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도가 바뀐다]①
국책은행·금감원 등 법 개정 문턱…금융기관별 이전 셈법 제각각
혁신도시 중심 ‘집적 배치’…4분기 계획 확정·내년 이전 착수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은행과 금융공공기관이 밀집한 수도권 중심의 ‘금융지도’가 다시 그려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서 ‘수도권 잔류 최소화’를 공식 원칙으로 내걸면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서울에 남아 있는 주요 금융기관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9월 3일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을 대상으로 올해 4분기 중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산은과 금감원 등 개별 금융기관의 이전 여부와 구체적인 이전 지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방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금융기관 상당수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금융시장 대응과 업무 효율성, 금융회사와 자본시장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 등을 이유로 서울에 남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2차 이전에서 1차 이전 당시 적용했던 수도권 잔류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반드시 수도권에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해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실제로 누가 움직이느냐다. 중앙행정기관인 금융위부터 국책은행과 금감원·예보, 농협·수협까지 기관의 법적 지위와 이전 절차가 제각각인 데다 일부 기관은 실제 이전을 위해 관련 법 개정까지 필요하다.
금융위·국책은행까지…흔들리는 금융지도
이번 이전 논의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된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은 행정안전부, 공공기관 이전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는 중앙행정기관 이전 논의에 해당하는 반면 산은·기은·수은·예보 등은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와 맞물려 있다.
금융권에서 가장 관심이 큰 곳 중 하나는 금융위다. 정부는 규모와 파급 효과가 큰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부터 2027년 상반기 세종으로 순차 이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날 금융위를 비롯한 개별 중앙행정기관의 구체적인 이전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위가 움직일 경우 금감원의 거취도 관심사다.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검사·감독을 수행하는 금감원이 업무상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지방이전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산은·기은·수은 등 3대 국책은행과 예보도 주요 후보군이다. 다만 이들 기관은 정부가 이전 대상으로 정한다고 곧바로 본점이나 주된 사무소를 옮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설치법, 산은·기은·수은은 각각의 설립 근거법, 예보는 예금자보호법에 본점 또는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제 이전까지는 관련 법 개정이라는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 밖에 서민금융진흥원과 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투자공사·한국벤처투자 등도 금융·산업 분야 이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도 이전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두 중앙회 역시 각각 농업협동조합법과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돼 있어 실제 지방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거론되는 금융기관들의 이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가 기관별 기능과 지역 여건, 법·제도적 요건 등을 종합해 이전 대상을 추릴 예정인 만큼 최종 명단과 행선지는 향후 조율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금융기관 지방이전을 둘러싼 시각도 엇갈린다.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금융·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금융산업의 집적 효과와 업무 특성을 고려해 핵심 기능은 서울에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 맞선다.
‘나눠먹기’ 대신 '집적' 배치…2027년 이전 착수
정부는 이번 2차 이전을 ▲수도권 잔류 최소화 ▲연관기관 집적 배치 ▲지역 산업·대학 연계 ▲자족적 정주기반 확충 ▲신속한 이전 등 5가지 원칙에 따라 추진한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 역시 개별 기관을 하나씩 떼어 배치하기보다 지역의 기존 산업·금융 인프라와 연계하는 방식이 주목된다. 부산과 ▲대구·경북 ▲전북 ▲충청권 ▲광주·전남 등에서는 금융·산업 관련 공공기관을 둘러싼 유치 경쟁이 이미 달아오르고 있다.
기존 혁신도시의 수용 능력도 변수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국 혁신도시의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 294만6000㎡ 가운데 244만8000㎡가 이미 분양돼 분양률이 83.1%에 달한다. 남은 용지는 49만8000㎡ 수준이다. 울산·강원·경남·제주의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는 분양률이 100%에 달하고 광주·전남과 전북도 각각 96.1%, 89.4%가 분양되는 등 추가 기관을 수용할 여력은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정부가 연관 기관을 한곳에 모으는 집적 배치를 추진하는 만큼 업무공간뿐 아니라 정주 인프라 확보도 과제로 떠오른다. 기관과 함께 대규모 인력이 이동할 경우 주거·교육·교통·의료 등 생활 기반 확충까지 이전 계획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전 속도도 높인다. 청사 신축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을 임차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2027년부터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전기관 종사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주거 지원 등도 확대할 방침이다.
2차 금융기관 이전의 관건은 정부가 어떤 기관과 기능까지 이전 대상으로 정하느냐다. 금융기관마다 법적 지위와 업무 특성이 다른 데다 지방이전을 둘러싼 찬반도 엇갈리는 만큼 올해 말 공개될 최종 명단과 배치 방안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이날 발표를 시작으로 지방정부와 노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절차에 들어간다.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배치 방안을 담은 이전 계획을 올해 4분기 중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차 이전 당시 적용했던 잔류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반드시 수도권에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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