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가짜뉴스 규제 시작됐지만…플랫폼 “기준 모호” 혼란 예고
- 방미통위 지정 9개 플랫폼 대응 착수
첫 판례·투명성 보고서 사실상 운영 기준 될 듯
허위·조작정보 확산을 막겠다는 입법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무엇을 허위조작정보로 볼 것인가”를 둘러싼 판단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은 시행됐지만 구체적인 운영 기준은 아직 만들어지는 단계다.
업계에서는 결국 플랫폼의 신고 처리 사례와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면서 사실상의 기준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디까지가 허위인가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뒤 올해 1월 공포됐으며,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 7일부터 시행됐다. 시행 하루 뒤인 8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를 지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9곳을 지정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에이엑스지(다음 운영사) ▲네이트 ▲디시인사이드가, 해외에서는 ▲구글 ▲메타 ▲엑스(X) ▲틱톡이 포함됐다. 최근 3개월간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인 사업자가 대상이다.
이들 사업자는 앞으로 허위조작정보 신고를 접수·처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자체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반기마다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해야 하며, 방미통위는 운영 실태를 사후 점검한다.
법의 핵심은 두 축이다. 플랫폼에는 허위조작정보 대응 체계 구축을 의무화하고, 허위조작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포해 이익을 얻는 게시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고의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부당한 이익을 목적으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한 경우 법원은 인정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법원 확정판결로 불법 허위조작정보임이 확인된 게시물을 두 차례 이상 유통하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도 부과된다. 정부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악용한 딥페이크 범죄와 이른바 ‘사이버 렉카’를 겨냥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법 시행 이후 플랫폼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린 과제는 신고된 게시물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별도 전담 조직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 불법·유해정보 신고센터에 허위조작정보 신고 항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새로운 조직을 꾸리기보다 기존 운영 체계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에서는 시행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기존 신고 절차를 활용해 대응하고 있지만 시행령만으로는 판단 기준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며 “실제 사례가 축적돼야 운영 기준도 함께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접수되는 신고 역시 기존 운영정책에 따라 처리하고 있으며, 향후 공개될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플랫폼별 운영 방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부분은 허위조작정보의 경계다. 개정법은 허위정보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이 아닌 정보’, 조작정보를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한 정보’로 규정하고 풍자와 패러디는 원칙적으로 제외했다.
그러나 방미통위 가이드라인은 풍자·패러디라도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고 인격권이나 재산권 침해가 인정되면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법 조문과 가이드라인 사이에는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 동일한 유형의 게시물이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플랫폼 관계자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자체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법원의 판단과 플랫폼 운영 사례가 쌓여야 비로소 실무 기준도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삭제가 먼저냐, 표현의 자유냐
업계에서는 게시물 삭제가 과도하게 늘어날 가능성도 우려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플랫폼은 제한된 시간 안에 사실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판단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과징금과 행정 제재 부담까지 고려하면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우선 비공개하거나 삭제하는 보수적인 대응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계 일각에서 전략적 봉쇄소송(SLAPP)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판 보도나 의혹 제기에 대해 허위조작정보 신고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면서 표현 자체를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생성형 AI의 확산도 변수다. AI가 만든 글과 이미지, 영상은 짧은 시간 안에 대량으로 유통된다. AI 생성 콘텐츠 여부를 판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검증하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확인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을 받은 국내 기관은 현재 JTBC 한 곳뿐이다. 추가 인증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하루 수백만 건씩 올라오는 게시물과 신고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법의 성패는 플랫폼의 삭제 건수가 아니라 허위조작정보 감소와 표현의 자유 보호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성엽 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허위정보 대응을 위한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플랫폼과 이용자가 규제 대상이 되는 표현을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정보를 줄이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균형점을 찾을 때 이번 제도의 목적도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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