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10명 중 6명 활자 외면… 예스24·영풍 주춤
교보만 ‘60억 흑자’…서점가 매출 감소 속 반전
파주 물류 자동화 시스템 기반 배송 경쟁력 눈길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대한민국 독서 인구가 바닥을 치고 있다.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시대다. 여기에 ‘배송비 제로’를 앞세운 이커머스 공룡 쿠팡의 무차별적인 도서 시장 잠식, 그리고 챗GPT나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의 확산으로 기존 논픽션 도서의 정보 제공 기능마저 AI로 이동하면서 온·오프라인 서점가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로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출판시장 통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서점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24년 4.1%, 2023년 3.6%, 2022년 2.3% 등을 기록했다. 그동안 한자릿수 성장을 이어오던 서점들은 지난해 그래프가 꺾였다. 교보문고·알라딘커뮤니케이션·영풍문고·예스24 등 온·오프라인 서점 4개사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2조1682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고, 영업이익 또한 185억원으로 4.0% 줄어들었다. 알라딘커뮤니케이션과 예스24의 영업이익은 각각 56억원, 7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3.1%, 69.7% 급감하며 실적 부진을 겪었고, 영풍문고는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서점 세 곳은 매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심각성이 커졌다.
이 가운데 반전은 교보문고였다. 나 홀로 매출이 성장하고, 영업이익 약 60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며 상반되는 행보를 보였다.
이커머스엔 없는 교보문고의 ‘가치’
대조적인 성적표를 받아 든 교보문고는 도매 영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한 덕을 봤다. 지난해 기업간거래(B2B) 매출액은 전년 대비 63.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과의 거대한 도매 영업·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학동네·창비·김영사·민음사 등 국내 정상급 출판사 290여 개를 비롯해 종이인쇄사, 디자인사 등 총 953개 기업이 밀집해 있는 ‘책 문화의 보고’ 파주출판도시(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가 있다. 기획부터 출판 감리, 인쇄까지 한자리에서 해결되는 상생과 경쟁의 장에 거대한 둥지를 튼 교보문고는 축적된 유통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주 입주사들과 긴밀하게 호흡하며 허브 역할을 다져왔다.
쿠팡 같은 대형 이커머스로의 독자 이탈에 대응하는 교보문고의 무기는 오프라인에도 있었다. 온라인 가격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즉시 수령하는 대표 옴니채널 서비스인 ‘바로드림’은 매출 금액 기준 온라인 매출 대비 매년 12~14%의 안정적인 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보령 교보문고 eBiz마케팅팀 담당자는 “최근 바로드림이 이용 건수와 객단가가 함께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이용이 크게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하반기에는 매장 방문 고객을 위한 혜택을 확대해 온·오프라인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옴니채널 경험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커머스가 모방할 수 없는 ‘문화적 경험’과 ‘록인(Lock-in) 콘텐츠’도 강력한 축이다. 교보문고는 보라토크, 보라쇼, 명강의 Big10 등 인문·경제·자녀교육 분야를 아우르는 고품격 프로그램을 연간 210회 운영하고 있다.
이효정 교보문고 마케팅지원단 지식강연TF 팀장은 "“올해 강연 프로그램의 평균 매진율은 91%에 달하며, 누적 참여 고객 수도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시그니처향 '책향' 상품이나 독점 굿즈 등 서점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가 독자들을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셈이다.
450만권이 움직이는 파주 속 ‘스마트 시티’
쿠팡의 공세에 맞설 교보문고의 무기도 역시 ‘파주’에 있었다. 교보문고의 핵심 인프라는 파주출판도시에 위치한 ‘자동화 물류센터’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수만 평의 창고를 직접 걸어 다니며 주문받은 책을 찾아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물류가 자동으로 작업자를 향해 이동하는 ‘스마트 시티’가 된 것이다. 작업자가 직접 도서를 찾아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 지 오래다.
이미 2022년 교보문고는 온라인 물량에 대비하기 위해 파주 부곡리에 제1물류센터를 증축했다. 이에 본관(건평 7542평)과 증축된 신관(건평 4644평)을 합쳐 총 연면적 1만 2180여평 규모로 물류 인프라를 가동 중이다. 현재 이곳에는 국내 서적 400만권, 외국 서적 50만권 등 총 450만여 권의 도서 재고를 보관하고 있다.
물류센터의 핵심은 고도화된 설비다. 총 42대의 크레인이 탑재된 자동 보관 창고 시스템은 최대 120만권의 책을 보관하고 출고할 수 있다.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자동으로 분류되는 책은 하루 평균 30만여권에 달한다. 물류 자동화 시스템은 공급망의 정확도를 높이고 주문 당일 혹은 익일에 책을 받아볼 수 있는 교보문고 배송 서비스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류정훈 교보문고 유통운영팀장은 “도서를 효율적으로 보관하고 입고부터 보관, 분류, 출고까지의 작업 동선을 최적화해 물류 생산성을 높였다”며 “물류 처리 역량이 크게 확대되면서 온라인 주문과 전국 서점 공급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으며 주문 도서의 출고 속도와 정확도도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교보문고 측은 “서점의 경쟁력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문화행사나 독서 커뮤니티, 문구·굿즈 개발 등 책을 둘러싼 다양한 문화 경험을 제공하며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서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최근 10~20대 젊은 층이 독서에 관심을 보이는 텍스트힙 같은 문화적 현상 등도 교보문고를 지탱하는 축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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