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카다시안도 찾은 ‘K미용의료’…12.5조원 복합 산업으로
- [‘K의료관광’ 12조 시대]①
외국인 환자 201만명…매출 유발 효과 22.8조원
단순 미용 시술 넘어 고부가가치 ‘체류형 복합산업’ 진화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미국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이 서울의 한 피부과에서 시술받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해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한국의 피부과 예약을 먼저 마친 뒤 여행 일정을 짜는 ‘K-미용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당일치기로 한국을 찾아 피부 시술을 받고 돌아가는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K-미용의료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방한 외국인 환자는 처음으로 201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12만명까지 위축됐던 시장이 불과 5년 만에 급반등을 이뤄낸 것이다. 단순한 수치 증가보다 주목할 점은 K-의료관광의 체질이 달라지고 외연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명해진 정보…성장 판을 바꾸다
이 같은 정보 비대칭을 허문 핵심 동력은 ‘강남언니(힐링페이퍼)’ ‘바비톡’ 등 민간 플랫폼의 시장 진입이다. 플랫폼사들은 정찰제를 도입하고, 실제 방문자 후기 모니터링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의료진과 시술 가격 정보를 앱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강남언니는 이용자 950만명을 바탕으로 320만건의 후기와 880만건의 상담 데이터를 축적했다. 외국인 전용 앱 ‘언니’(Unni)는 6개 언어로 상담 및 예약 70만건을 넘어섰다. 정보의 투명화가 환자의 신뢰로 이어지며 알선 채널을 대체하는 정식 유치 구조가 자리를 잡은 셈이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컨시어지 센터를 통한 통역 동행과 회복 케어, 맞춤형 일정 추천 AI 서비스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소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24년 1분기 기준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96.8% 급증했다. 대만 관광객의 경우 1031% 이상 증가했으며 일본(182%)과 중국(142%)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한국 여성들의 피부 관리 비결이 동네 약국 의약품에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애크논과 노스카나, 멜라토닝크림 등 더마·코스메틱 제품에 대한 수요가 해외 SNS를 통해 확산한 결과다.
12.5조 시장, '체류형 생태계'로 진화
미용·성형 중심의 외국인 환자 유입이 늘면서 의료관광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커지고 있다. 체류 기간이 길어지고 숙박·쇼핑·외식 등 연관 산업으로 소비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와 산업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와 동반자가 국내에서 지출한 금액은 1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순수 의료비는 3조3000억원이다. 이를 제외한 9조2000억원이 숙박·쇼핑·외식·지역 관광 등 연관 산업으로 유입됐다. 이에 따른 국내 매출 유발 효과는 22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관광공사(공사) 조사 결과 방한 의료관광객의 평균 체류 기간은 7.2일이다. 1인당 지출액은 약 775만원에 이른다. 환자 1인당 카드 소비액(약 399만원)은 일반 관광객의 약 2배 수준이다. 외국인 성형·미용 관광이 장기 체류형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이 같은 생태계 확장에 발맞추어 공공과 민간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공사는 해외 마케팅 강화와 함께 법무부와의 제도 개선을 추진해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을 기존 39곳에서 90곳으로 대폭 확대했다. 지정 기관에는 비자 신청 서류 간소화와 3일 이내 발급되는 전자비자 신청 권한이 부여된다.
문소연 공사 의료웰니스팀장은 “의료관광 전략시장을 대상으로 국가별 방한 순위와 선호 진료과목을 반영한 맞춤형 마케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우즈베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 등 신규 전략시장에서 현지 접점 마케팅을 늘리고, 지역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컨시어지(교통비) 지원도 병행해 의료관광객의 접근성과 소비 파급효과를 함께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텔·유통 업계도 연계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호텔 그룹 힐튼은 장기 체류형 의료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2028년 '힐튼 가든 인 부산 기장' 오픈을 추진 중이다. 롯데호텔 서울 역시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저층부에 피부과 등 의료 시설을 확대 배치하기로 했다. 병원을 찾은 외국인들이 화장품과 의약외품을 구매하고 숙박과 외식, 문화 체험까지 함께 소비하면서 체류 기간과 객단가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학계에서는 K-의료관광이 일시적 열풍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적·구조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슬기 세종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숙박과 회복식, 웰니스, 쇼핑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관광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면 의료관광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기존 마케팅·행정 업무에서 지역 관광지 연계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관광안내통역사에 준하는 전문성 인증 체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도권 쏠림을 해소하고 국가 차원의 데이터 연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과 차별화된 진료과목을 지역별로 특화한 권역별 클러스터를 도입해야 한다”며 “비자 발급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의료관광객의 데이터 제출 의무를 강화하고, 이를 비식별화해 개방함으로써 민관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통합 디지털 마케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의료관광 주요 지표>(단위: 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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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2022년 2023년 2024년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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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방한 외래객 수 319 1103 1636 1893
총 외국인 환자 수 24 60 117 201
의료관광 비중 7.8% 5.5% 7.2%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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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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