며 사료와 간식을 비롯해 ▲산책용 가방 ▲자외선(UV) 차단 의류 ▲펫보험 ▲병원비 등에 50만원이 넘는 돈을 썼다. 그는 뽀또를 양육하는데 필요한 사료비와 병원비 등 고정 지출 비용만 해도 한 달에 10만원 이상일 것으로 본다.
두 딸의 엄마인 서씨는 “뽀또는 이제 강아지가 아닌 막내딸”이라며 “내가 낳은 자식처럼 사료나 간식을 살 때도 원재료와 성분 등을 따지게 되고, 기왕이면 더 좋고 예쁜 것을 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뽀또를 키우기 전에는 반려동물에게 돈을 많이 쓰는 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개 집사’가 되어 보니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셋 중 한 가구는 반려인…월평균 약 19만원 지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펨족’(펫+패밀리)이 늘어나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한국의 반려동물 연관 산업 시장이 지난 2022년 62억달러(약 9조4100억원)에서 오는 2032년 152억달러(약 23조8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연평균 성장률은 9.5%에 달한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조7500억원 수준이던 한국 펫케어 시장 규모는 올해 약 3조7700억원을 나타낼 전망이다. 유로모니터는 오는 2030년 시장 규모가 4조31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사람처럼 대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문화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농식품부는 지난 2월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조사’를 통해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이 29.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KB경영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가구의 87.2%, 비반려가구의 68.2%가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반려가구가 매달 양육비로 지출한 비용은 평균 19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15만4000원이었던 지난 2023년보다 4만원 증가한 수준이다. 월 25만원 이상을 쓴 반려가구는 20.6%로 지난 2023년 15.6%보다 5.0%포인트(p) 늘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반려동물 영양제 등 건강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료부터 가전까지 수백만원 안팎…‘펫페어’ 활용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반려동물 입양 시 필수 용품과 초기 비용 등을 묻는 초보 반려인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초기 비용은 크게 ▲분양(입양)비 ▲용품비 ▲의료비 세 가지로 나뉜다.
체중이 10㎏ 미만인 소형견 기준으로 필요한 기본 물품은 ▲사료·간식 ▲배변 패드·배변판 ▲장난감 ▲미용 도구 ▲하우스·켄넬 ▲이동장(캐리어) ▲목줄·리드줄·하네스 등이 꼽힌다. 해당 물품을 모두 갖추려면 40만원가량을 써야 한다.
생후 6주부터 4개월 전까지는 ▲종합백신(DHPPL) ▲코로나 장염 ▲켄넬코프 ▲광견병 등의 백신접종도 필수다. 기본 예방접종 비용에만 20만~32만원 정도가 든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생후 2개월 이상 반려견은 의무적으로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동물등록 시 내장형 마이크로칩 삽입비 2~5만원과 지자체 등록 수수료 3000~1만원이 발생한다. 생후 5~6개월 이후에는 중성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 비용은 20~45만원 수준이다.
▲슬개골 탈구 수술(80만~200만원) ▲디스크 수술(200만~500만원) ▲심장 수술(300만~700만원) 등 예상치 못한 의료비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펫보험은 가입 시점이 어릴수록 보험료가 낮고 보장 범위가 넓다. 생후 30일~6개월 사이에 가입하면 선천성 질환 면책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보험료는 소형견 기준 월 1~3만원 정도다.
펫가전도 필수 품목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펫캠(반려동물용 CCTV) ▲자동 급식기·급수기 ▲펫드라이룸(털 건조기) ▲공기청정기 ▲유모차 ▲러닝머신 ▲미용기 등 ‘펫 케어’ 기능이 접목된 가전제품은 10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도 인기를 끈다.
개 집사 4개월 차에 접어든 김효경(29)씨는 “▲사료 ▲배변 패드 ▲옷 ▲미용 등에만 한 달에 약 70만~80만원을 쓴다”면서 “매트나 유모차, 영양제 등 고가 제품은 펫페어에서 저렴하게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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