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국내 증권사들 서양개미 유치전…“새 먹거리 찾았다” [‘서양개미’가 온다]②
- [‘서양개미’가 온다]②
외국인 통합계좌 확산에 삼성·미래·키움·하나증권 경쟁 가속
미국·동남아·일본·중화권 등서 한국 증시 접근성 높아져
업계에서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글로벌 증권사와 손잡고 미국과 동남아시아, 일본, 중화권 투자자들을 한국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한 브로커리지 수익을 높인다는 계획으로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이른바 ‘서양개미’ 유치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 美·日·중화권 투자자 공략 나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통합계좌는 해외 금융기관이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 주문을 하나의 계좌로 통합해 국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존에는 해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사기 위해 국내 증권사 계좌를 직접 개설하고 복잡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현지 증권사 플랫폼에서 곧바로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는 활발했지만 외국인의 국내 증시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가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를 위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과 관련 규제 정비,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추진하며 제도 활성화에 나선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증권사들 역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장을 개척한 곳은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0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홍콩 엠퍼러증권과 협력해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시작했다. 엠퍼러증권은 중국과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증권사다. 이어 올해 3월 일본 캐피털 파트너스 증권과도 관련 계약을 체결하며 중화권에 이어 일본 투자자까지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다.
삼성증권은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5월 글로벌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BKR)와 협력해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출시했다. IBKR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약 200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온라인 증권사다. 전 세계 170여 개 시장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투자자들이 삼성증권을 통해 한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삼성증권은 2023년부터 IBKR과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이후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올해 서비스를 공식 개시했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증시 유입 확대가 증시 활성화는 물론 원화 수요 증가를 통한 환율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미국 디지털 투자 플랫폼 위불(Webull)과 손잡았다. 양사는 지난 2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에 나섰다. 위불은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유럽, 남미 등 14개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브로커리지 플랫폼으로 지난해 말 기준 25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 계좌를 따로 개설하지 않고도 위불 플랫폼에서 한국 주식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키움증권은 국내 리테일 주식시장 강점과 위불의 글로벌 고객 기반을 결합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참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거래 집중될 것”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대형 증권사 UOB Kay Hian과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UOB Kay Hian은 시가총액 약 4조원 규모의 싱가포르 대표 증권사다.
싱가포르 본사를 중심으로 중화권과 아세안 전역에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100년이 넘는 업력을 보유하면서 동남아시아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분야에서 폭넓은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거래 실행과 수탁, 고객 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다.
이번 계약은 미래에셋증권 싱가포르법인이 주도해 성사됐으며, 동남아시아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미래에셋증권은 복수의 해외 증권사와 추가 협업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고, 투자 저변 확대 기반도 마련된 만큼 코스피 추가 상승과 증권사 수익 확보에 유리한 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로 외국인 개인투자자가 자국 증권사 계좌에서 직접 한국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됐다”며 “초기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현대차로 대표되는 자동차 등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증권사가 해외 증권사로부터 수취하는 통합계좌 위탁수수료도 (국내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대금 확대가 동반될 경우 신규 수수료 수익원으로서 의미 있는 기여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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