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라면 열풍, 진짜일까]①
케데헌·SNS 타고 해외 관심…옥스퍼드사전 등재도
글로벌 5위 내 농심 유일…한국 라면 일본의 4분의 1
K라면 글로벌 인기에도 세계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한국 라면이 K-컬처 확산에 힘입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중국·미국·일본 등 주요 시장 실적을 토대로 K-라면의 글로벌 점유율을 추산해 보니 고작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K-라면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내수 시장의 한계로 고심하는 기업에 절호의 기회다. 언제 식을지 가늠할 수 없는 K-열풍에 올라타 성장의 노를 저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계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현지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어 사전에도 등재된 한국 라면
K-라면의 위상이 달라졌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펴내는 옥스퍼드영어사전에 한국의 라면(ramyeon)이 새롭게 등재됐다. K-컬처와 푸드 등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라면이라는 단어 사용이 늘어난 덕분이다.
K-라면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십만건에 달하는 ‘ramyeon’ 관련 게시물이 게재돼 있다. K-라면의 제품별 맵기 정보를 공유하거나, 직접 시식하며 느낀 맛을 설명하는 내용들이다.
이 같은 관심은 수출 지표 오름세로 증명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K-라면의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9억3539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사라지지 않는 모방 제품도 K-라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요소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이 보유한 상표 관련 해외 무단 선점 적발 건수는 연간 300건에 달한다.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적발 건수는 1600건을 넘어선다.
이런 사례는 중국 및 동남아 국가 중심으로 많이 드러난다. 중국 법원은 농심·삼양식품 등이 제기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에 대해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일본도 한국 제품을 모방할 정도다.
엇갈린 전략, 5년이 만든 간극
K-라면이 해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K-라면 열풍을 주도했다. 농심은 1986년 출시 이래 올해로 40주년이 된 신라면을 앞세워 주요 시장 내 입지를 다졌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치를 보면 K-라면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한국의 실질적인 경쟁 국가인 일본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글로벌 라면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미국·일본에서 한국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2024년 기준)은 2.4%에 불과하다.
같은 기준으로 추산한 일본 라면의 주요 시장 점유율은 10.6%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4배 이상 벌어진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 판매액 기준 글로벌 상위 5개 라면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농심이 유일하다. 이는 지난 2019년과 동일하다. 반면 일본은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글로벌 순위를 끌어올리며 2~3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압도적인 중국을 제외하면 종주국 일본이 1위”라며 “라면 역사의 차이도 있고, 일찍이 해외 인프라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라면을 떠올리면 일본 제품이 최우선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인스턴트 라면 역사는 불과 5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세계 최초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 닛신식품이 1958년 출시한 치킨라멘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63년 삼양식품은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을 선보였다.
5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 라면의 격차가 벌어진 것은 사업 전략이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출 중심 전략을 펼친 한국과 달리 일본 라면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인프라를 확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K-라면의 글로벌 시장 내 입지가 탄탄해지려면 현지 마케팅과 더불어 해외 네트워크 확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라면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는 K-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맛과 문화가 함께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간편하면서도 강한맛, 다양한 제품군도 글로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현지 인프라 구축 및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 건강·프리미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황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결국 K-라면을 ‘수출 상품’이 아니라 각국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글로벌 식품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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