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52세에 밀려나 73세까지 일해야…고령층 75% '준비 없는 퇴직'
- 국민연금 수급 전까지 13년 소득 공백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국내 중·고령층이 평생 일해 온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하는 나이는 평균 52세에 불과하지만,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73세까지 근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까지 약 13년 동안 소득이 끊기는 공백기가 발생하면서 고령층 대부분이 퇴직 후 다시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18일 국민연금연구원의 '퇴직 후 중·고령층의 재취업과 일자리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령층 취업 경험자가 생애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당시의 평균 연령은 52.9세로 조사됐다. 반면 이들이 장래에 근로를 희망하는 연령은 평균 73.4세로 법정 정년인 60세를 크게 웃돌았다. 고령층의 장래 근로 희망 비중 역시 지속해서 증가해 69.4%에 달했다.
일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었다. 근로 희망 사유를 분석한 결과 '생활비에 보태기 위함'이 54.4%로 절반을 넘겼고, '일하는 즐거움(36.1%)', '무료함 달래기(4.0%)'가 뒤를 이었다. 현행 연금소득만으로는 노후 생활을 충분히 영위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됐다.
퇴직 과정 자체도 정년퇴직(9.8%)보다는 준비 없는 비자발적 퇴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업 부진이나 휴폐업 등으로 밀려난 경우가 28.7%로 가장 많았고, 건강 사유(18.6%), 가족 돌봄(16.0%) 순이었다. 권고사직이나 정리해고를 포함한 비자발적 사유로 인한 퇴직이 전체의 75.1%를 차지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퇴직자의 약 80%는 과거 일자리를 그만둔 후 2년 안에 재취업에 성공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일자리를 그만둔 지 1년이 지나면 구직 기간 장기화가 생산성 저하 신호로 인식되는 낙인효과 탓에 미취업 상태를 벗어날 확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재취업 노동시장의 진입 속도는 과거보다 빨라졌지만 연령대별 격차는 뚜렷했다. 60대의 경우 취업자와 임금근로자 비중이 꾸준히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정규직 비중과 사회보험 가입률이 개선됐다. 특히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실질임금 증가율을 보면 60대가 80%로 가장 크게 상승해 고용 증가가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70대 초고령층은 계약직과 시간제 근로 비중이 급격히 증가해 일자리의 질적 개선이 미흡했다. 70대 진입 이후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고 산업재해 위험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에 노출되는 한계가 지속됐다.
공적연금의 수급 여부와 수준도 재취업 행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인 노령연금 가입자와 수급자는 노동시장 재진입 선호가 높은 반면, 수급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들은 연금액이 높을수록 재취업 확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해 노령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연구진은 중·고령층의 활발한 노동시장 참여와 노후 안정을 돕기 위해 체계적인 일자리 매칭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퇴직 직후 1년 이내의 구직자에게는 고용 상담 위주의 저비용 매칭을 지원하고, 미취업 기간이 1년을 넘긴 장기 구직자에게는 집중적인 직업 훈련과 고용 보조금을 강화하는 차별화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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