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건 판매 불가 상품입니다”...마트 기능 잃은 홈플러스
- 파산 위기 홈플러스 현장 가보니
납품 차질로 매대 곳곳 텅 비어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이건 구매가 불가능합니다.”
지난 7일 오후 방문한 서울 신도림역 인근의 홈플러스 매장은 대형마트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매대 곳곳에는 ‘본 상품은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는 청산 위기에 놓인 홈플러스의 상황을 보여주듯, 마치 압류물 표시 스티커 같다는 인상을 풍겼다.
홈플러스 현장 직원 A씨는 “상품 변경 중이라고 안내문에 써 있지 않나요”라며 “이건 바코드가 안 찍힌다. 판매 불가 상품”이라고 말했다.
고객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납품 차질로 물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기존 재고마저 제대로 판매하지 못하는 것이 홈플러스의 현실이다.
다른 지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 문래역 인근의 홈플러스 매장도 매대 곳곳이 텅 빈 상태였다. 라면박물관 코너에는 컵라면만 있었고, 절반 이상이 냄비로 채워져 있었다.
육류 코너에는 ▲칼도마 5종 세트 ▲보냉 가방 ▲그릴 등이 대거 쌓여 있었다. 전반적으로 매장의 분위기는 폐점을 앞두고 창고 세일을 하는 것처럼 무거웠다. 간간이 음악과 인사말이 흘러나왔지만 축 처진 분위기가 환기되지는 않았다.
현재 홈플러스에서는 정상적인 장보기가 어렵다.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홈플러스에 방문해 물건을 구매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 만난 중년 남성 B씨는 “이렇게 나와서 시간을 보낸다”며 “필요한 게 있으면 하나씩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 C씨는 “양말이 저렴해서 많이 담았다”고 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폐지 통보를 받았다. 오는 20일까지 회생계획안 이행을 위한 2000억원 확보에 실패하면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가 확정된다.
주요 채권단인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의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의 인수합병(M&A)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상태다. 국회에서는 홈플러스 사태 청문회가 추진되고 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홈플러스의 생존 여부는 MBK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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