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일은 경쟁자, 오늘은 파트너…지방은행·인뱅, 중소기업 새 ‘돈줄’ 될까
- [지방은행·인뱅, 기업금융서 만나다]②
현장실사 허용에 인뱅 법인대출 진출 길 열려
전국 플랫폼·기업심사 결합…금리·리스크 낮춘다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기업금융 시장에서 경쟁자가 될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이 협력 관계로 만났다. 카카오뱅크와 부산은행이 중소기업 공동대출 출시를 추진하면서다. 기업금융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인뱅과 지역을 넘어 고객 기반을 넓혀야 하는 지방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대면 빗장 풀린 인뱅…기업금융 ‘정조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에서 인터넷은행의 대면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앞으로 인터넷은행은 기업대출 심사 과정에서 사업장 존재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실사를 직접 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당시부터 모바일과 인터넷 등 비대면 방식을 주된 영업 수단으로 삼도록 규정돼 있었다. 개인사업자대출까지는 비대면 금융을 기반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혔지만 현장 확인 등이 필요한 법인 중소기업금융으로 진출하는 데는 제약이 있었다. 이번 조치로 기업금융 확대를 가로막았던 규제 장벽 하나가 낮아진 셈이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인터넷은행의 기업금융 확대가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이동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계대출에 집중됐던 인터넷은행의 자금을 중소기업 등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인터넷은행으로서도 가계금융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업금융으로 넓힐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인뱅들도 이미 기업금융 진출 채비에 들어갔다. 케이뱅크는 중소법인 기업금융 확대를 위한 여신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중소법인 고객이 대출 신청부터 심사·실행·관리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업금융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카카오뱅크는 부산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기업금융 확대에 나선다. 오랜 기업여신 경험을 보유한 부산은행과 함께 중소기업 공동대출을 준비하고 있다. 양사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바탕으로 오는 2027년 4분기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왜 하필 지방은행?…각자 잘하는 것 맞바꾼다
카카오뱅크와 부산은행의 공동대출 구조를 뜯어보면 두 은행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고객이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두 은행이 함께 심사하고 자금을 나눠 공급하는 구조다.
역할은 각자의 강점에 따라 나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신청과 접수 ▲고객 상담 ▲대출정보 조회 등 주요 대고객 서비스를 담당한다. 대출 신청도 카카오뱅크 채널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행은 현장 대출심사와 여신 관리를 위한 기업실사 등 법인대출 과정에서 필요한 대면 절차를 맡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인뱅이 직접 현장실사를 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기업여신 역량까지 단기간에 쌓기는 어렵다. 법인대출은 사업장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재무상태와 사업성,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출 이후 지속적인 여신 관리도 필요하다.
카카오뱅크가 부산은행과 손잡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기업금융 노하우다. 대면 영업점이 없는 인뱅으로서는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법인금융의 심사·관리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부산은행이 얻는 것은 전국 고객이다.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지역 기업과 거래하며 기업금융 노하우를 쌓아왔지만 전국 단위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공동대출이 시작되면 별도의 전국 영업망을 확대하지 않고도 카카오뱅크 앱을 통해 유입되는 기업 고객에게 대출을 공급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호보완성은 인뱅과 지방은행이라는 조합이 성립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전국 영업망과 기업금융 인프라를 모두 갖춘 대형 시중은행과 달리 두 업권은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이 뚜렷하다. 인뱅은 지방은행의 기업금융 경험을 활용하고, 지방은행은 인뱅의 전국 단위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위험도 나눌 수 있다. 한 은행이 대출 전액을 취급하는 대신 두 은행이 자금을 분담하면 개별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도 분산된다. 지역 경기 부진으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지방은행으로서는 기업대출을 확대하면서 위험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낮은 자본조달 비용과 비대면 인프라, 부산은행의 우수한 기업심사 역량 등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낮은 금리로 편리하게 대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리 낮춘 공동대출…기업대출도 통할까
공동대출이 실제 지역 중소기업의 새로운 자금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인터넷은행의 자금조달 경쟁력과 지방은행의 기업심사 역량을 결합해 보다 나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기업여신 절차가 디지털화되면 은행을 오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공동대출이 차주의 금융비용을 낮춘 선행 사례도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먼저 선보인 가계 공동대출의 지난 3월 말 평균 금리는 광주은행의 기존 신용대출보다 약 2.2%포인트(p) 낮았다.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영업 경쟁력과 지방은행의 대출 역량을 결합해 금리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결국 관건은 공동대출이 기존 기업금융 시장의 고객을 나눠 갖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은행권에서 충분한 자금을 공급받지 못했던 지역 중소기업까지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동대출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낮은 금리’로 ‘보다 편리하게’ 대출이 공급될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은 지방은행 대비 자금조달비용이 평균 0.03%p 내외 낮은만큼 저금리 대출상품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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