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비수도권 반도체 벨트 조성 ‘유인책’은 [반도체 수도권 집중 vs 비수도권 유인]②
- 토지 비롯한 전력·용수·인재 지원 관건
기반 시설 설치비 50% 지원, 구미시 평당 1000원 공급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수도권의 반도체 벨트’ 외에 호남과 충청 지역 등에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의 반도체 병목 해결 방안으로 ‘호남권 반도체 벨트’를 제시하며 부지를 비롯한 전력·용수·인재 등의 지원책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 구축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지난 6월 24일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의 ‘반도체 제2클러스터’ 조성을 언급했다. 그는 “수도권에 더 지으려 해도 땅도, 전력도, 용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외로 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클러스터 조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5극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 국가균형발전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민과 국토가 성장의 기회와 혜택을 고루 누리는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나아가겠다.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태계를 광주-부산-구미 남부권으로 확장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패키징 등 유망 분야를 지역 여건에 맞게 ‘특화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기존 클러스터와 연계한 반도체 네트워크를 전국에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구상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는 광주·구미·부산을 축으로 한다. 광주는 첨단 패키징, 부산은 전력반도체, 구미는 반도체 소재·부품을 특화 조성한다. 이를 한데 묶어 반도체 벨트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기존 메모리 중심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 패키징(후공정)을 차세대 승부처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부각되고 있다.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단순 포장하는 단계가 아니라 여러 칩을 고속으로 연결하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고부가 공정이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첨단 패키징 역량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 특별법)에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한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 방안과 인허가 특례 등이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의 배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도체 특별법은 ‘비수도권 우대’ 방향으로 시행령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의 혁신 생태계 조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지원 체계를 담고 있는데 ‘비수도권’ 조항이 핵심이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 내 기반 시설 설치비의 50% 이상을 지원하며 중요시설은 최대 100%까지 국가가 부담하도록 했다. 기반 시설은 ▲전력공급 시설 ▲용수공급시설 ▲폐수·폐기물처리시설 ▲도로 시설 등이다.
전력·용수·땅·인재 지원 관건
수도권보다 지리적 입지가 떨어지는 ‘비수도권 벨트’ 조성을 위해서는 물리적 지원이 필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전력·물·땅·사람 등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 지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 반도체 공장 유치의 최대 쟁점은 ▲전력 ▲용수 ▲토지 보상 ▲인재 육성 등의 인프라다. 반도체 공장의 경우 전력과 용수 공급이 중요한데 호남권은 관련 인프라가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측은 “땅과 전기·물 등의 인프라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경우 한 번도 이런 요소들을 검토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호남과 충청 지역에 지어질 반도체 클러스터에 후공정 중심 투자를 전망했지만 ‘핵심 제조공정’인 전공정까지 포함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반도체 팹 1기 건설 비용은 최소 60조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후공정뿐 아니라 팹 등 전공정이 포함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는 10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2030년까지 반도체 업황이 좋다는 전망이기 때문에 반도체 증설 검토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패키징의 경우 전공정과 비교했을 때 투자 규모가 10분의 1도 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신규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팹 1기 건설 비용이 60조원이라면, 패키징 공장의 건설은 5조원 수준에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 산업단지는 전력과 송전망, 용수와 부지, 물류 인프라와 전문 인력 등 기존 산업 생태계가 모두 맞물려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국가산단으로 지정되면 전력과 용수뿐 아니라 교통 인프라까지 국가 주도로 조성된다. 전라도의 경우 수도권과 비교해 대규모 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허허벌판의 부지’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시의 경우 반도체 팹 유치를 위해 현재 분양가 148만원인 산업 용지를 평당 1000원에 공급하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세출 구조조정과 지방채 발행 등으로 재원 마련을 할 것이라는 계획도 내놓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토지 보상의 경우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나선다면 수월하게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도체 업체가 공장을 설립할 때 무상 장기 임대보다는 토지를 직접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력과 용수 공급에 대한 인프라 마련도 유인책에 포함돼야 한다. 그동안 지방의 경우 막대한 전력 및 용수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을 유치하기엔 여건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1초의 정전에도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재 인프라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반도체 산업은 설치·운영·관리·연구개발 모두 석박사급 중심으로 인력이 구성된다. 지방으로 이전 시 이직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이에 인재 유입을 위한 당근책이 필요하다. 주거 지원을 비롯해 편의시설 기반 구축 등 다양한 유인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는 기회발전특구, 첨단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해 법인세 감면을 비롯해 기반 시설 지원 등 인센티브와 규제 특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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