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우유값 비싼 건 낙농가 때문만은 아니다”…낙농육우협회, 긴급대책 촉구
-협회 “소비자가격 상승분 약 70%, 제조·유통 단계서 발생” 주장
-생산비 급등·물량 감축에 농가 경영난 심화…정부 3대 대책 요구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최근 우유 소비자가격 상승과 수급 문제의 책임을 낙농가에 돌리는 일부 주장에 반발하며 정부 차원의 긴급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협회는 우유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 낙농가가 받는 원유가격이 아니라 제조·유통 단계의 가격 구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생산 현장은 오히려 생산비 급등과 물량 감축으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협회가 2004년부터 2024년까지 20년간 우유 가격 추이와 상장 유업체 공시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유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1706원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원유가격 상승분은 567원에 그쳤다. 협회는 소비자가격 상승분의 약 70%가 제조·유통 단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협회 관계자는 “소비자가 마시는 우유 가격이 높은 이유는 낙농가가 받는 원유가격 때문이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 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유통 마진 구조를 점검하지 않고서는 소비자 부담 완화도, 낙농가 경영 안정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제기되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 주장에 대해서도 협회는 반박했다. 가공식품에서 우유와 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수준에 불과하고, 상당수가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어 국내 원유가격 인상이 가공식품 물가 상승을 주도한다는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반면 생산 현장의 경영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농가 평균 생산비는 리터당 171원 상승했지만 원유가격 반영분은 88원에 그쳤다. 전체 농가의 41%를 차지하는 50두 미만 소규모 농가는 같은 기간 생산비가 리터당 280원 급등해 경영 부담이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평균 생산비가 리터당 1252원으로 음용유용 원유가격 1249원을 넘어서는 역마진 구조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 이후 유업체의 물량 감축까지 이어지면서 농가 부담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최근 5년간 전체 낙농가의 13.7%에 해당하는 834호가 폐업한 것으로도 집계됐다. 낙농가 호당 평균 부채는 5억원을 넘어섰고, 젖소 두당 차입자본액은 45.6%, 차입금 이자는 68.6% 증가했다.
협회는 ‘남는 원유’ 논란 역시 실제 상황과 거리가 있다고 봤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참여 유업체 소속 농가들의 지난해 음용유용 구간 생산량은 보유 쿼터 대비 81.2%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정부가 제도 도입 당시 보장했던 음용유 구간 비율 88.5%보다 7.3%포인트 낮은 수치다.
협회는 소비 감소보다 유업체의 물량 감축과 가공용 원유 확대 예산 미확보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0년 대비 지난해 국내 원유 생산량은 5.9% 감소한 반면, 유제품 수입량은 114% 증가했다. 전체 유제품 소비는 늘었지만 국산 원유 사용은 줄어든 셈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혼합분유 등을 포함한 분유 수입량은 원유 환산 기준 68만3000톤으로, 국산 가공용 원유 사용량 34만3000톤의 두 배에 달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2022년 기준 유업체들이 직접 사용한 수입 유제품은 원유 환산 기준 50만5000톤으로 당시 국산 가공용 원유 사용량의 두 배를 넘었다”며 “국산 원유 자급률이 45.8%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농가에만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유 수급 문제를 소비 감소나 농가 생산량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수입산 의존 확대와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정부에 3대 긴급대책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가공용 원유 20만 톤 물량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예산과 대책 마련, 경영위기 낙농가를 위한 정책자금 및 상호금융자금 상환 기한 3년 이상 일괄 연장과 이자 감면, 고령·소규모 농가 대상 현실적인 폐업 보상 대책 마련 등이다.
이와 함께 비정상적인 유통 마진 실태 조사와 유업체의 임의적 물량 감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도 촉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우유 소비자가격 안정과 낙농 산업 지속 가능성을 함께 확보하려면 생산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원유가격, 유통비용, 수입 유제품 확대, 농가 경영난을 함께 살피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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