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국책은행 어디로”…2차 이전이 바꿀 지역 금융지도
- [금융지도가 바뀐다]②
국책은행·농협중앙회·금융공공기관 등 이전 후보로 거론
“기관보다 금융 생태계 구축이 관건”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발표가 다가오면서 금융기관을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뿐 아니라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금융 관련 공공기관까지 이전 후보로 거론되자 지역마다 주력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앞세워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기관의 소재지만 옮겨서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기관의 고유 기능을 지역 산업 및 기존 이전 기관과 연결하고, 전문인력과 관련 기업이 함께 정착할 수 있는 산업·생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게 해야만 정책금융 확대와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잔류 ‘제로’ 방침…국책은행도 사정권
정부는 공론화 절차를 거쳐 오는 10~11월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전 검토 대상은 수도권에 남은 공공기관과 공공기관 출자회사,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 등 약 350곳이 거론된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8월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0월이나 11월 정도로 예상한다”며 “혁신도시(로 가는 것)를 원칙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앞서 지난 8월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울에 남는 기관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에 도전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기관은 서울과 수도권의 금융 인프라와 연계돼 있다는 이유로 1차 지방이전 당시 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차 이전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세 은행 모두 설립법에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돼 있다. 실제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집권 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의지를 보이면 관련 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지역에서는 국책은행 이전을 통해 정책금융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을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기업은행 놓고 다자 경쟁…지역별 유치 논리 각축
지자체의 관심은 특히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담당하는 IBK기업은행에 쏠리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시중은행처럼 여·수신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에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방에서는 기업 유치와 지역산업 육성에 필요한 금융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여러 지역이 동시에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IBK기업은행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지자체는 대구시다. 대구시는 34개 기관을 유치 희망 대상으로 정하고 IBK기업은행을 최우선 순위에 올렸다. 대구시는 비수도권 최대 수준의 중소기업 집적지를 보유한 데다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내려온 신용보증기금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동화 대구시 공공기관이전 담당관은 8월 21일 CBS 라디오에서 “대구가 전통산업에서 인공지능(AI)·로봇·미래 모빌리티 등 미래 신산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IBK기업은행과 지역 중소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대구뿐 아니라 대전과 광주·전남, 충북 등 여러 지자체도 기업은행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와 방산·과학기술 기업을 지원할 정책금융기관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충북은 지방은행이 없는 만큼 지역의 금융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IBK기업은행 등 금융기관 유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 역시 지역 중소기업과 에너지·농생명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 기반 확충을 내세워 IBK기업은행 유치전에 나설 전망이다.
부산시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중심으로 정책금융기관을 추가로 모아 금융중심지 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IBK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을 포함해 금융·해양·첨단산업·연구개발·영화·영상 분야의 총 40여개 기관을 이전해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이미 부산에 자리 잡고 있어 해양·수출금융과 정책금융기관을 한곳에 집적할 수 있다는 점이 부산시의 유치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유치전은 국책은행을 넘어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자산운용 관련 기관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광주·전남은 국책은행뿐 아니라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농생명·수산업 기반을 갖춘 데다 나주빛가람혁신도시에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이 입주해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전북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자산운용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투자공사와 농협중앙회 등 금융·농생명 관련 기관을 유치해 공적 자산운용과 농·생명 특화금융 기능을 집적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과 함께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벤처투자 등 금융 관련 기관들도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이를 유치하려는 지역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시나리오도 부상하고 있다.
다만 지역들이 희망 기관을 나열하는 방식의 유치 경쟁만으로는 실질적인 지역 발전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기관의 고유 기능이 지역 주력산업 및 기존 이전 기관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는지, 전문인력과 관련 기업이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정주·산업 기반이 갖춰졌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전을 마친 기관에 대한 사후관리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지민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보고서에서 “현행 법체계에는 이전 완료 공공기관에 대한 사후관리 절차와 항목을 규정한 내용이 부재하다”며 “잔류인원 비중이 과도하다면 사업 특성 등을 고려해 잔류 인력 규모를 심의·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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