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누가 먼저 핸들을 놓을까…韓 자율주행 5강 '레벨4' 승자는
- 레벨4 상용화 경쟁 본격화…로보택시·로보트럭 시장 선점 '속도전'
투자보다 중요한 완전 무인 기술…IPO도 '상용화 실적'이 좌우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국내 자율주행 산업이 실증을 넘어 본격적인 상용화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모든 주행을 수행하는 레벨4(Level 4) 자율주행 기술이 전국 곳곳에서 검증되면서 로보택시와 로보트럭, 로보버스 등 실제 서비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실증사업 확대와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업계의 경쟁도 단순한 주행거리보다 완전 무인 운행 능력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자율주행은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기준에 따라 레벨0부터 레벨5까지 구분된다. 이 가운데 레벨4는 정해진 운행 구역(ODD) 안에서는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모든 주행을 수행하는 단계다. 비상 상황에서도 차량이 스스로 대응할 수 있어 로보택시와 무인 물류 서비스 상용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정책 지원도 산업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를 비롯한 대형 국책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실증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고, 민간 기업들도 기술 검증과 상용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분야별 특화 전략 펼치는 스타트업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사업을 키우고 있다.
라이드플럭스는 택시·트럭·버스 전 차종을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E2E) 풀스택 소프트웨어를 내세우고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차량 제조를 결합한 셔틀 중심 모델을 추진한다. 에스더블유엠(SWM)은 로보택시, 마스오토는 로보트럭, 서울로보틱스는 도로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에 집중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라이드플럭스는 최근 코스닥 지정 전문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았다. 국내 주요 자율주행 스타트업 가운데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에서 ‘A·A’ 등급을 확보한 곳은 라이드플럭스가 유일하다.
투자 규모에서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앞선다. 누적 투자금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1255억원으로 가장 많고, 라이드플럭스가 882억원, 서울로보틱스가 415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SWM은 약 250억원, 마스오토는 약 155억원 수준이다.
다만 투자 규모가 곧바로 상장 단계의 우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로보틱스는 기술평가 통과 후 예비심사 단계에서 자진 철회했고,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최근 기술평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라이드플럭스는 A·A 등급을 확보하고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준비 중이다.
기술 영역에서는 확장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사업으로 커지려면 특정 차종이나 특정 도로 환경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분야별 강점을 앞세운 기업들이 공존하는 구도다. SWM은 도심 로보택시에 집중하고 있고, 서울시 로보택시 확대 공모를 통해 주간 로보택시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마스오토는 고속도로 기반 미들마일(각 거점) 화물 운송에 집중해 누적 주행거리 2000만㎞를 확보했다.
마스오토는 국토교통부 모빌리티 실증 특례를 바탕으로 올해 3분기 트레일러 자율주행 운송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서울로보틱스는 차량 자체보다 도로 인프라 센서 기술에 방점을 찍었다. 완성차 공장 야드 등 통제된 환경에서 군집 주행 영역을 개척하는 방식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자체 목적기반차량(PBV) 형태의 무인 자율주행 셔틀을 직접 설계·제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지자체 중심의 스마트시티 대중교통 인프라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다.
라이드플럭스는 차량 제조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 핵심 소프트웨어인 ‘라이드플럭스 드라이버’를 통해 로보택시, 로보트럭, 로보버스를 함께 구동하는 구조다. 자료는 라이드플럭스가 여객과 물류를 함께 아우르는 통합 포트폴리오를 국내에서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주행거리와 특허도 주요 비교 지표다. 누적 주행거리 기준으로는 마스오토가 2000만㎞로 가장 앞서고,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100만㎞를 넘겼다. 라이드플럭스는 63만㎞, SWM은 3만㎞를 기록했다. 특허 출원 건수는 라이드플럭스가 140건으로 가장 많고, SWM이 74건,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67건, 서울로보틱스가 14건, 마스오토가 1건이다.
다만 레벨4 자율주행에서는 단순 누적 주행거리만으로 기술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레벨2나 레벨2+ ADAS 시장에서는 완성차 업체와의 공급 계약, 양산 규모, 특허 수 등이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 반면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레벨4 영역에서는 정부 규제 승인과 순수 무인 주행 데이터가 더 중요한 기준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중 운전석 안전요원이 없는 완전 무인 시험운행 허가를 확보한 곳은 라이드플럭스가 유일하다. 라이드플럭스는 2024년 6월 무인 시험운행 허가를 받았고, 3000시간 이상의 무인 주행 시간을 확보했다. 유상 화물운송 허가도 보유해 7월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업의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대규모 자금 조달 규모보다 효율적인 연구개발 구조와 실제 수익원 확보 여부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검증된 무인화 원천 기술과 상용화 실적을 갖춘 라이드플럭스가 레벨4 시장의 재무적 가치를 증명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누적 주행거리보다 운행 환경의 난도와 무인화 수준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황순민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의 경쟁력은 예외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과 AI 모델의 일반화 성능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통제된 고속도로나 한적한 노선에서 장거리를 달리는 것만으로는 복잡한 도심의 돌발 상황을 충분히 학습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화물트럭 자율주행의 기술 난도도 높게 평가했다. 대형 화물트럭은 운송 때마다 적재 중량이 크게 달라지고, 이에 따라 무게중심과 제동거리, 선회 특성도 변한다. 황 교수는 AI가 이런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제동과 조향을 보정하는 것은 고도화된 적응형 제어 능력을 의미한다고 봤다.
자본시장에서의 평가 기준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앞으로 자율주행 기업의 가치를 볼 때 단순 누적 주행거리보다 얼마나 복잡한 운행가능영역에서 실질적인 완전 무인화를 구현했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제한된 자본으로 효율적인 데이터 엔진을 구축하고 기술 완성도를 빠르게 높이는 기업이 상장 이후에도 자생력을 입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자율주행 시장은 이제 단순 실증 단계를 지나 상용화와 자본시장 검증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누가 더 오래 달렸는지보다, 누가 더 복잡한 환경에서 사람 없이 달릴 수 있는지가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레벨4 자율주행 경쟁의 무게중심은 ‘주행거리’에서 ‘무인화의 질’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주요 자율주행 스타트업 5개사 핵심 지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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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라이드플럭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SWM 마스오토 서울로보틱스
---------------------------------------------------------------------------------------------------------------------------------------------------기술 영역(레벨4) E2E 풀스택 SW (택시·트럭·버스 전 차종) E2E 풀스택 SW + 차량 제조 (셔틀 중심) 로보택시 Only 로보트럭 Only 도로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
누적 투자금 882억원 1255억원 약 250억원 약 155억원 415억원
IPO 단계 기평 A·A 통과 (예심 청구 예정) 기평 탈락 예심 자진 철회 후 재추진 중 추진 중 기평 후 예심 자진 철회
무인 시험운행 허가 보유 (2024년 6월) 없음 없음 없음 없음
무인 주행 시간 3000시간 이상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유상 화물운송 허가 보유 (7월 상용화) X X X(임시운행만 보유) X
누적 주행거리 63만 km 돌파 100만 km 돌파 3만 km 돌파 2000만 km 돌파 -
특허 출원 건수 140건 67건 74건 1건 14건
---------------------------------------------------------------------------------------------------------------------------------------------------출처: 한국지식재산권(KIPRIS), 각 사 제공. 2026년 6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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